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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살아가는 이야기

아내에게 백 배 사죄하게 만든 나의 '감자탕' 멘트



  “여보, 우리 외식한 지 반 년은 지난 거 알아요?”

 일요일 아침 식사를 마친 후, 리모콘을 붙잡고 거실 바닥에 앉아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고 있는데 빨랫감
 을 가지고 거실을 오가던 아내가 반쯤 누
운 내 다리를 슬쩍 걷어차며(?) 약간 짜증 투로 한마디 툭 던졌
 다.
얼떨결에 "짜장면이나 먹자" 고 하자 아내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우리도 1인분에 몇 만 원짜리는 못 먹어도 와인 같은 거 주는데 한번 가보자고요.”

 마누라가 참았던 말을 결국 목구멍 너머로 내놓았다. 아내의 표정을 대충 이해한 내가 마지못해(?) 동의하고 점심 때 아이들과 함께 데리고 꽤나 근사해 보이는 레스토랑에 갔다. ' 이 정도면 돈이 좀 나오겠는걸.' 하는 여러가지 계산이 연산되자 갑자기 '나는 느글거리는 음식 싫어하잖아.' 라는 멘트가 떠올랐다.


“여보. 나는 감자탕이나 순두부찌개 같은 거 좋아하잖아.”
“??#%$^&..........”

예상은 했지만 내 멘트를 받은 아내의 표정은 '이 인간이 왜 이래?' 하는 그런 표정으로 확 바뀌었다. ' 아차' 싶어 얼른 수정발언을 날렸다.

“아니 뭐, 그렇다는 거지. 여기는 레스토랑이니까…. 당신하고 애들 먹고 싶은 거 시켜 봐.”

잠시 후 종업원이 들어와 뭘 주문하겠냐고 물었다.

“저희 레스토랑은 티본 스테리크, 립아이 스테이크, 뉴욕 스테이크, 오스탑 스테이크…”

직원은 내가 알아듣지 못하는‘이상한 말’로 메뉴를 소개했고 아내가 무엇인가 주문한 뒤 와인까지 한 병을 시켰다. 직원이 총총총 사라진 뒤 아내가 나를 빤히 바라보며 묵직하고도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 목소리에 약간의 공포(?)가 느껴졌다.

“여보~?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세요?”

웬 뜬금없는 '무슨 날???’성탄절은 아니고 발렌타인? 화이트데이? 마누라 생일?… 뭐 맞는 게 하나도 없는데…… 어? 어어어???? 혹시……'

“우리가 결혼한 지 10년째 되는 날이에요!  7, 8, 9년도 아니고 10년째라고요. 10주년!


작은 소리로, 굳은 표정으로 10주년을 강조하던 마누라 입에서 ‘그것도 모르냐? 이 짜식아!’ 라는 말이 안 나온 게 이상할 정도의 분위기였다.

정말
서운해서 말도 하기 힘든 표정을 보고 나는 화들짝 놀랐다. 외식은 반 년만인데 다른 날도 아닌, 결혼 기념일. 그것도 10주년이었는데, 시집 와서 애 둘 낳아 잘 기르고 시부모한테 효도하며 살고 있는데 남편이라는 인간은 날짜 기억은 물론 기껏 순두부찌개 타령이나 하고 있었으니….

“여보…… 오늘이 바로 그날이구나. 미안… 미안… 너무나 미안…….”

나는 아내의 손을 잡고 백 배 사죄했다.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고 했던가. 눈물까지 글썽이는 아내.


“이거… 당신 먹어!!…”

 

 

 
이내 음식으로 나온 고기를 잘라 아내의 입에 넣어주며 내가 진심어린 표정으로 사과하자 아내는 어두운 표정을 약간 거두었다. 그러나 아내는 먹
성 좋은 아이들을 떼어주느라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있었다. 어쨌든 그날 우리 부부는 몇 년 만에 처음 맛보는 와인을 마시며 결혼 10주년을 자축했다.

에구, 회사 다니며 먹고 살기 바빠서 그랬는데 이젠 살림하고 애들 키우면서 맞벌이 직장까지 다니는 마누라한테 더 잘 해줘야겠다.


 

남민배 제주도 제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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