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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음식

9월의 웰빙 수산물 – 전갱이와 오징어

 

 

 

 


해양수산부가 선정한 9월의 웰빙 수산물은 전갱이와 오징어다. 이중 전갱이는 농어목(目) 전갱이과(科)의 바다 생선으로 한반도 전 연안과 동중국해ㆍ남중국해ㆍ대만ㆍ중국ㆍ일본 등 온대와 아열대 바다에서 잡힌다. 수산물 공판장에 나오는 전갱이류 중엔 가라지류(類)가 많이 섞여 있다. 전갱이와 가라지류는 모양이 비슷해 구별하기 힘들다. 수협도 전갱이와 가라지류를 구분하지 않고 판다.

고등어ㆍ꽁치ㆍ정어리와 함께 등 푸른 생선에 속한다. 고등어와 생김새가 비슷하다. 영문 이름도 ‘horse mackerel’(말고등어란 뜻)이다. 전갱이는 몸길이가 40㎝가량인 중간 크기의 생선이다. 부화된 지 1년이 안 된 어린 전갱이는 매가리라고 불린다. 전 세계에 약 140종이 분포한다. 옆구리에 뚜렷한 6줄의 갈색 가로띠가 난 종이 줄전갱이(six-banded jack)로 맛이 가장 좋다. 줄전갱이는 간혹 강으로 올라가 지내기도 하는 별종이다. 뼈가 약해 뼈째로 먹을 수 있다. 몸길이가 최장 1.2m(무게 최대 18㎏)까지 자란다.

 

대부분의 생선은 알을 낳기 직전에 맛이 있지만 전갱이는 예외다. 맛이 절정인 시기는 산란이 끝나는 7∼9월이다. 전갱이의 사계절 평균 지방 함량이 100g당 7.3g인데 여름엔 10∼20g에 달해 기름이 자르르 흐른다.

 

 

 

전갱이의 대표 웰빙 성분은 DHAㆍEPA 등 오메가-3 지방이다. DHA는 기억ㆍ학습능력을 높이며 치매예방을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PA는 혈중 콜레스테롤과 중성 지방 수치를 낮춰 동맥경화ㆍ심장병ㆍ뇌졸중 등 혈관 질환 예방에 효과적이다. 전갱이 100g당 DHA와 EPA 함량이 각각 0.7gㆍ0.4g에 달한다.

 

정신 건강을 돕는 비타민 B1(100g당 0.14㎎)과 뼈 건강을 지켜주고 마음을 진정시키는 칼슘(100g당 74㎎)이 풍부한 것도 영양상의 강점이다. 몸에 탄력이 있고 표면에 윤기가 흐르는 것이 상품이다. 아가미가 밝은 선홍색을 띠는 것이 싱싱하다.

 

전갱이는 대부분 냉동 보관해 먹는다. 한반도 남해 동부 연안에서 5∼6월에 주로 잡히는 크기 5㎝ 남짓의 어린 전갱이는 염장 처리해 보관한다. 전갱이 철엔 고등어자반처럼 배를 가른 뒤 소금을 뿌려 보관하기도 한다. 전갱이는 다양한 요리의 재료로 사용된다. 회ㆍ소금구이ㆍ찌개ㆍ튀김이 가능하다. 작은 것을 통 채로 튀겨 뼈째 먹으면 칼슘을 더 많이 섭취할 수 있다.

 

전갱이는 흰 살 생선보다 등 푸른 생선 등 붉은 살 생선을 선호하는 일본에서도 인기다. 일본인은 대개 생선회나 초밥의 재료로 쓴다. 경상도의 어촌에선 매가리로 식혜와 젓갈을 담가 먹는다. 고등어와는 달리 전갱이는 회로도 즐길 수 있다. 대개 껍질째 회를 떠서 먹는다. 5㎝ 내외의 어린 전갱이는 염장해 젓갈로 먹고, 10㎝ 이상의 전갱이는 튀기거나 삶아 먹으면 맛이 기막히다. 섭취할 때는 가능한 한 다른 등 푸른 생선들처럼 껍질째 먹는 것이 최선이다. 전갱이의 건강 성분들이 흰 살보다 껍질에 붙은 붉은 살에 더 많기 때문이다.

 

 

오징어는 옛 이름이 오적어(烏賊魚)다. 죽은 척하고 물위에 떠 있다가 모르고 접근한 까마귀(烏)를 확 잡아채 물속으로 들어간다고 해서다. ‘까마귀 도적’이란 뜻이다(정약전의 ‘자산어보’). “오징어 까마귀 잡아먹듯 한다”는 속담이 있다. 꾀를 써서 힘들이지 않고 일을 해낸다는 의미다.

