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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생활

노인이 되어버린 아이, 소아 조로증 - KBS 인간극장 ‘우리 집에 어린왕자가 산다’ 편

 

 

 

 

 

 

최근 방영된 KBS1 ‘인간극장-우리 집에 어린왕자가 산다’ 방송이 화제다. 이름도 생소한 ‘소아 조로증’을 앓고 있는 소년의 이야기가 소개돼 수많은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사진 출처 : KBS1 시사교양 프로그램 인간극장 홈페이지 (http://www.kbs.co.kr/1tv/sisa/human)>

 

 

주인공 원기 군은 올해 10살이 됐지만 겉보기엔 두세 살 아기로 보인다. 돌 무렵부터 성장이 멈춘 원기 군은 키 1미터 남짓에 몸무게가 13킬로그램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의 신체 나이는 무려 80세에 달한다. 성장이 멈춤과 동시에 급격한 신체 노화가 진행된 탓이다. 희귀 유전질환인 소아 조로증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소아 조로증은 어린 나이에 노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희귀성 유전질환이다. 정식 병명은 ‘허친슨 길포오드 조로증 증후군(Hutchinson-Gilford Progeria Syndrome)’으로, 생후 2년 이내에 심각한 성장 지연이 시작되고 정상인보다 8배 빠른 노화 속도를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사진 출처 : KBS1 시사교양 프로그램 인간극장 홈페이지 (http://www.kbs.co.kr/1tv/sisa/human)>

 

 

소아 조로증은 초기 유아기에는 정상인과 다를 바 없지만, 생후 9개월에서 24개월 사이에 심각한 수준의 발육지연이 시작된다. 또래보다 현저히 작은 키와 적은 몸무게는 물론이고, 얼굴뼈가 제대로 자라지 않아 머리에 비해 얼굴이 매우 작으며, 턱뼈가 발달하지 않아 치아가 비뚤게 자란다. 또한 눈이 비정상적으로 튀어 나오고, 입 주위 피부가 푸른색을 띄는 것도 주된 증상 중 하나다.


두 살 무렵이 되면 노화가 급격히 진행돼 외형적으로 노인과 유사해진다. 머리카락과 눈썹, 속눈썹이 빠지고, 드문드문 나있는 머리카락은 하얀색으로 변한다. 피부도 노화 현상으로 인해 급격히 건조해지고 주름이 생기며, 자외선에 노출된 경우 갈색 반점이 생긴다. 또한 팔과 다리의 뼈들이 눈에 띄게 가늘고 연약하며, 현저히 낮은 골밀도로 인해 작은 충격에도 쉽게 골절된다.


 

 <사진 출처 : KBS1 시사교양 프로그램 인간극장 홈페이지 (http://www.kbs.co.kr/1tv/sisa/human)>

 

 

다섯 살 즈음에는 전신에 걸쳐 죽상경화증이 나타난다. 죽상경화증은 동맥의 벽이 두꺼워지고 탄력을 잃어 심장에 제대로 혈액 공급이 되지 않는 질환이다. 가슴 통증과 심장 발작, 심근경색증 등을 유발하며, 생명을 위협하는 수준의 합병증을 발생시킨다. 이로 인해 보통 8세에서 21세 사이에 심장질환으로 사망에 이르게 된다. 소아 조로증 환자들의 평균수명은 13세 정도다.

 

 

 

소아 조로증의 원인은 ‘LMNA(Lamin A)’라는 유전자의 변이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모에게서 유전되는 것이 아니라, 정자와 난자의 수정 단계에서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발생하는 질병이다. Lamin A 유전자에 결함이 생기면 세포의 핵이 불안정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전신에 걸쳐 노화 현상이 급격히 이뤄지게 된다.


 

<사진 출처 : KBS1 시사교양 프로그램 인간극장 홈페이지 (http://www.kbs.co.kr/1tv/sisa/human)>

 

 

일반적으로 진단은 소아 조로증에 따른 증상이 두드러지는 2세 전후에 이뤄진다. 뚜렷한 신체적 변화와 임상 평가, 유전자 검사 등을 근거로 진단한다. 현재까지 소아 조로증에 관한 확실한 치료법은 없다. 다만 급격한 노화로 인한 증상과 각종 합병증을 완화하기 위한 치료가 이뤄지고 있다.


소아 조로증은 8백만 명에 1명꼴로 발병하는 매우 드문 희귀 질병이다. 현재 소아 조로증 환자는 전 세계적으로 120명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글 / 권지희 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