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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살아가는 이야기

연극인으로서의 삶과 사회복지사로서의 길





박수갈채의 희열을 맛보면 결코 놓을 수 없는 연극인의 삶, 그러나 열악한 환경의 지역 예술인에게는 또 다른 길을 가게 만든다 그것이 사회복지사의 길!!!






친구가 공연 티켓이 있다며 연극을 보여주겠다고 해서 휴일에 ‘울산중앙소공연장’을 찾았다. ‘전훈’의 작 ‘결혼전야’는 짧은 단막극이지만 탄탄한 스토리로 객석에 웃음과 슬픔, 그리고 감동을 전해주는 작품이다. 결혼을 앞둔 여자의 결혼전야 파티의 모습을 통해 어렵고 험한 삶을 살아가는 세 여자의 꿈, 사랑, 우정, 의리를 자연스럽게 표현한 작품이다. 극단 ‘광대’의 46회 정기공연작품으로 울산광역시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으로 이뤄지는 작품이다.

짧은 단막극으로 모든 연령대에 감동을 전해주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었지만, 출연진들의 연기는 수준급이었다.

극 중에 ‘길수’역과 연출을 맡은 ‘주진’배우는 17년간 연극에 몸을 담아왔지만, 현재는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생활재활교사로 근무를 하고 있는 사회복지사이다. 






대구 시민회관에서 오랜 기간 동안 무대를 담당하며 일을 해온 주진 배우의 아버지는 무대에서 이뤄지는 많은 공연을 접하면서 연극인에 대한 꿈을 품고 있었지만, 연극을 하기에는 늦은 시기로, 당신 자신의 꿈을 둘째아들인 주진 배우가 이뤄주기를 희망했다. 대중들 앞에 서서도 전혀 긴장하지 않고 오히려 남들 앞에 나서는 것을 좋아했던 주진 배우가 연극과 잘 맞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런 아버지의 꿈과 본인의 숨은 끼를 살리고자 19세의 나이에 극단에 입단하고, 대전의 중부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입학하여, 4년여 학창시절동안 8편이 넘는 작품을 학과를 통해 공연하고, 방학이면 울산으로 내려와 1년에 두 작품씩 극단의 공연에 힘쓰곤 했다. 

대학교 1학년 때 ‘작은 할머니’라는 공연을 4학년 선배들의 졸업 작품으로 준비를 하면서 1학년 새내기로는 불가능한 스탭의 일원으로 공연준비를 진행하여 연극에 대한 매력을 느끼게 되고, 선후배들과의 관계도 더 다져지게 되어 ‘작은 할머니’는 잊을 수 없는 첫 공연이 되었다.






현재 울산에는 울산연극협회에 등록되지 않은 극단을 포함하여 모두 10개의 극단이 있지만, 극단 광대는 그 중에서 묵은지처럼 연륜이 쌓일수록 깊은 맛이 우러나오는 극단이다. 극단 광대는 1991년도에 창단이 되었다. 25년의 나이를 먹은 극단 광대는 1994년 ‘로맨틱 러브’의 창단 공연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46회의 정기공연과 처용연극제, 울산연극제, 전국연극제, 청소년 연극제 등에 작품을 올리면서 문화의 불모지인 울산에서 자리를 굳혀가고 있는 극단이다.  현재 청소년 입시반과 오디션을 준비하고 있는 미래의 연극인들을 양성하는 교육훈련을 병행하면서, 수입 공연이든, 재능기부 공연이든 울산의 문화예술과 극단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열정을 쏟아 내고 있다. 






하나의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최소한 3~4개월의 준비기간이 필요하다. 때로는 새벽까지 연습을 하고, 지친 몸으로 귀가를 하지만, 작품을 무대에 올려 관객의 박수갈채를 받는 순간 그동안 힘들고 지쳤던 몸과 마음이 눈이 녹듯이 녹아내리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연극은 무대 장치 · 조명 · 음악 등의 도움을 받아, 연출자의 지도 아래 각본에 의해서 연기를 하여 관객에게 보이는 종합예술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공연을 해서 1년에 한 두 작품을 무대에 올리지만, 문화예술진흥기금으로는 하나의 작품에 7~8백만원씩 드는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어 두 번 중 한번은 멤버들의 쌈짓돈 등으로 자부담으로 공연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지역 연극인들의 열악한 환경이다. 주진 배우도 군대를 다녀온 후 본격적으로 연극 활동을 했지만, 학교를 졸업한 후 20대 후반에 생계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연극을 전업으로 하기에는 우리 사회의 지역 경제 여건이 그렇게 녹녹치 않은 까닭이다.





