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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음식

가을 과일에도 궁합이 맞는 것이 따로 있다?

 

 

 

 

 

가을은 과일의 계절이다. 대표 과일은 추석 차례 상에 오르는 조율이시(棗栗梨枾,대추ㆍ밤ㆍ배ㆍ감)다. 이중 대추는 다산(多産)의 상징이다. 혼례를 마친 새색시의 치마폭에 시부모가 대추를 한 움큼 던져준 것은 자손의 번창을 기원해서다. 밤도 추석 차례 상의 ‘단골손님’이다. 대개 밤단자(율단자)ㆍ율란ㆍ밤초 등이 오른다. “밤 세 톨만 먹으면 보약이 따로 없다”는 옛말도 있다. 

 

 

 


배는 추석에 과식해 소화가 잘 되지 않을 때 소화제 대용이다. 소화효소가 풍부해서다. 육회나 불고기를 잴 때 배를 섞으면 고기가 연해지고 소화가 잘된다. 갈증이 나거나 주갈(酒渴)이 날 때도 효과적이다. 감과 곶감은 추석 명절의 숙취 제거에 유용하다. 감의 떫은 맛 성분인 타닌과 단 맛 성분인 과당이 알코올의 흡수를 지연시키고 분해를 촉진해서다.

 

 

 

한가위에 인기 있는 간식거리인 곶감은 호두나 잣 등 견과류와 잘 어울린다. 감의 떫은 맛 성분인 타닌은 피부가 오므라들게 하는 이른바 수렴 작용이 있어 설사를 멎게 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그러나 감을 너무 많이 먹으면 변비가 생길 수 있다. 곶감 쌈을 즐긴다면 이런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 곶감 5개와 호두 5개가 곶감 쌈의 재료다. 곶감은 꼭지를 떼어 내고 한 쪽을 세로로 자른다. 곶감 속에 씨가 있으면 발라낸 뒤 호두를 집어넣고 아물려 꼭꼭 눌러 준다. 호두알이 박힌 곶감을 0.5㎝ 간격으로 썰면 예쁜 곶감 쌈이 완성된다. 호두는 변비 예방을 돕지만 칼로리가 꽤 높은 음식이므로 체중 문제로 걱정이라면 과다 섭취는 곤란하다.


모과차와 유자도 ‘찰떡궁합’이다. 모과엔 사과산 등 유기산이 풍부하다. 신맛을 내는 유기산은 신체의 신진대사를 돕고 소화효소의 분비를 촉진시킨다. 모과의 떫은맛 성분은 타닌이다. 타닌은 피부를 오그라들게 하는 작용을 하므로 설사치료에도 유효하다. 모과의 향미를 잘 음미할 수 있는 것이 모과차와 모과술이다. 모과차는 향은 좋지만 맛이 약간 덤덤하므로 마실 때 얇게 저민 유자나 유자청을 곁들이면 맛이 한결 상큼해지고 비타민 C도 보충된다.

 

 

 


배는 생강과 궁합이 잘 맞는다. 불고기를 잴 때 배를 썰어 넣으면 고기가 연해진다. 이를 연육(軟肉) 작용이라 하며 예부터 널리 사용해 왔다. 배엔 오돌토돌한 석세포가 있는 데 이것이 고기의 소화를 돕는다. 배가 변비 치료에 유익한 것도 석세포의 존재 때문이다. 배를 먹고 난 속으로 이를 닦으면 치아가 깨끗해지는 것도 석세포 덕분이다. “배 먹고 이 닦기”란 속담은 이런 배경을 갖고 있다.

 

담이 나오는 기침엔 배즙에 생강즙과 꿀을 타 먹는 것이 효과적이다. 생강과 배를 원료로 해 만든 술이 조선 3대 명주 가운데 하나인 이강주다. 전통 소주에 배즙ㆍ생강즙ㆍ꿀 등을 넣고 중탕해 만든 이강고란 독특한 술도 있다. 단맛이 나는 이강고는 조선의 상류사회에서 즐겨 마셨다. 전북 전주는 생강, 황해도 봉산은 배의 명산지인데 두 지방의 이강고가 모두 명품이다. 통후추를 박은 배에 생강 물을 넣고 설탕과 함께 끓인 배숙도 우리 전통 음료다. 이때 생강은 배 맛에 향미를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배숙은 추석 때 과식한 사람에게 권할만한 후식거리다.