 

묵어(墨魚)라고도 불렸다. 먹물이 있어서다. 과거엔 이 먹물로 글씨를 쓰기도 했는데 오래되면 글씨가 거의 알아보기 힘들만큼 흐릿해진다. 믿기 힘들거나 지켜지지 않는 약속을 ‘오적어 묵계’라고 한 것은 이 때문이다.

 

쫄깃한 식감을 선호하는 우리 민족은 예부터 오징어를 즐겨 먹었다. 그러나 서양인은 오징어 섭취를 꺼린다. 오징어 먹물에 관심을 보이는 정도다. 이탈리아ㆍ스페인 등 지중해 연안에선 오징어 먹물을 스파게티ㆍ파스타의 원료로 사용한다. 이탈리아에선 먹물이 정력ㆍ간 보호에 효과가 있으며 특히 여성 건강에 좋은 것으로 소문이 나 있다.

 

 

 

‘먹물 신드롬’이란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먹물에 대한 요즘 소비자의 반응은 뜨겁다. 오징어ㆍ문어ㆍ주꾸미의 먹물주머니를 제거하지 않고 통째로 끓는 물에 데친 뒤 새까만 물에서 살을 건져먹기도 한다. 일본에선 오징어 먹물이 첨가된 라면ㆍ국수ㆍ과자까지 나왔다.

그러나 오징어 먹물엔 이렇다 할 영양소가 없다. 먹물이 검은 것은 멜라민 색소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한 동물실험에선 먹물 성분중 하나인 뮤코 다당류가 암에 걸린 쥐의 생존율을 높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사람에게 항암 효과를 나타내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오징어 살(생것 100g 기준)은 저열량(95㎉)ㆍ저지방(1.3g)ㆍ고단백질(19.5g) 식품이다. 다이어트 중인 사람은 마른 오징어의 열량이 100g당 352㎉에 달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굽거나 삶은 오징어의 칼로리도 생것과 별 차이가 없다.

 

단백질의 질을 나타내는 생물가가 높다(83). 일반적으로 생물가가 70 이상이면 양질의 단백질로 평가된다. 오징어의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 중에선 타우린이 가장 눈에 띈다. 마른 오징어 표면에 붙어 있는 하얀 가루 성분이 타우린이다. 타우린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혈압을 조절하며 피로를 풀어주고 간 건강을 돕는다. 음주 뒤 숙취 해소에도 이롭다. 마른 오징어를 구을 때 흰 가루를 털어버리면 소중한 영양소를 버리는 결과다.

 

일반인이 오징어를 먹을 때 가장 꺼림칙해 하는 것은 ‘콜레스테롤 함량이 높다’는 사실이다. 어패류 중 콜레스테롤이 가장 많이 든 것이 오징어다. 그러나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 범위 안에 있거나 약간 높은 정도라면 마음 편하게 오징어를 즐겨도 괜찮다. 콜레스테롤의 체내 흡수를 억제하는 타우린이 다른 어패류의 두세 배나 들어있기 때문이다.

 

 

 

오징어는 10개의 다리를 갖고 있다. 이중 2개가 유난히 가늘고 길다. 긴 다리는 먹이를 잡거나 교미할 때 쓰인다. 오징어는 표면이 투명하고 색이 짙으며 광택이 나는 것이 고급이다. 눈이 맑고 튀어나와 있으며 살이 탱탱한 것을 고른다. 껍질이 벗겨진 것은 신선도가 떨어지기 쉽다. 오징어는 채소와 ‘궁합’이 잘 맞는다. 조리할 때 고온에서 오래 가열하면 고무처럼 질겨진다. 술안주로 먹을 때는 팔팔 끓는 물에 살짝 데친 뒤 초고추장에 무쳐 먹는다.

 

대개 오징어의 내장을 제거하고 통째로 말린 것을 먹는다. 마른 오징어를 한 번에 많이 먹는 것은 삼가는 게 현명하다. 소화 불량은 물론 심하면 장(腸)이 막힐 수 있어서다. 위산 과다ㆍ소화 불량ㆍ위궤양ㆍ십이지장 궤양 환자에겐 추천하기 힘들다. 구입 즉시 먹되 남은 것은 랩에 싸 냉장고에 보관한다. ‘동의보감’엔 “오징어 살이 기(氣)를 보호한다”고 기술돼 있다. “의지를 강하게 하고 여성의 생리불순을 치유하며 남성의 정액을 많게 한다”는 대목도 나온다.


글 / 식품의약칼럼니스트 박태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