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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생활

술 거절의 기술…'분명·확고·친근'하게 "안 마십니다"

  

 

 

 

 

 

 

'지나친 음주는 암의 보이지 않는 씨앗이다.'

 

음주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무시무시한 말이다. 그럼에도, 술에 취한 한국사회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건전한 음주문화를 조성하려는 각고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다시피 했다. 우리나라 음주율은 그야말로 위험수위다. 성인 음주자 3명 중 1명은 사망이나 질병, 사고발생 등을 가져올 수 있는 고위험 음주자로 조사되고 있다. 음주로 말미암은 사회경제적 비용은 엄청나다. 10년전인 2004년에 당시 국내총생산(GDP)의 2.9% 수준인 20조990억원에 달했다. 세월이 흘렀으니 지금은 그 규모와 비율이 더 늘었을 것이다.

 

술로 말미암은 폐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 과음은 남녀 성별, 연령에 상관없이 각종 질병을 일으키는 직접적 원인으로 꼽힌다. 이를 증명하는 연구결과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보자.

 

술 마시는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자궁경부암에 걸릴 위험이 더 크다. 국립암센터 암 역학관리과 김미경 박사팀의 결론이다. 연구팀은 2002~2011년 국립암센터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여성 11,140명 중에서 자궁경부암 유발에 관여하는 고위험군 인유두종바이러스(HPV)에 감염된 922명을 추적조사했다. 조사결과, 매일 알코올 15g(소주 한 잔에 해당) 이상 마신 여성은 지속적으로 HPV에 감염돼 있을 확률이 아예 술을 마시지 않거나 적게 마시는 여성과 견줘, 최대 8.1배까지 높아졌다.

 

 

술은 뼈마저도 쉽게 허물어지게 한다. 뼈 조직으로 가는 혈액순환에 장애가 생겨 뼈 세포가 죽는 골괴사증 환자가 여성보다 남성이 많은데, 그 주요 이유 중 하나가 골괴사증이 음주, 흡연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오현철 정형외과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골괴사증은 과도한 음주와 관련된 경우가 많다"라며 "적절한 음주습관을 유지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과음은 또한 당뇨병을 유발한다. 질병관리본부 김원호 박사 연구팀이 실험쥐에 알코올을 먹여 실험한 결과를 보면, 지나친 음주는 당대사 기능을 떨어뜨려 몸속 혈당을 높임으로써 당뇨를 일으켰다.

 

지나친 음주는 젊은 층의 뇌졸중과도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있다.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신상도 교수팀과 가천의대 길병원 응급의학과 조진성 교수팀이 2007년 11월~2009년 10월 허혈성 뇌졸중으로 전국 29개 응급의료센터를 찾은 25,818명을 젊은층(15~45세)과 노년층(46세 이상)으로 나눠 발병 원인과 치료 결과 등을 비교 분석해 봤다. 그랬더니, 40세 중반 이전 나이의 비교적 젊은층에서의 과도한 음주와 흡연이 뇌졸중 발생과 연관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뇌졸중을 미리 방지하려면 젊을 때부터 금연과 절주를 생활화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말이다.

 

잘 알려졌듯 음주는 치매에도 악영향을 끼치며, 비만의 가능성도 높인다. 대한보건협회가 2012년 질병관리본부의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남성 2,496명, 여성 3,447명의 음주행태를 분석한 결과, 평소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이 적게 마시는 사람보다 비만일 공산이 컸다. 평소 음주량이 소주 1~2잔 이하인 사람을 기준으로 비만 가능성은 평균 5~6잔인 사람이 1.29배로, 소주 1병에 해당하는 7~9잔인 사람은 1.65배로, 10잔 이상은 2.36배로 높아졌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평소 얼마나 술을 많이 마셨으면, 최근 들어서는 알코올성 간질환으로 간 이식 수술을 받는 환자도 급증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간 이식팀의 조사결과, 이 병원이 간 이식 수술을 처음 시행한 1994년 4월부터 2004년 11월까지 알코올성 간질환 비중은 2.6%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1년 4월~2013년 11월에는 그 비중이 15.1%로 급증했다. 무분별한 음주가 불러온 참혹한 결과인 셈이다.

 

급기야 지나친 음주는 우리나라 국민의 수명마저 단축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5월 나온 세계보건기구(WHO)의 '2014년 알코올 및 건강 세계현황 보고서'를 보면, 한국은 최고 점수(5점)의 '알코올 손실수명연수' 점수를 받았다. 이 점수는 WHO가 각국 국민의 수명이 알코올(술) 때문에 줄어드는 정도를 분석해 1부터 5까지 점수를 매긴 것이다. 한국은 194개 조사대상국 중에서 프랑스·러시아 등 32개국과 함께 수명손실이 가장 큰 그룹에 속했다.

 

이처럼 술 때문에 온갖 문제가 발생한다. 그런데도 한국문화의 특성상 술자리에서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거절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아예 술자리에 가지 않는 게 상책이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어떻게 하면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 음주 거절을 할 수 있을까?

 

 

국건강증진개발원이 음주 권유를 받았을 때 거절하는 데 필요한 대처 기술 들을 공개했다. 

 

무엇보다 단호해야 한다. 바른 자세로, 똑바로 서거나 앉은 채, 상대의 눈을 쳐다보며, 분명하고 확고하지만 친근한 목소리로 간단하"안 마십니다" 혹은 "사양합니다"라고 말한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술 대신 다른 음료수를 마시고 싶다면 "술을 마시지 않습니다. 대신 사이다를 마시겠습니다"라고 하면 된다. 이 과정에서 특히 주의할 점이 몇 가지 있다. 

 

축되거나 움츠러들어 점차 잦아드는 작은 목소리로 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는 술을 마시고 싶으니, 누가 나를 좀 설득해줬으면 좋겠다는 인상만 심어줄 뿐이다. 상대가 음주를 권유하거나 압력을 가할 때 농담이나 웃음으로 대해거나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꺼내서도 안 된다. 필요하지도 않고 사교적으로도 도움이 되지 않는 행위일 뿐이다. 

 

 

그런데도, 끈질기게 계속 술을 마시라고 권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러면, 일단 화제를 바꿔서, 다른 대체 활동을 함께하자고 하거나 다른 대체 음료수나 음식을 먹자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그래도 안 되면, 마지막 수단으로 점차 노여운 목소리로 언성을 높이면서 술을 권하는 상대의 행동 변화를 요청하고, 그것마저 통하지 않으면, 아예 피해 버려야 한다. 

 

글 / 서한기 연합뉴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