키위는 고기와 궁합이 좋다. 키위의 과즙엔 단백질 분해효소인 악티니딘이 들어 있어 연육제로 흔히 사용된다. 고기 먹고 난 뒤 키위를 디저트로 올려도 좋다. 질긴 고기 위에 얇게 저민 키위를 약 20분간 올려놓으면 연하고 맛있는 고기 요리를 할 수 있다. 아침 식사 전에 매일 1개씩 키위를 먹으면 변비 치료에 상당한 효과가 있다.

 

 


딸기와 우유도 잘 맞는 배합이다. 우유나 딸기를 따로 먹는 것보다 딸기에 우유를 섞어 먹으면 소화 흡수가 훨씬 잘 된다. 우유를 원심분리하면 크림이 얻어진다. 따라서 크림엔 우유보다 지방과 단백질이 더 많이 들어 있게 마련이다. 딸기에 우유 대신 크림을 끼얹어 먹으면 각종 영양소를 훨씬 많이 섭취할 수 있다.


토마토와 튀김 음식의 궁합도 괜찮다. 기름에 튀긴 음식은 맛이 있지만 위엔 부담스럽다. 튀김 음식이나 고기ㆍ생선 등 기름기 있는 음식을 먹을 때 토마토를 곁들이면 소화가 촉진돼 위의 부담도 한결 가벼워진다. 토마토에 풍부한 비타민 B군은 소화를, 펙틴(식이섬유의 일종)은 장 건강을 돕는다.

 

 


대추와 약식도 잘 어울리는 ‘커플’이다. 쌀은 찹쌀과 멥쌀로 나눌 수 있는데 찹쌀은 대개 찰밥ㆍ떡ㆍ미숫가루 등을 만들 때 이용된다. 비타민 B군이 풍부하고 익혔을 때 씹히는 맛이 좋아 약식의 재료로도 쓰인다. 하지만 칼슘ㆍ철분ㆍ식이섬유가 부족한 것이 약점이다. 이런 결점을 보완해 주는 식품이 대추다. 대추엔 쌀에 부족한 철분ㆍ칼슘ㆍ식이섬유 등이 상당량 함유돼 있다.


젓갈은 귤ㆍ유자 등 감귤류와 함께 먹으면 좋다. 젓갈은 김치 담글 때 사용되고 밥반찬ㆍ술안주로도 유용하다. 멸치젓ㆍ조기젓ㆍ황새기젓ㆍ곤쟁이젓ㆍ새우젓ㆍ갈치젓 등이 조미용이다. 반찬용으론 게젓ㆍ명란젓ㆍ창란젓ㆍ굴젓ㆍ조개젓ㆍ꼴뚜기젓ㆍ뱅어젓 등이 있다. 반찬이나 술안주로 먹을 때는 파ㆍ마늘ㆍ고춧가루 등을 섞어 양념 맛이 젓갈에 고루 배게 하는 것이 좋다. 젓갈은 염분(나트륨) 함량이 높아 고혈압인 사람은 섭취를 줄여야 할 식품이다. 나트륨을 체외 배출시키는 칼륨이 풍부한 식품을 즐겨 먹는 것도 방법이다. 젓갈을 무칠 때 양념에 칼륨이 풍부한 귤ㆍ유자를 얇게 저며 섞는 것이 좋다. 귤과 유자엔 100g당 칼륨이 각각 150㎎(나트륨 1㎎)ㆍ260㎎(나트륨 9㎎) 들어 있다. 게다가 감귤류엔 구연산 등 신맛을 내는 유기산이 풍부한데 유기산도 염분의 피해를 줄여준다. 상큼한 신맛이므로 젓갈의 맛도 한결 나아진다.

