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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살아가는 이야기

사인사색 - 좋지 아니한가?

 

 

 

 

 

 

 

 

"날도 더운데 집에서 밥해 먹지 말고 오랜만에 나가서 먹을까?" 아내의 한마디에 우리가족은 여느 퀴즈 프로그램에서처럼 재빨리 버저를 누르며 제각기 다른 답을 내뱉었다. 나는 삼겹살, 아내는 아귀찜, 아들은 소고기, 딸은 탕수육. 달라도 어찌 이만큼 다를 수 있을까? 서로의 확고한 의견을 수렴해서 결국 우리가족의 저녁 식사 메뉴는 통닭이다. 우리 가족은 너무나 '다르다'. 식사 메뉴를 정하는 사소한 것부터 다소 큰 부분까지 뚜렷한 개성을 보인다. 이제부터 재미삼아 혈액형별 우리가족의 성격 탐구를 해보겠다.

 

 

 

 

 

다소 소심한 성격으로 널리 알려진 a형인 우리 집안의 장남은 어릴 때부터 조용하지만 큰(?)사고를 많이 쳤다. 조용조용한 성격이지만, 축구하다 다리를 다치고, 야구하다 팔뼈를 부러뜨리고, 놀러 갔다 오면 상처를 달고 오기 일쑤였다. 활동적인 유년시절 이후에도 친구들과 야외에서 노는 활발함과 동시에 부모님, 선생님 말 잘 듣고 모범적인 모습과 함께 축구, 야구, 농구, 인라인 스케이트 등의 야외 활동도 하는 아이였다.

 

일반적으로 조용하고 소심하다고 알려진 a형과 다른 점이 있다면 활동적이고, 조용하지만 자기주장을 내세우는 고집을 들 수 있다. 중학생이 되면서 다이어트를 통해 살을 빼기 위해 식단조절을 한다거나 새벽까지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 자신이 한다고 하는 것은 밀어붙이는 남자다운 성격도 가진 것 같다.

 

 

 

 

 

아내를 보면 참 바르다는 느낌이 든다. 법 없이도 살 사람처럼 올곧다. 다른 사람에 비해 뒤쳐지지도 유별나게 튀지도 않는 성격을 가졌다. 매사에 철두철미하기 때문에 간혹 즉흥적이지 못해서 단조롭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계획대로 움직이는 것이 시간도 절약되고 알차게 일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을 결혼 생활 시작부터 느꼈기 때문에 지금은 아내의 성격을 존중하고 따르는 편이다.

 

사실 결혼 초기에는 즉흥적인 나의 성격과 달라 아내의 사고방식 전반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곧 아내의 성격처럼 짜여 진 계획이 있어야 같은 시간이 주어지더라도 더 잘 보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계획이외에도 가계부 적기나 통장정리, 시장을 봐야 할 때 메모 같은 집안일을 기록해 두기 때문에 집안 살림을 구석구석 모르는 것이 없다. 이로써 우리 집의 실질적 보스(?)는 아내로 밝혀졌다. 100점 만점 아내가 나와 함께 우리 집을 이끌어 줘서 고맙다.

 

 

 

 

 

2005년에 개봉한 “B형 남자친구”는 모든 b형들의 원성을 샀다. 하지만 딸을 가까이서 지켜본 바, 우리집의 분위기를 좌지우지하는 '봄 날씨'같은 아이다. 봄날의 햇살처럼 애교만점인 막내모습과 더불어 겨울바람처럼 까칠하기 때문이다. 딸아이의 어릴 적 사진을 보면 대부분이 삐져있거나 뾰로통한 표정이다. 이처럼 즐거웠다가 바로 심통을 부리는, 앞뒤 다른 일분일초 갈대 같은 마음덕분에 집안 분위기가 얼음장이 되기도 하고 꽃밭이 되기도 한다.


그 분위기를 감지하기 어렵지만, 질투나 어리광이라기 보다는 자신을 사랑해 달라는 신호로 보인다. 그래도 어린 시절부터 엄마아빠의 안마는 물론이고 집안 청소나 정리정돈을 하는 애교쟁이 효녀였다. 고등학생때는 사춘기여서 그런지 공부에 흥미가 없어 보였지만 대학교 입학과 동시에 꿈을 찾은 후에는 교내활동, 대외활동, 아르바이트, 공모전 수상, 해외봉사에 장학금까지 받으며 누구보다 열심히 자신의 길을 찾아 나가고 있다.

 

 

 

 

 

흔히들 AB형은 같이 지내기 어렵다고 한다. B형의 진화버전이라 감정기복이 심하다고 한다. 가족들은 나의 성격을 맞추기 참 어렵다고 한다. 특히 아내는 "밖에서는 100점짜리 남편이겠지만 집에서는 ......"이라며 말을 줄였다. 나도 인정하는 바이다. 나는 하고 싶은 것, 못해본 것이 너무 많다. 그림, 플룻, 사진, 사내 모델 등 활동적이고 대외적인 활동을 좋아한다. 한번 태어난 인생인 만큼 해보고 싶은 것은 다 해볼 예정이다. 이왕이면 나의 특기를 살려서 남들에게 봉사할 수 있으면 더 좋다.

 

그 예로 수년 동안 배운 사진기술로 무료 영정사진 봉사에 사용한다거나, 봉사에 뜻을 둔 분들과 봉사동아리를 만들어 정기적인 도움을 드리는 것이다. 사람들은 간혹 "너무 나이가 많아서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엔 너무 늦었어"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의 경우를 보고 힘을 얻었으면 한다. 아직도 나는 하고 싶은 게 많은 청춘이라 배움을 멈추지 않는다.


'다양함' 우리 가족을 대변해 주는 말이다. 비록 사인 사색의 너무나 다른 성격을 가진 우리가족이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위기가 닥쳤을 때 해결방안이 네 개나 되는 셈이다. 하나로 똘똘 뭉쳐지는 것도 좋지만 우리처럼 각자의 생각과 개성을 존중하면서 가족이라는 큰 테두리 안에 뭉쳐지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나'라는 의미가 꼭 통일된 형태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함께'라는 것이 아닐까?

 

아들과 딸을 보면 꼼꼼하고 세심한 기록가의 모습은 아내를 닮았지만, 대담하고 진취적인 활동가의 모습은 나를 닮지 않았나 싶다. 나와 사랑하는 아내를 닮은 아들과 딸이 건강하게 한 집에서 살 수 있다는 것은 커다란 축복이다. 각자 주관이 뚜렷하기 때문에 식사메뉴 뿐만 아니라 다른 부분에서도 끝나지 않는 토론은 이어지겠지만 언제까지나 이런 토론을 이어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