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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생활

[독감 백신] 새로나올 비싼 독감백신 기대…제값 할까 우려도

    

 

 

 

 

 

 

 

오랜 겨울이 점차 물러가고 새봄이 다가오고 있는데 뒤늦게 독감(인플루엔자)이 유행하면서 병의원마다 환자들로 북새통이다. 홍콩과 미국 등 외국들도 독감으로 몸살을 앓는 중이다. 문제는 백신을 접종한 사람들조차 독감을 심하게 앓는 등 예방접종의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가운데 오는 가을 독감 예방접종 시즌에는 국내에 새로운 백신이 다수 출시될 전망이라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편에선 신기술이 적용된 첨단 백신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지만, 또 다른 한편에선 과연 가격 대비 얼마나 효능을 발휘할 지에 대한 의문도 커지는 상황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전국 200개 의료기관이 참여한 독감 표본감시 결과 2월 8~14일 인플루엔자 의사 환자는 외래 환자 1,000명당 41.6명으로 조사됐다. 1주일 전인 2월 1~7일에 기록된 29.5명보다 12.1명이나 증가한 수치다. 유행 기준인 외래 환자 1,000명당 12.2명은 이미 지난달 넘어섰고, 직후 전국에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도 내려졌다. 그 뒤 독감 증세로 병의원을 찾는 환자는 계속해서 빠르게 느는 추세다. 특히 최근 조사된 의사 환자 중엔 7~18세의 아동과 청소년이 많아 개학을 앞둔 학부모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독감이 유행하고 있는 홍콩과 미국 등에서 기존 독감 백신의 효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소식까지 속속 들려오면서 예방접종에 대한 의구심이나 불안감마저 나타나는 상황이다. 

 

  

 

  

 

실제로 미국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올해 독감 백신의 예방 효능이 30%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실정이다. 독감 백신은 해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다양한 종류의 독감 바이러스 유형 중 바로 다음 시즌에 유행할 유형으로 예측한 3가지를 포함하도록 만들어진다(3가 백신). 이 유형에 맞아떨어지지 않는 바이러스가 유행할 경우 예방접종은 별 소용이 없게 되는 것이다. 미국에선 올해 독감 백신에 포함되지 않은 유형의 변종 바이러스가 유행하면서 예방접종의 효과가 크게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홍콩도 마찬가지다. 변종 바이러스 때문에 백신을 맞았어도 감염되는 사례가 늘었다고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으로 최근 세계 각국에선 4가 백신 접종이 확산되는 추세다. 기존 3가 백신 보다 예방할 수 있는 독감 바이러스 유형을 한 가지 더 추가한 것이다. WHO의 예측이 항상 정확히 들어맞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되도록 여러 종류의 바이러스를 예방해두는 게 좀 더 안전할 거라는 예상 때문에 4가 백신 도입 국가가 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대만, 홍콩 등이 이미 4가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선 한 다국적제약사의 4가 백신이 지난해 처음으로 시판 허가를 받아 올 가을 독감 예방접종 시즌에 맞춰 출시될 전망이다. 국내 제약사 두 곳도 나란히 4가 백신을 개발해 한창 막바지 임상시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들 제약사가 모두 계획대로 4가 백신을 내놓는다면 당장 올 가을부터 소비자들은 병의원에서 4가 백신을 맞을 수 있게 된다. 그런데 비용이 문제다. 영·유아나 고령자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독감 예방접종에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동네 병의원에서 보험 적용이 안 되는 3~4인 가족이 모두 기존의 3가 독감 백신을 맞으려면 보통 10만원 안팎이 든다. 4가 백신은 당연히 이보다 접종 비용이 비싸리라고 예상된다. 경제적 부담 때문에 접종을 망설이는 경우도 생길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더구나 올 가을에는 제조 방식이 기존 제품과 전혀 다른 새로운 백신도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기존 백신들은 대부분 주요 성분인 독감 바이러스를 계란(유정란)에 주입해 키워서 대량생산한다. 그러나 이는 생산 기간이 6개월 이상으로 오래 걸리고, 계란 공급에 생산량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단점이 있다. 계란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백신을 맞기 어렵다는 점도 오래 전부터 한계로 지적돼왔다. 바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한 세포배양 방식의 3가 독감 백신이 개발돼 지난해 국내에서 시판 허가를 받은 것이다. 계란 대신 개나 원숭이 같은 동물세포에서 바이러스를 키워 만들기 때문에 생산 기간이 2개월 가량으로 줄어들고, 계란 알레르기와 무관하게 접종이 가능하다. 그런데 생산 단가가 아직 유정란 방식보다 2,3배 비싸다. 이런 점 때문에 세포배양 독감 백신은 기존 유정란 백신보다 가격이 높아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새로운 독감 백신을 내놓을 제약사들 간에는 벌써부터 미묘한 신경전이 팽팽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4가 백신이 과연 3가 백신보다 훨씬 나은 예방 효과를 보일지, 세포배양 백신이 지난 수십 년 간 안정성이 입증돼온 유정란 백신을 누를지, 또 새 백신들이 임상시험으로는 효능과 안정성이 확인됐지만 실제 시장에서 같은 효과를 발휘할지 등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소비자들도 좀더 관심을 갖고 본격 독감 예방접종 시즌 전 각 백신별 과학적, 산업적, 경제적 측면을 미리 숙지해둘 필요가 있다.


 
글 / 한국일보 산업부 임소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