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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맞춤형

독서는 ‘뇌의 유산소 운동’이다

 

 

 

 

‘천고마비(天高馬肥)’의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가을이다. 무더위에 지친 육체를 재충천하고, 흐려진 영혼에 새로운 자양분을 공급하기에 제격인 계절이다. 인생의 행복은 스스로 찾아나서는 자에게 주어지는 선물이다. 걷고 운동하는 자가 건강하고, 읽고 묻는 자가 지식이 충만한 이치다. 삶의 건강은 단지 육체의 평안만은 아니다. 영혼의 평온과 지적 충만이 어우러져야 진정한 건강이다. 어찌 보면 이게 지고의 행복이다.

 

 

 

 

인문은 문(文), 사(史), 철(哲)을 아우르는 말이다. 문학으로 상상력을 키우고, 역사에서 현재를 사는 지혜와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을 키우고, 철학으로 사물을 보는 통찰력과 사유의 공간을 확장시키는 것이 바로 인문이다. 기술이 물질을 풍요롭게 하는 바탕이라면 인문은 정신을 풍요롭게 하는 씨앗이다. 인문은 사고의 근력(筋力)을 키운다. 본질을 꿰뚫는 통찰, 스스로를 돌아보는 성찰, 융합·통섭으로 새로운 창의를 만드는 힘도 대부분 인문에서 나온다.

 

 

 

 

달리기는 대표적 ‘유산소 운동’이다. 산소 공급을 늘려 신체 기능을 활발하게 하고, 육체를 건강하게 만든다. 철학은 ‘뇌의 유산소 운동’이다. 사유의 공간을 확장시키고, 사유의 주체성을 키우는 것이 바로 철학이다. 철학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끊임없이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과학처럼 똑 부러지는 정답은 없지만 다양한 생각의 가지들을 펼쳐주는 학문이다. 생각의 가지들이 다양해야 나이가 들어도 ‘노인’이 아닌 ‘어른신’으로 대접받는다. 올 가을 동양사상의 대표로 꼽히는 논어(論語), 맹자(孟子), 중용(中庸), 대학(大學) 중에 하나라도 쉬운 번역서로 접해보는 건 어떨까. 평생 곁에 두고 뜻을 새겨보면 좋은 책들이기에 내용을 간단히 요약한다.

 

 

 

‘논어를 읽지 않고는 세상을 논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논어의 사상이 그만큼 넓고 깊다는 얘기다. 논어는 단지 동양철학만이 아니다. 서양에서도 논어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 논어는 공자 사후 제자들이 공자와 그 제자의 대화를 엮은 책이다. 우리가 흔히 인용하는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는 논어 첫구절에 나오는 말이다.

 

 

 

 

논어의 핵심 키워드는 인(仁)이다. 어짊은 사람의 근본이고, 이 어짊을 갈고닦는 것이 사람의 도리라는 것이 골자다. 이를 위해선 끊임없이 수양하고 배워야 한다. 예(禮)는 인을 닦아가는 한 방법이다. 공자는 근본이 서야 도가 생긴다(本立道生)고 강조한다.

 

공자는 흔히 마음의 씀씀이나 행위를 군자와 소인으로 구별해 설명한다. 군자는 잘못이 생기면 자기를 돌아보지만 소인은 남을 탓한다, 군자는 궁핍하면 견디지만 소인은 궁핍하면 나쁜 생각을 품는다. 군자는 두루 어울리지만 옳지 않은 생각에 휩쓸리지 않고 소인은 무리를 짓지만 뒤에선 화합하지 못한다는 식이다. 반면 도가사상의 선구자인 노자는 공자의 이런 구획논리를 반대한다. 획을 그음으로써 피아가 구별되고 높고 낮음, 선악, 밝고 어둠이 나뉘면서 갈등이 생긴다는 것이다.

 

 

 

맹자(孟子)는 공자보다 180년쯤 뒤에 태어난 중국 고대 사상가 맹자의 이름이면서 그가 쓴 책 이름이기도 하다. 맹자는 정치지도자를 위한 자기수양서 성격이 짙다. 맹자는 요샛말로 주로 스토리를 통해 깨우침을 준다. 그러다보니 맹자의 한자 수는 3만5000여자로 논어의 두 배를 넘는다. 호연지기, 대장부, 오십보백보, 부동심, 자포자기, 경영 등은 맹자가 원전이다. 선의후리(先義後利·의로움을 먼저 생각하고 이로움은 나중에 챙겨라)는 맹자사상을 대표하는 사자성어다.

 

 

 

 

맹자는 누구보다 덕치(德治)를 주장한다. 그가 강조하는 덕치의 근본엔 백성, 즉 민(民)이 자리한다. 그는 곳곳에서 정치의 근본은 백성임을 강조한다. 여민동락(與民同樂·백성과 더불어 즐거움을 함께한다)엔 백성에 대한 그의 마음이 잘 담겨 있다. 또한 맹자는 인간의 강한 기상, 즉 호연지기(浩然之氣)를 강조한다. 맹자는 ‘호연지기는 의로움과 짝하고 바른 길과 함께 하는 것이니 만약 그것이 없다면 인간은 정신적으로 굶어죽게 된다’고 했다. 인간의 본성에 인의예지에 자리하고 있다는 사단지심(四端之心)도 맹자가 출처다.

 

 

 

중용(中庸)의 저자는 공자의 손자 자사로 전해진다. 원래 중국 고대 유가 경전인 예기(禮記)에 포함된 것을 12세기 중국 남송 유학자 주자가 주석을 달아 별도의 책으로 만들었다. 한자 3500여자로 짧은 편이지만 철학적 깊이가 심오해 소주역으로도 불린다. 신독, 비약, 온고지신, 변화 등은 중용에 나오는 표현이다. 중용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것,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중(中)은 중간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생각의 균형을 이르는 말이다. 중이 아직 드러나지 않고 내재해 있는 것에서 가치를 발견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용(庸)은 중의 상태가 지속성을 갖는 것을 뜻한다. 홀로 있을 때 더욱 조심한다는 신독(愼獨)은 중용사상의 핵심이다.

 

 

 

대학(大學)은 사대부들의 자기경영 교과서 성격이 강하다. 주자는 공자의 제자 증자가 저자라고 적고 있다. 누구나 알고 있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는 대학이 원전이다. 대학은 세상을 다스리려는 자는 자신부터 닦으라고 강조한다.

 

 

 

 

‘나를 닦아서 근본을 세우는 것(修身爲本)’이 다스림이나 경영의 출발이라는 것이다. 대학은 리더들에게 위선을 경계하라고 한다. 하루하루 새로워지고 다시 새로워진다는 일일신 우일신(日日新 又日新)도 대학이 원전이다.

 

 

글 /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