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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살아가는 이야기

어르신들의 사회봉사, 실버인형극단을 방문해보니


    머리가 희끗희끗한 80세 전후의 어르신들이 대사에 맞춰 인형을 이리저리 움직인다. 연로한

    나이에도 인형을 머리 위로 올려 연습하는 어르신들의 표정은 전문가 못지않게 비장했다.

    인형극으로 인해 건강해지고, 사회봉사에도 참여하게 된 어르신을 만나보았다.


60~89세의 할머니로 이루어진 좋은이웃 실버인형극단




한 낮에도 영하 7~8도를 기록하며 옷깃을 파고드는 추위가 맹위를 떨치는 날, 방화2종합사회복지관의 한 강의실에서는 할머니라고 하기엔 아직 이른 어르신부터 머리가 희끗희끗한 어르신이 한데 모였다.


어르신들은 50~60cm 크기의 알록달록한 인형을 머리 위까지 올리며 부지런히 손동작을 한다. 스피커에서는 성우가 녹음한 음악과 대사가 흘러나오고 어르신들은 대사에 맞춰 입술과 손, 발을 움직인다.


얼굴에 커다란 혹을 붙인 영감, 도깨비 인형, 물동이를 머리에 인처녀가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할머니들이 인형을 다루는 솜씨는 웬만한 전문 인형극단 못지않다. 오늘 연습한 작품은 전래동화를 만든 <혹부리 영감>이다. 흥겨운 음악과 어르신의 손동작이 잘 어울려 저절로 흥이 난다.


어르신들의 모임은‘좋은이웃 실버인형극단’. 2003년에 창단하여 오늘에 이르기까지 매주 화∙목요일 꼬박꼬박 모여 연습과 공연을 하고 있다. 2003년 어르신 대상 문화 프로그램 중 하나였던 인형극을 어르신들이 재미있게 관람하는 것을 본 한 복지사가 인형 극단을 만들어 활동하면 어떻겠냐는 의견을 냈고, 어르신들은 흔쾌히 찬성했다.


문제는 인형극을 지도할 선생님을 찾아 나서는 것이었다. 대부분 거절을 했지만 현대인형극단의 여영숙 원장이 나섰고, 장소를 마련해 연습이 시작되었다. 인형극단 어르신의 창단 초기 나이는 80세 전후로, 오랫동안 인형을 들고 있기도 버거웠고, 인형을 움직이는 것도 힘들었다.

한 장면을 익히기 위해 무려 400번씩 연습한 적도 있다. 자꾸 틀리다보면 발전이 없을 것 같아 벌칙도 세웠다. 실수할 때마다 얼굴에 스티커를 하나씩 붙이는 것이다. 그때부터 어르신들은 행여 틀리지 않을까 더 집중하게되었고, 성취감은 높아갔다.

 

  "지금 이 나이에도 인형극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해요. 우리가 이렇게 활동하는 것이 나이
  가 들어 활동을 포기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작은 경각심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춘천세계인형극제와 일본 이다페스티벌에서 수상


좋은이웃 실버인형극단은 고양시 홀트학교, 보바스 어린이병원, 각 장애인 복지관, 노인회관 등에서 공연 요청이 물밀듯이 들어왔다. 2003년에는 춘천세계인형극제 아마추어 부문에 출전해 <혹부리영감>으로 연기상을 받은 후부터는 공연초청이 더 많아졌다. 2005년에는 일본에서 열린‘이다페스티벌’에 초청받아 인기상을 받기까지 했다.


어르신 대부분 춘천세계인형극제와 일본 이다페스티벌에 초청받아 활동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손꼽는다. 그만큼 좋은이웃 실버인형극단이 정식으로 인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인형극에서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일본에서의 수상이라 더욱 남달랐고 기립박수를 받을 때의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유선금 어르신(81세)은“처음에는 취미생활로 복지관에 찾아왔다 여영숙 강사가 인형극을 하는 것을 본 순간 해보고 싶은 강한 충동을 받았어요. 지금 이 나이에도 인형극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해요. 짧은 시간이나마 어린이, 젊은이들과 함께해서 고마워요. 우리가 이렇게 활동하는 것이 나이가 들어 활동을 포기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작은 경각심이 되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인형극은 인생의 활력소


이번에는 2005년에 결성된 2기 어르신들이 인형극을 시작한다.


  “어린이의 몸은 나중에 아이가 자라는 자궁과 아기씨인 정자가 있는 소중한 몸이에요. 누군
 가 여러분들의 몸을 만지려 하거나 옷을 벗기려고 하면 큰 소리로
‘싫어요!’라고 외치세요.”



어린이 성교육을 주제로 한 이 인형극은 늘어나는 어린이 성추행이나 폭행을 방지하기 위해 제작된것으로 어린이 집 등에서 인형극 요청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곳의 인형들은 어르신들이 직접 만든 것이다. 남∙여 어린이, 경찰, 엄마, 혹부리 영감, 도깨비, 당나귀까지 직접 옷본을 떠서 솜을 넣고, 눈이며, 코, 방망이 등을 만들었다. <혹부리 영감>의 한복은인형극을 보고 감동을 받은 90세 넘은 어르신이 직접 한복을 만들어 기증을 하셨다고 귀뜸하셨다.

2기 어르신들의 모습을 1기 어르신들이 흐믓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한 어르신은 허리가 아프고 위에서 종양이 발견되었는데도 활동을 중단하지 않고 꿋꿋이 해왔다고 말씀하신다.


“위에서 종양이 발견되었어요. 가족들은 그만두고 입원해야 한다고 난리였지만 인형을 움직이면 아프지가 않았어요. 병원과 복지관을 다니며 연습을 계속했는데 병원에서 다시 위가 좋아졌다고 하더라고요.”


유선금(82세) 어르신은 본인이 건강해진 것은 인형극을 하며 동료들과 어울려 즐겁게 생활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어르신 중 최고령이신 김남수(89세) 어르신은“인형극을 하면 항상 즐겁고 희망을 갖게 돼요. 고목나무에 꽃이 피는 것처럼 인형극을 통해 제 2의 인생을 사는 것 같아요.”라며 인형극은 본인에게 젊음을 주는 활력소라고 했다.


인형극을 통해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고, 본인들의 재능을 봉사를 통해 사랑을 나누고 있는 어르신들. 수익금은 학생들에게 장학금으로도 기부한다는 어르신들은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인형극을 통해 꿈을 그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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