생계를 고민하면서 연극은 취미활동으로 하고, 일반 회사에서 8~9년 정도 직장생활을 해왔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회사 내 봉사동아리를 통해 장애인들의 활동보조와 사회적응훈련, 작업보조 등에 참여를 하게 되었고, 그러한 인연으로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하여 작년 3월부터 사회복지사로 장애인거주시설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장애인에 대한 일시적인 거리감이 없지는 않았지만, 봉사활동을 통해 정을 쌓아가는 동안 장애인 먼저라는 생각보다 장애인과 함께라는 생각이 지금처럼 사회복지사 일을 하게 만들어준 것 같다. 현재 주진 배우가 맡고 있는 생활관 방에는 60대 아버지뻘, 4~50대 형님뻘, 20대 동생뻘이 되는 장애인 8명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선생님으로서 지도하기 이전에 자식의 입장으로, 형으로서의 입장으로, 동생으로서의 입장으로 그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여 가족처럼 지내야 하는 생활관이다. 그러나 때로는 사회복지사로 접근해야 할 문제해결부분과 사회복지 전문인으로서 접근해야 하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복지적인 부분은 앞으로도 계속 지식을 쌓고,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극단 광대 김현정 대표는 결혼, 사랑, 연애, 가족에 대한 소재를 중심으로 공연을 준비해왔다고 한다. 가족을 소중히 생각하고, 젊은 후배 배우들을 보면서 사랑, 연애, 그리고 결혼 등에 관심을 보여 작품에서도 고스란히 그 모습이 드러나고 있었다. ‘행복한 가족’, ‘멜로드라마’, ‘옥수동에 서면 압구정이 보인다’, ‘시크릿’, ‘택시드리벌’, ‘결혼전야’ 등 최근의 작품들의 제목에서도 그녀의 관심 소재를 알 수 있다.

그러나 주진 배우가 사회복지사로서 일을 하면서, 극단 광대의 작품 소재에도 변화를 가져올 예정이다. 연극을 통한 발달장애인들의 치료프로그램이 그것인데, 놀이치료와 접목하여 연극을 하면서 장애인의 활동영역을 넓히고, 특히 자폐를 앓고 있는 장애인들에게 무대라는 공간에 설 수 있도록 하면서 치료를 돕고자 한다고 한다. 이러한 지역사회와 연계한 연극은 비단 장애인 분야뿐 아니라, 경찰청에서 한동안 진행이 되었던 부적응 아동 연극반이라는 것도 있어서,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아름다운 극단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주진 배우는 본격적으로 연극인의 삶을 살아온 지 13년 동안 26개의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생계를 고민하게 만들어 전업으로 연극을 할 수 없어서 취미활동으로써 직장생활을 병행하면서 주말도 없이 공연 준비와 연습으로 시간을 보냈지만, 동일한 조건이고 생계가 보장이 된다면 사회복지사보다 연극에 더 매력을 느낀다고 한다. 사회복지는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알아가고, 배워가는 쪽이지만, 연극은 우리가 살아가는 삶과 같아서, 내 것이 아닌 것을 내 것으로 만들어 웃음을 주고, 눈물을 주고, 감동을 주기 때문이며, 오랜 노하우로 연출이든 배우든 개척해나갈 능력이 있기 때문이란다.

인간이 숨 쉬고 있는 동안 연극은 밤낮에 따라 죽음과 부활을 반복할 것이다. 일단 끝난 공연은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되 다시 상연되며, 다시 태어난 연극은 전날 자정에 죽은 연극과 동일한 것은 아니며, 다만 내용이 같을 따름이다. 연극은 공연이 끝나는 동시에 사라져 버리고 오직 그 공연을 본 관객들의 기억 속에 살아 있을 뿐이지만, 연극이 순간적인 시간예술임에도 강렬한 힘을 지니고 있음은 살아 있는 인간, 즉 배우가 인간의 체험을 바로 그 순간에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모방하기 때문이다. 연극은 어떠한 과거의 사건이라 할지라도 '현재'시간에서 진행되게 마련이며, 관객은 과거를 현재에서 체험하기 때문에 다른 어떤 예술보다도 강한 힘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출처 및 도움자료 : 위키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