 


복숭아와 장어도 함께 먹으면 오히려 손해다.
복숭아와 장어가 상극이란 말은 오래 전부터 전해진다. 복숭아 등 유기산이 풍부한 과일을 곁들이면 유기산이 장어 지방의 소화를 방해해 설사가 할 수 있다. 장어 피와 소주를 섞어 마시는 것(정력제로 잘못 알려져 있다)도 금물이다. 장어 피엔 눈에 들어가면 결막염, 상처에 묻으면 염증을 일으키는 독소가 있다.

 

 


땅콩과 맥주도 주의가 필요한 ‘음식 커플’이다. 맥주는 알코올 함량이 4% 내외인 술로 마실 때 간단한 스낵이나 안주를 곁들이게 된다. 이때 가장 흔하게 먹는 것이 땅콩이다. 고소한 땅콩 맛은 쌉쌀한 맥주와 잘 어울린다. 땅콩에 든 비타민 B군은 간을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그러나 땅콩의 보관ㆍ저장을 잘못하면 유해한 물질이 생길 수 있다. 요즘은 껍질을 깐 땅콩이 주로 유통되는데, 먹기는 편하지만 위생적으론 문제가 있다. 껍질을 벗긴 땅콩이 공기와 접촉하면 땅콩 속 불포화 지방이 산화돼 유해한 과산화지질이 생성된다. 고온ㆍ다습한 곳에선 땅콩의 배아 근처에 검은 곰팡이가 피며 여기서 아플라톡신 B1이란 발암성 물질이 생길 수 있다.


감은 도토리묵과 상극이다. 도토리의 주성분은 녹말이지만 타닌도 함유돼 있다. 떫은맛 성분인 타닌은 미각 신경을 마비시킨다. 타닌은 수용성이므로 물에 우리면 많이 빠진다. 도토리묵은 수분이 80%나 되며 100g 열량이 45㎉에 불과하다. 다이어트 중인 사람에겐 유익한 식품이지만 타닌이 남아 있어 변비로 고생하는 사람에겐 권하기 힘들다. 도토리묵을 먹고 후식으로 감이나 곶감을 즐기면 타닌 섭취 과잉이 되기 쉽다. 감이나 곶감에도 타닌이 많이 들어 있어서다. 타닌이 많은 식품을 함께 먹으면 변비 악화는 물론 빈혈이 동반되기 쉽다. 적혈구의 구성 성분인 철분의 체내 흡수를 타닌이 방해할 뿐 아니라 타닌과 철분이 결합해서 체외로 배출되기 때문이다.

 

 


토마토와 설탕도 함께 먹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약간 풋내가 나는 토마토를 먹을 때 설탕을 찍거나 넣어 먹는 사람이 많다. 토마토에 설탕을 넣으면 영양 손실이 생긴다. 토마토에 풍부한 비타민 B군은 체내에서 당질(탄수화물) 대사를 원활히 하여 칼로리 발생 효율을 높인다. 설탕을 넣은 토마토를 먹으면 토마토의 비타민 B군이 설탕 대사에 동원돼 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된다. 설탕보다 소금을 약간 곁들여 먹는 것이 낫지만 토마토는 그대로 섭취하는 것이 최선이다.

 

게와 감도 궁합이 맞지 않는다. 게는 각종 미생물의 번식이 잘 되는 고단백 식품이다. 사람은 물론 세균도 좋아하는 음식인 셈이다. 우리 선조들은 게를 먹고 후식으로 감을 즐긴 사람이 토사곽란을 일으켜 고생하는 광경을 보고‘게를 먹고 감을 먹으면 죽는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설사 감을 먹지 않았더라도 식중독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높다. 감은 떫은 맛 성분인 타닌을 갖고 있어 피부를 오므라들게 하는 수렴작용을 하며 위장에 자극을 줄 수 있다. 위장장애를 일으키기도 한다. 게를 먹고 감을 먹으면 식중독과 위장장애를 함께 경험하게 될 수 있을 것 같다. 
 

글 / 식품의약칼럼니스트 박태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