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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살아가는 이야기

전철 안 외국 근로자의 빈 옆자리가 씁쓸했던 이유

 

    이른 새벽, 여느 때처럼 운동을 하기 위해 헬스장으로 바삐 걷던 중 공중전화 박스 안에 있는 
    한 외국인 노동자를 보았다.
그저 약간의 호기심에 걸음의 속도를 늦추고 그 청년을 지켜봤는데…. 
    앗, 그가 울고 있었다. 한손으로 연신 눈물을 훔치며 통화를 했다.

 

지금의 내 아내도 20대 간호사 시절, 사우디아라비아에 근로자 파견을 나가 3년간 근무하다 돌아온 경력이 있는데 그때
너무나 고국이
그립고 부모님이 보고 싶었다는 얘기를 들은 터라 전화기를 붙잡고 울고 있는 그 청년에게 안쓰러움이
생겼다.


아침이 되면 자기가 일하는 직장으로 출근을 해야 할 텐데 그는 아마 잠자는 시간을 줄여서 고향의 어머니께 전화를
하면서 애틋한 마음을 전하고 있는 듯 했다. 음료수 하나 마시기 위해 슈퍼에 들렀다가 나왔는데 그는 여전히 통화를
하고 있었다. 이미 카드 하나를 다 써버렸는지 새로운 카드를 넣고 있었다.


헬스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았다. 우리보다 조금 어려운 나라에서 온 노동자들은 한국의 3D직종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 열악한 근무환경이나 노동 강도에 비해 적은 보수도 그들이 겪는 어려움일 테지만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타국에서 겪는 외로움, 멀리 있는 조국에 두고 온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일 것이다.


주말에 거리를 나가보면 외국인 노동자들끼리 물건을 사러 나온 모습이나 시내를 구경하는 모습을 쉽게 접한다.
종종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를 먹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들이 한국인들과 친구가 되어 어디를
다니는 모습을 아직 보지 못했다.


그들은 이 땅에서 친구가 없는 이방인이다. 반면에 미국인이나 우리보다 더 낫다고 여겨지는 나라에서 온 외국인들이 한국
친구들과 다니는 모습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외국인 노동자들과 비교해 본다면 이들은 손님으로서 대접을 잘 받으면서
한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듯하다.


한 달 전 일이다.
전철 안에서 앉아 있는 한 여성의 옆자리가 비었는데 그 빈자리에 마침 탑승한 동남아 근로자가 앉자마자
이 여성은 그를 피해 휑하니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쪽으로 가버렸다. 이 동남아 근로자가 얼마나 큰 자괴감을 느끼고 난감
했을까.


나는 그 여성의 편견 때문에 마음에 상처를 받았을 이 동남아 근로자에게 미안한 마음이 생겨 서둘러 옆에 가서 털썩
앉았다. 그
리고 어디서 왔냐고 물었더니 팔리핀이라고 했다. 약간의 대화를 나누었는데 이야기 하는 내내 노골적으로
꺼림칙하다는 것을 러낸 그 여성 때문에 참으로 착잡하고 부끄러웠다.

몇 년 전 작은 염색 공장에서 일을 한 적이 있다. 그곳에도 역시 외국인 노동자들이 있었는데 참 열심히 일을 했다.
물론 숙련도가 떨어져
실수도 더러 하고 작업 시간을 못 맞추기도 했지만 그들로서는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밥을 먹는
시간이면 우리와 외국인 노동자들이 말
은 잘 통하지 않아도 함께 즐겁게 식사하곤 했었다. 그들도 친구였기에….

훌륭한 국가와 국민은 강하고 부유한 것만으로 될 수 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포용력 넓고 이해심 깊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민족이 가장
위대하고 훌륭한 국가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루빨리 우리 모두 그렇게 되길 소망해 본다.

 

유병화 / 경상남도 창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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