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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생활

1월 제철 수산물! 영양가득 매생이 & 양미리 효능

  

 

 

 

 

 

 

 

 

 

 

경남 진해에서 태어난 정일근 시인은 '매생이'란 시에서 "다시 장가든다면 목포와 해남 사이쯤 매생이국 끓일 줄 아는 어머니를 둔 매생이처럼 달고 향기로운 여자와 살고 싶다. 뻘바다에서 매생이 따는 한겨울이 오면 장모의 백년손님으로 당당하게 찾아가 아침저녁 밥상에 오르는 매생이국을 먹으며 눈 나리는 겨울밤 뜨끈뜨끈하게 보내고 싶다…"고 썼다.

 

해양수산부가 1월의 웰빙 수산물'로 선정한 매생이와 양미리(까나리)는 요즘이 제철이다. 요즘 매생이의 주산지인 전남 장흥·완도 등 남해안 일대 포구에선 매생이를 다듬느라 마을 아낙네들의 일손이 바쁘다. 건져 올린 매생이를 바닷물로 헹군 뒤 물기를 빼고 성인 주먹만 한 크기로 뭉친다. 생김새와 크기가 옛 여인의 쪽진 뒷머리와 비슷하다. 이 한 뭉치를 재기라 한다. 재기 하나면 네 명이 매생이국을 끓여먹기에 충분하다.

 

 

 

 

  

 

겨울철 동해안에선 어선이 그물을 육지에 내려놓으면 아낙네들이 쪼그리고 앉아 양미리를 그물에서 떼어낸다. 이런 작업을 동해안에선 '양미리 딴다', '양미리 베낀다' 라고 한다. '양미리 따기'의 노하우는 그물 사이에 촘촘히 박힌 까나리를 생채기 내지 않고 빼내는 것이다. 매생이는 설날 아침 가족들과 함께 '후루룩' 먹는 매생이 굴 떡국에 들어간다. 매생이 뿐 아니라 굴도 이맘 때가 제철이니 매생이 굴 떡국의 맛과 영양이 기막힐 수밖에 없다. 매생이는 엄동설한의 부실한 밥상을 지켜주고 입맛을 돋우는 고마운 해초다. 이름도 '생생한 이끼를 바로 뜯는다'는 의미인 순 우리말이다. 녹색 해조류인 매생이는 어릴 때 짙은 녹색이지만 자라면서 연녹색으로 변한다. 다 자라면 보통 길이가 10~30cm, 굵기가 3mm 안팎이다. 머리카락보다 가늘어서 '실크(비단) 파래' 란 별명이 붙었다. 실제로 매생이는 파래의 일종이다.

 

영양적으론 저열량·저지방·고단백질·고칼슘·고철분·고식이섬유·고엽록소 식품이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단백질이 100g당(마른 것 기준) 20.6g이나 들어 있다. 변비를 예방하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는 식이섬유가 해조류 중 가장 풍부한 것도 돋보인다(100g당 5.2g). 특히 알긴산이란 수용성(水溶性) 식이섬유가 많이 들어있다(미끈미끈한 서운). 알긴산은 체내에서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각종 노폐물을 체외로 배출시키는 작용을 한다. 운동 부족으로 체중이 불기 쉬운 겨울철에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유용하다. 열량이 100g당 125kcal(마른 것, 생 것 15kcal)로 낮은데다 식이섬유가 일찍 포만감이 들게 해서다.

 

 

 

 

 

 

뼈, 치아건강과 성장 발육을 돕고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칼슘(100g당 574mg), 빈혈을 예방하는 철분(43.1mg)이 풍부한 것도 장점이다. 어린이, 노인, 임산부에게 추천하는 것은 이래서다. 녹조류의 일종이어서 '푸른 혈액'으로 통하는 엽록소도 많다. 매생이는 가늘고 부드러우며 김이 섞이지 않은 것이 상품이다. 조리할 때 매생이를 너무 오래 끓이면 녹아 물처럼 되므로 살짝 익혀 먹는 것이 좋다. 참깨나 참기름을 넣으면 고소한 맛이 더해진다. 대개 국, 부침개, 칼국수 등에 넣어 먹는다.

