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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맞춤형

불안을 이기는 방법, 역설적 의도

 

 

 

      몸의 건강과 달리 정신건강은 별로 티가 안 난다. 드러나지 않는다. 몸이 아프면 자신도, 타인도 금방 알아차린다.

      하지만 마음이 아프면 타인도 잘 모를뿐더러, 심지어는 자신이 모르는 경우도 있다. 몸이 아프면 전문가(의사, 약사,

      한의사)의 도움을 받으려고 하지만, 마음이 아프면 스스로를 전문가라고 생각해 혼자서 끙끙대다가 더 마음의 상처만

      키운다. 웰빙시대에 걸맞게 사느라 아침저녁으로 운동도 하고, 몸에 좋다는 음식이나 건강보조식품은 가리지 않고 

      먹는다. 하지만 정작 건강한 마음을 위해서는 별로 애쓰지 않는다. 그래서 정신건강을 챙기는 방법 하나를 소개고자

      한다.

 

  

 

 

 

 

문명과 도시, 그리고 정신건강 문제

 

사회가 도시화되고, 문명화될수록 사람들의 정신건강은 더욱 나빠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도시와 문명은 좁은 공간에 지나치게 많은 사람들을 살게 하고, 끊임없는 경쟁을 통해서 성공하는 자에게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여유와 편안함보다는 긴장과 불안,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된다.

 

자연과 함께 어우러져서 살던 때에는 자연의 순리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자연의 순리에 따라서 열심히 일을 하기도 하지만, 또 편히 쉬기도 하였다. 하지만 문명과 도시는 끊임없이 일하도록 만든다. 전기로 빛을 만들어 어두움을 정복한 것 같으나, 이 빛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잠을 자지 못하고 업무와 공부에 시달린다. 자동차를 만들어 먼 거리를 빠르게 갈 수는 있으나, 그만큼 많은 일을 하게 되었다.

 

이러한 문명과 도시가 주는 폐해로, 도시를 떠나 문명을 떠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문명과 도시에서 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몸과 마음을 건강하지 못하게 만드는 문명과 도시에서 살 수밖에 없는 사람들은, 몸의 건강뿐 아니라 정신건강까지 챙겨야 할 것이다.

 

 

 

직면해서 맞서라

 

정신건강의 최대의 적은 불안(anxiety)이다. 물론 모든 불안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몸으로 비유하자면 불안은 세균과 같다. 세균도 일정 수준까지는 우리 몸의 면역력을 높여주는 등 건강에 도움이 되지만, 그 정도가 지나치면 건강을 해친다. 불안도 그렇다. 적정 수준의 불안은 위험을 피하게 하고, 미래를 준비하게 하지만, 지나칠 경우 온갖 정신장애로 발전할 수 있다.

 

만약 우리 삶을 불편하게 할 정도로 불안이 찾아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때에는 도망가지 말고, 맞서 싸워야 한다. 많은 이들은 불안으로부터 도망가려고만 한다. 그러나 오히려 이런 대처방식은 불안에 더 취약하게 한다.

 

우리가 너무나 자주 듣는 말 중의 한 가지,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맞는 말이 있다면 바로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일 것이다. 유태인 정신과 의사이자 자신의 경험을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책으로 펴낸 빅터 프랭크는 이를 가리켜 역설적 의도(paradoxi cal intention)라고 한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그것과 반대되는 방법을 사용하면 결국에는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불안을 피하고 싶다면, 불안으로부터 도망치지 말고 맞서야 한다는 것이다. 호랑이의 위협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호랑이를 잡으러 호랑이 굴로 들어가야 한다는 옛 선인들의 지혜와 일맥상통하는 이야기다.

 

 

 

불안의 대표적 치료법인 노출

 

간혹 영화나 드라마에서 폐쇄공포증인 사람을 치료한다고 밀폐된 공간에 가두는 장면이 나온다. 이런 장면은 그 분위기가 음산하게 나와서 사람들로 하여금 불쾌감을 주곤 한다. 그런데 사실 이 방법은 정신건강 전문의와 심리학자들이 공포증을 치료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노출법이라는 것이다. 노출법은 불안해 하는 그 대상에 반복적으로 노출시킴으로, 그 대상에 대한 불안을 감소시키는 것이다. 새공포증이 있다면 안전한 환경에서 상상이나 실제로 새와 마주하게 하고, 발표 불안이 있다면 발표할 기회를 만들어 준다.

 

“아니 죽을만큼 불안해서 도망가고 싶을 텐데, 어떻게 그런 불안한 상황에 있으라는 거야?”

 

실제로 우리 생명에 위협이 되는 대상이라면 피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공포증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두려워하는 대상은 실제로는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다. 과도하게 불안을 느낄 뿐이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피하기 때문에 벗어날 수 없다고 말한다. 피하지 말고 계속 직면하다보면 적응하게 되고, 결국 벗어나게 된다고 말한다.

 

노출법으로 불안에서 벗어난 사람들은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의 심정으로 도전했다고들 말한다. 당신을 불안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 불안이 과도한 것이라면 피하지 말고, 맞서보자. 물론 필요할 경우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도 잊지 말자.

 

글 / 강현식 심리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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