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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생활

손발 저림의 계절, 증상으로 원인 구별 가능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주위에서 “손발이 저리다”는 사람이 흔해진다. 손발 저림 증상에 대한 반응은 대개 둘 중 하나다. “그쯤이야” 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거나 진통제로 해결하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뇌졸중 아닐까” 하며 덜컥 겁부터 먹는 경우도 있다. 물론 금방 좋아질 만큼 경미한 증상일 수도 있고, 반대로 심각한 병의 전조 증상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어느 쪽인지 판단하기 위해선 증상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주의 깊게 살피는 게 우선이다. 그래야 정확한 원인을 빨리 파악할 수 있고, 그만큼 치료도 쉬워진다. 증상에 따른 손발 저림의 원인을 짚어보기로 한다. 

 

 

 새끼손가락 저리냐 안 저리냐

 

추운 날씨에 손이나 발이 저리다고 느끼면 많은 이들이 혈액순환이 잘 안 돼서일 거라고 생각해 무작정 혈액순환 개선제를 복용하곤 한다. 실제로 기온이 갑자기 떨어지면 말초혈관이 수축돼 혈액 순환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 때문에 나타나는 저림 증상은 손과 발에 모두 나타나고, 손은 손가락 다섯 개가 모두 저리다. 시린 증상이 함께 나타나기도 하는데, 주로 손 끝부분부터 시리기 시작한다. 

 

이와 달리 발은 괜찮고 손가락만 저리다고 할 때는 혈액순환 문제가 아니라 손목터널증후군(수근관증후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새끼손가락은 제외하고 엄지손가락부터 네 번째 손가락 절반 부분까지 저리는 게 보통이고, 대개 손바닥 쪽이 많이 저린다. 저린 증상이 주로 밤에 나타나는데, 잠에서 깰 정도로 심한 경우도 많다. 손가락 감각이 둔해지기도 한다. 손목 부분에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에서 신경이 눌려 생기는 증상이다. 처음엔 가사일이나 운전 등 손을 많이 쓰는 일을 하고 난 뒤에만 증상을 느끼다가, 시간이 지나면 엄지손가락에 힘이 없어지면서 손바닥 근육까지 위축돼 단추를 잠그거나 전화기를 들거나 방문을 여는 등의 일상적인 동작에도 지장이 생긴다. 

 

 

발등? 발바닥? 다리 옆 아니면 뒤?

 

반대로 발만 저린 경우도 있다. 발등은 괜찮은데 발바닥만 유독 저린 증상을 경험한다면 과거 발목을 삐었던(염좌) 적이 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바로 그때 발목 부위를 지나가는 신경이 눌리면서 발바닥이 저리는 증상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당뇨병을 앓는 사람이나 술을 많이 마신 사람도 이와 비슷하게 발에서 시작되는 저린 증상을 느낄 수 있다. 이때의 특징은 증상이 아래에서 위로 퍼진다는 점이다. 양쪽 발가락부터 저리기 시작해 점차 발목, 무릎까지 증상이 올라오고, 심한 경우에는 결국 손가락까지도 저리게 된다. 반면 처음부터 손이나 발이 아니라 다리가 저리다면 다리를 오랫동안 꼬고 있거나 책상다리를 장시간 하고 있었기 때문일 수 있다. 이런 자세로 오래 있으면 무릎 부위의 신경이 눌릴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자세 때문에 생긴 다리 저림은 허리 디스크로 인한 증상과 비슷하다. 허리 척추에 이상이 생기면 보통 다리의 옆부분과 뒷부분이 저리게 된다. 특히 대퇴골 옆부분에서 저린 감각을 느끼는 사람은 갑자기 살이 찌거나 임신 중인 경우도 종종 있다. 무게 때문에 가랑이 아래를 지나가는 신경이 눌리는 것이다. 

 

이처럼 다리의 저림 증상은 부위별로 원인이 다양하기 때문에 특히 세심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 디스크 때문에 나타나는 저림 증상은 특히 기침을 하거나 용변을 볼 때처럼 힘을 주면 심해진다. 

 

 

시작 시점이 명확히 기억난다면

 

허리가 아닌 목 부위의 디스크는 엄지와 둘째, 셋째 손가락에 저린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이 역시 힘을 쓰는 동작을 하면 좀더 심해진다. 만약 팔꿈치를 다쳤던 적이 있는데 새끼손가락과 네 번째 손가락이 유독 저린 사람은 다친 부위를 다시 검사해보길 권한다. 팔꿈치가 변형되면서 일부 신경이 늘어나 저린 증상이 생기기도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손발 저림 증상은 언제 시작됐는지 정확히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전날은 아무렇지 않았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손발이 저리다든지, 식사 전까진 괜찮았는데 식사하고 나서 갑자기 저리다는 등 증상이 시작된 시점을 유독 명확히 기억하는 환자가 있다. 이런 경우엔 뇌졸중을 의심해봐야 한다. 손발뿐 아니라 입술 주위도 저리면서, 팔다리에 힘이 빠지는 운동장애 증상까지 함께 나타나는 사람이라면 더욱 뇌졸중일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방치는 절대 금물

 

손발 저림의 원인을 파악했으면 적절한 치료를 되도록 빨리 시작하는 게 좋다. 이를테면 손목터널증후군인 경우엔 손으로 가는 신경 3가지 중 어느 신경이 어디에서 눌려서 증상이 나타나는지 근전도 검사 등을 통해 좀더 확실히 판단한 뒤 최선의 치료법을 결정해야 한다. 심하지 않으면 손목을 쉬게 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증상이 개선되지만, 신경이 지나는 통로를 수술로 넓혀줘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뇌졸중이 손발 저림의 원인이라면 고혈압, 흡연, 고지혈증 같은 위험인자를 줄이는 게 기본이고, 디스크 때문이면 물리치료와 수술 등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당뇨병이 원인인 경우엔 혈당 조절이 우선이고, 술 때문에 손발이 저린 사람은 일단 금주하면서 비타민제 복용을 의사와 상의해보는 것도 좋다.

 

무엇보다 주의해야 할 점은 손발 저림을 가볍게 여기고 방치하거나 잘못된 민간요법에 의존하느라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신경이 눌린 채 방치하다 근육이 위축되거나 장애가 생기면 수술을 한다 해도 근육의 기능이 완전하게 회복되지 못할 수 있어 좋은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글 / 한국일보 산업부 임소형기자
(도움말 : 김우경 고려대의료원장, 권기한 한림대한강성심병원 신경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