 

매생이는 숙취해소에 효과적이어서 겨울철 매생이국은 술국으로 통한다. 매생이엔 애주가에게 유익한 아스파라긴산(아미노산의 일종)이 콩나물의 세배가량 들어 있다. 매생이국은 팔팔 끓여도 김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성질 급한 사람은 입안 화상을 입는다.매생이국 먹다가 입천장이 덴 사람이 한둘이 아니어서인지 "딸에게 못살게 구는 사위에게 장모가 끓여주는 매생이국" 이란 속담도 있다. 매생이국은 차게 해서 먹어도 맛은 괜찮지만 예쁘게 먹긴 힘들다. 너무 부드러워서 한 수저를 뜨면 주르륵 흘러내려서다. 머리를 숙이고 자세를 낮춘 채 '후루룩' 소리를 내며 먹으면 한입에 쏙 넣을 수 있다. 소리를 크게 낼수록 매생이가 덜 흘러내린다.

 

 

 

 

 

 

양미리는 '동해안 까나리'다. 동해안의 양미리와 서해안의 까나리는 같은 종류의 생선이다. 양미리나 앵미리는 까나리의 강원도 방언인 셈이다. 하지만 동해 바닷가에서 양미리를 까나리라고 하면 괜히 아는체 한다며 그리 환영받지 못한다. 남해안에서도 큰 까나리를 양미리라 부른다. 어린새끼는 곡멸(曲蔑)이라고 불린다. 새끼를 말리는 도중 모양이 반원처럼 휘어져서다. 이렇게 말린 까나리는 마른 멸치 대용품으로 유용하다. 서해안에선 주로 봄에 어린 까나리를 잡아 젓갈을 담근다. 동해안에선 겨울에 다 자란 양미리를 잡아 굽거나 찌개를 끓이거나 졸여서 먹는다. 양미리는 '양'과 '미리'의 합성어로 양(洋)은 바다, 미리는 용처럼 생긴 미꾸라지를 일컫는다. '바다 미꾸라지'란 뜻이다. 하지만 등이 푸른 붉은 살 생선인데다 배는 은백색이고 주둥이가 뾰족해 미꾸라지보다 꽁치에 더 가깝다.

 

양미리는 한국, 일본, 사할린, 오호츠크 해 등에 분포하며, 몸길이는 15~20cm정도, 한류성 생선이어서 늦가을부터 한겨울까지 동해안에서 많이 잡힌다. 특히 속초 앞 바다의 양미리는 씨알이 굵은 데다 육지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바다에서 잡히므로 싱싱하다. 양미리 회는 속초 주변이 아니면 맛보기 힘든 별미다. 양미리는 등 푸른 생선의 일종이다. 등 푸른 생선답게 DHA, EPA 등 오메가-3 지방(불포화 지방의 일종)이 풍부하다. 또 뼈와 치아 건강을 돕는 미네랄인 칼슘이 멸치 못지않게 풍부하다(생것 100g당 371mg, 같은 무게 멸치 509mg, 전어 210mg, 우유 105mg), 멸치, 전어처럼 뼈째 먹기 때문에 칼슘을 충분히 섭취 할 수 있어 어린이 성장발육에도 이롭다. 단백질(100g당 17.6g), 철분(빈혈 예방)이 풍부한 것도 돋보인다.

 

 

 

 

 

 

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싱싱한 양미리에 굵은 소금을 뿌린 뒤 내장을 꺼내지 않고 즉석에서 구워먹는 소금구이는 맛이 기막히다. 요즘 잡은 암컷의 몸엔 '살 반 알 반'이라 할 만큼 알이 가득하다. 알은 구우면 입안에서 풀어지고 말린 것을 찌개에 넣거나 졸이면 약간 쫀득한 식감이 난다. 수컷엔 하얀 정액 덩어리(이리)가 들어 있는데 씹어 먹으면 고소한 맛이 느껴진다. 구득하게 말린 뒤 찌개에 넣어 먹어도 맛있다. 꾸덕꾸덕 말려 3cm 정도로 토막 낸 양미리를 양념간장에 조린 뒤 밥상에 올리면 훌륭한 겨울 반찬이다. 밥맛을 잃은 노인이나 어린이의 보양식, 애주가의 술안주용으로도 그만이다. 칼국수, 회, 찌개 등 다양한 요리법이 있으며 '바다 미꾸라지'라는 별명답게 갈아서 추어탕처럼 끓여 먹기도 한다 강릉에선 간장, 청주, 마늘, 생강 등으로 양념한 조림을 별미로 친다. 붉은 살 생선이어서 신선도가 빠르게 떨어지고 육질이 약간 질기다는 것이 양미리의 약점이다. 잔뼈가 많고 비린내가 강한 것도 지적된다.

 

글 / 중앙일보기자 박태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