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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맞춤형

발기부전 치료제 복제약 전쟁 2라운드

 

 

 

 

보톡스와 함께 항생제 페니실린 개발 이후 의약계 최대 발명품으로 불리는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이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화이자의 비아그라와 함께 양대 오리지널 발기부전 치료제 중 하나인 릴리의 시알리스가 이달 4일 특허가 만료되면서 국내 제약사들이 일명 제네릭이라고 불리는 복제약을 대거 출시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허가받은 복제약 제품만 해도 15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의료시장은 과거 이미 유사한 상황을 겪었다. 지난 2012년 또 다른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의 특허가 만료된 직후에도 복제약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들 제품은 지금까지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에 적지 않은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그렇다고 시알리스 복제약들을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부정적 측면도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국내외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은 크게 비아그라와 시알리스 두 제품으로 양분돼왔다. 두 약 모두 음경 내에 혈액 공급을 원활하게 해 발기를 돕는다는 점에서 작용 원리는 같다. 하지만 주성분이 다르다. 때문에 복용 방법이나 효과 등에 다소 차이가 있어 증상이나 선호도 등에 따라 복용하는 소비자군이 다르다.


비아그라의 주성분은 실데나필, 시알리스는 타다나필이다. 실데나필은 복용 후 음경의 강직도가 세지는 점이, 타다나필은 약효가 오래 가는 점이 주요 특징으로 꼽힌다. 실데나필은 약효가 약 4시간, 타다나필은 최대 36시간 지속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데나필은 성관계 1시간 전, 타다나필은 30분 전 복용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부작용으로는 두통이나 소화불량이 두 성분에서 모두 나타날 수 있다. 이 외에 실데나필은 안면홍조, 타다나필은 근육통이 부작용으로 보고돼 있다. 타다나필 성분은 발기부전 증상 이외에 전립선비대증에도 처방된다.

 

 

비아그라의 특허가 만료된 2012년 직후 국내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에는 수많은 복제약이 쏟아져 나왔다. 약 3년이 지난 지금 결국 비아그라는 판매량 1위 자리를 한미약품의 복제약인 ‘팔팔’에게 내주고 밀려나게 됐다. 의료계와 제약업계는 시알리스 시장도 향후 비아그라와 유사한 양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발기부전 치료제 복제약의 가장 큰 ‘공로’는 음성 거래를 양성화시켰다는 점이다. 복제약이 나오기 전엔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처방받기를 꺼린 사람들이 비아그라를 임의로 쪼개 먹거나 인터넷 등을 통해 판매되는 싼 가짜 약을 복용했다. 알약을 반으로 쪼갠다고 해서 주성분의 용량이 정확히 절반으로 나뉘는 게 아니고, 무허가로 제조된 짝퉁은 효능과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음성적으로’ 발기부전 치료제를 찾던 소비자들은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던 셈이다. 하지만 저렴한 복제약이 쏟아져 나오면서 더 이상 쪼개 먹거나 ‘짝퉁’을 찾을 필요가 없게 됐다.

 

 

 


제약사들의 제품 다변화와 제형 변경 기술 개발을 이끌어낸 것도 복제약의 ‘힘’이다. 같은 성분의 제품 다수가 한꺼번에 경쟁하다 보니 제약사들은 주성분의 용량을 다양하게 변화시키는 식으로 공략하는 소비자 층을 세분화하는 마케팅 전략을 세웠다. 물과 함께 먹는 기존 알약 형태에서 벗어나 물 없이 씹어 먹는 알약이나 입 안에서 녹여먹을 수 있는 얇은 필름으로 모양을 바꾼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싼 김에, 호기심에, 선물로? NO! 전문가들은 그러나 과한 마케팅 경쟁에 따른 오∙남용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복제약은 오리지널 약과 효능이 같기 때문에 시장에서의 생존 여부가 가격과 이름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값이 싸고 쉽게 기억돼야 더 많은 소비자가 찾을 테니 말이다. 실제로 비아그라의 복제약은 현재 오리지널 약 가격의 3분의 1 수준으로 가격이 형성됐다. 특허가 만료되자마자 출시되기 시작한 시알리스의 복제약들은 벌써 오리지널 약의 최대 10분의 1 가량까지 가격이 떨어졌다. ‘센돔’, ‘설레’, ‘발그레’, ‘오굳’, ‘불티움’ 등 ‘아슬아슬한’ 제품명이 대다수다.

 

 


이처럼 싼 가격과 눈에 띄는 이름을 무기로 제약사들은 곧 치열한 시알리스 복제약 마케팅 경쟁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비아그라 복제약 출시 이후 혈기왕성한 20대가 단순한 호기심에 복제약을 복용하거나 중년 남성들 사이에서 복제약을 ‘선물’하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점 등을 들며 시알리스 복제약을 둘러싸고도 이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을까 우려한다. 심지어 일부 남성들은 발기부전 치료제를 몸보신용이나 정력보강용으로 여기고 불필요하게 복용하는 경향마저 있다는 것이다.


발기부전 치료제는 전문의의 진단과 처방을 받고 복용해야 하는 전문의약품이다. 특히 심장질환이나 고혈압, 안구질환 등을 앓고 있는 사람은 복용을 피해야 한다. 현재 먹고 있는 약이나 식습관이 발기부전 치료제 성분과 상호작용을 일으켜 건강에 예상치 못한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비아그라에 이어 시알리스 복제약 시장까지 열린 만큼 발기부전 치료제에 대한 정확한 의학 정보를 소비자들이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글 / 임소형 한국일보 산업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