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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생활

음악이 흐르는 삶

 

 

 

 

 

음악과 인생. 인류의 역사에서 가장 친밀한 단짝이 아닐까 싶다. 짝궁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은 골치아픈 일이고 인류탄생 태고적부터 음악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았을까. 하기야 음악이란 게 결국 소리의 변형이니 이런 추측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당연히 음악은 악보없이 탄생했고, 종교와 어우러져 엄숙함이나 신비감을 더했을 것이다. 고단한 민초에게는 위로를 주는 소리, 고상한 신분에는 우아함을 상징하는 소리였을 것이다. 그런 소리(음악)는 춤과 짝을 짓고, 악기와 호흡을 맞추며 품격(?)을 높였을 것이다.  

 

 

음악과 인간…그 동고동락의 세월

 

결국 음악은 서양기준으로 전통음악-중세 유럽음악-고전주의 음악-낭만주의 음악-20세기 현대 음악이란 큰 흐름에서 수시로 속옷과 겉옷을 바꿔입으며 인류와 동고동락을 해온 셈이다. 17∼18세기에 전성기를 구가한 대규모의 종교적 극음악을 일컫는 오라토리오, 관악·타악·현악기가 총 출동해 ‘세상에서 가장 큰 악기’라고 부르는 오케스트라, 관현악으로 연주되는 다악장형식의 악곡을 의미하는 교향곡, 적은 인원으로 연주되는 기악합주곡을 뜻하는 실내악 등 음악관련 용어도 무수하다. 현대에는 오페라, 뮤지컬까지 가세하니 음악의 역사도 철학만큼이나 복잡하고 깊다. 

 

개인적으론 오페라, 뮤지컬, 교향곡처럼  ‘품격’(?)있는 음악을 자주는 접하지 못하고 산다. 게으르고 음악적 소양이 부족한 탓이다. 이런 나에게 한 가지 변화가 생겼다. 2013년 봄부터 등산을 시작하면서 ‘대중가요’에 매력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좀 그럴싸하게 포장하면 ‘가요의 재발견’이다. 요즘 대세라는 아이돌이나 걸그룹은 아무래도 세대차가 있고 7080세대, 아니면 좀 적당히 흘러간 노래가 제격이다. 

 

‘유레카!’ 수준은 아니지만 재발견은 가요의 가사다. 바위를 벗삼아, 때로는 한적한 곳에 둥지(?)를 틀고 음악을 들으면 가사가 귀에 쏙쏙 꽂힌다. 젊은 시절 그냥 스쳐간 노랫말들이 가슴 깊이 들어온다. 따스한 햇볕, 시원한 바람이 어우러지면 그 꽂힘은 더 깊어진다.

 

 

추억을 낚아 올리는 최고의 미끼

 

기억을 낚아 올리는 최고의 미끼는 음악이다. '영화 <마담 푸르스트의 비밀정원>에 나오는 대사다. 난 영화를 보다 이 대사에 속으로 박수를 쳤다. 참으로 맞는 말이다. 음악은 마음에 옛 풍경을 담아준다. 기억.추억도 낚아올린다. 그러니 노래 한곡은 한편의 스토리다. 추억이 있고, 기쁨이 있고, 좌절도 있다.

 

『사노라면 언젠가는 밝은 날도 오겠지/흐린 날도 날이 새면 해가뜨지 않더냐/새파랗게 젊다는게 한밑천인데/째째하게 굴지말고 가슴을 쫙펴라..비가 새는 작은 방에 새우잠을 잔데도/고운 님 함께라면 즐거웁지 않더냐/오손도손 속삭이는 밤이 있는 한/째째하게 굴지말고 가슴을 짝펴라/내일은 해가 뜬다 내일은 해가 뜬다..』

 

어느날 마음을 짓누를 우울을 산꼭대기에 흩날려준 들국화의 <사노라면> 노랫말이다. 흐린 날도 날이 새면 해가 뜬다. 그렇다. '사노라면' 움츠리고 기죽을 일은 수시로 찾아오는 불청객이다. 하지만 날이 새면 어김없이 해가 치솟 듯 수시로 어깨를 쫘~악 펴고, 세상을 정면으로 마주해야 한다. 새파랗게 젊다는 것, 건강하다는 것, 아직 열정이 있다는 것은 분명 삶의 한밑천이다. 인생은 그 '밑천'으로 꿈과 희망을 키우는 것이다.

 

 

마음을 힐링하는 묘약

 

음악은 혼탁한 영혼을 맑게 하는 영험이 있다. 세상에 음악을 좋아하는 악인이 거의 없는 이유다. 음악에서 멀어지면 마음에도 그만큼 먼지가 낀다. 음악은 공짜 치유제다. 돈을 들이지 않고도 마음을 힐링하는 값진 약이다. 마음이 산란하고 불순물이 낀다 싶으면 음악을 좀 가까이 둬봐라.

 

'음악과 인생', 둘이 태고적부터 동반자인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음악은 대중가요처럼 가사로만 삶에 메시지를 주는 건 아니다. 교향곡은 음(音) 자체로 진한 감동을 준다. 때론 무언극이 대사 이상의 의미를 담는 법이다. 전통음악, 대중가요, 교향곡, 오페라, 뮤지컬…. 선택은 취향의 문제지만 ‘음악의 재발견’으로 바쁜 삶속에 방치된 정신을 한번 힐링해 보는 건 어떨까.

 

글 /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