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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생활

심신이 괴로운 계절 겨울을 건강하게






수은주가 떨어지고 대기가 건조한 겨울은 심신이 괴로운 계절이다. 추위와 낮은 습도가 유발하는 질병은 한 둘이 아니다. 겨울은 독감 시즌이다. 이미 독감 주의보가 내려졌다.





추위 자체가 독감ㆍ감기 등을 유발하는 것은 아니지만 유행에 간접적으로 기여한다. 5도의 쌀쌀한 날씨에선 독감 바이러스의 전파능력이 20도의 포근한 날보다 2배, 습도 20%의 건조한 환경에선 50%일 때보다 역시 2배가량 증가한다는 동물(돼지)실험 결과가 있다.


추위로 인해 혈관이 좁아지면서 고혈압ㆍ심장병ㆍ뇌졸중의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골관절염ㆍ전립선 비대증도 겨울에 증상이 심해진다. 건강한 겨울나기를 위해선 무엇보다 보온이 중요하다. 보온을 소홀히 하면 심장병ㆍ뇌졸중ㆍ동상ㆍ골절ㆍ저체온증(체온이 35.5도 이하로 저하)ㆍ갑상선 기능 저하증ㆍ레이노드 증후군(손끝의 혈관이 수축되는 병) 등을 부르기 쉬워진다.





간단하지만 효과적인 신체 보온법은 내복과 실내복을 입는 것이다. 특히 겨울에 저체온증에 걸리지 않으려면 노인은 18도 이하에 노출되지 않도록 한다. 외출할 때 덧옷을 꼭 입고 장갑ㆍ모자ㆍ목도리ㆍ마스크를 착용한다. 두꺼운 외투나 옷을 하나 입기보다는 가벼운 옷을 여러 겹 껴입는 것이 보온효과가 높다. 두꺼운 옷을 입으면 몸의 움직임이 둔해져 빙판길ㆍ계단에서 미끄러지거나 넘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낙상에 따른 골절은 걷기 등 운동을 불가능하게 하며, 수명 단축 요인이기도 하다.


피부와 직접 닿는 쪽엔 땀을 잘 흡수하는 면 소재 내의, 가장 바깥쪽엔 바람을 차단하는 소재로 만든 옷을 입는다. 장갑은 보온은 물론 추위에 굳어 있는 손목 관절의 보호를 위해서도 유용하다. 귀 덮개가 달린 모자도 좋다. 머리에서 빼앗기는 열이 전체 체열 손실의 절반에 가깝기 때문이다. 추운 아침엔 신문을 가지러 문밖으로 나가거나 실외 화장실을 갈 때도 덧옷을 충분히 입어야 한다. 신문 가지러 나갔다가 뇌졸중을 일으킨 사례도 더러 있다.





평소 운동을 꾸준히 해왔던 사람이라도 겨울엔 운동을 소홀히 하기 쉽다. 일상적인 활동량도 줄어든다. 건강을 유지하고 체중이 빠르게 불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선 빨리 걷기ㆍ가볍게 달리기ㆍ자전거타기ㆍ수영 등 유산소 운동이 효과적이다. 눈이 와서 도로가 미끄러운 날에 운동하는 것은 오히려 손해다. 건강한 젊은 사람도 빙판에 넘어지면 손목이 골절될 수 있다. 몸의 균형감각과 반사작용이 떨어지는 노인은 낙상은 물론 가벼운 충격에도 손목ㆍ허리ㆍ엉덩이뼈 골절을 입을 수 있다. 겨울 등산 때는 날씨와 관계없이 아이젠을 반드시 휴대해 빙판이나 눈길에 대비한다.


추위에 움츠러진 몸을 뜨거운 물에 담그면 오장육부와 근골기육(筋骨肌肉)이 따뜻해진다. 겨울에 온천욕 등 목욕을 즐기면 몸에 온열(溫熱)ㆍ수압(水壓)ㆍ부력(浮力) 등 세 가지 자극이 가해진다. 온열은 신체 외부와 내부의 온도차를 크게 만들어 신체의 저항력(면역력)을 길러준다. 몸에 일정하게 가해지는 수압은 심폐 기능을 높여주며, 부력은 관절ㆍ근육의 강화에 효과적이다.





목욕은 수온에 따라 고온욕(42∼45도)ㆍ중온욕(40∼41도)ㆍ미온욕(36∼39도)ㆍ온냉 교대욕으로 분류된다. 탕 속에 들어갔을 때 뜨겁다고 느끼면 고온욕이다. 한국인에게 인기가 높은 목욕법으로, 피로 회복이 빠르다는 것이 장점이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면 혈액 순환이 빨라지고 근육 속에 쌓인 피로 유발 물질인 젖산이 몸 밖으로 잘 배출된다. 통증이 경감되고 뭉친 근육은 풀린다.


고온욕을 5분 이상 하면 피부가 건조해지고 피로가 오히려 심해지며 맥박ㆍ혈압이 갑자기 오를 수 있다. 노인이나 심장병ㆍ동맥 경화ㆍ고혈압 환자에게 고온욕이 권장되지 않는 것은 그래서다. 미지근하거나 약간 따뜻하다고 느껴진다면 미온욕이다. 이 목욕법은 서양인이 선호한다. 진정 작용이 있어 불면증이 있을 때 하면 잠이 잘 온다. 더운 물과 찬 물에 번갈아 몸을 담그는 교대욕은 혈관의 수축ㆍ이완을 반복하게 해 혈액이 잘 돌게 한다.


겨울만 되면 우울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SAD(Seasonal Affective Disorder)라 한다. SAD는 낮의 길이가 짧아지는 가을에 시작해 보통 5∼6개월 후면 사라진다. 절정기는 2월이다.


우리의 뇌와 신체는 짧아진 일조시간에 반응해 ‘어둠의 호르몬’ㆍ‘수면 호르몬’으로 통하는 멜라토닌을 더 많이 분비한다. 과다한 멜라토닌에 민감하게 반응해 기분이 다운되는 것이 SAD의 주원인이다. 겨울철에 기분이 꿀꿀해지는 가벼운 우울증(winter blues)엔 햇볕 쬐기가 특효약이다. 맑고 화창한 날 스키 등 겨울 야외 운동을 즐기거나 실내에서라도 햇볕이 잘 드는 곳을 찾아 ‘인간 해바라기’가 되면 우울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





겨울이 되면 기온이 낮고 대기가 건조한데다 실내 난방 때문에 피부가 메마르고 거칠어진다. 피부 건조가 심해지면 쉽게 트고 각질이 일어나며 잔주름이 생기고 피부 질환이 악화되기도 한다. 피부가 건조한 사람은 겨울에 매일 샤워하는 것은 권장되는 않으며 주(週) 2∼3회가 적당하다. 목욕은 하루 한번이면 충분하다. 피부에 지방이 적은 노인은 목욕 간격을 더 길게 잡는다. 목욕 뒤엔 3분 내에 보습오일 또는 로션ㆍ크림 등을 바른다. 때를 미는 것은 금물이다. 비누는 가급적 사용하지 않거나 세척력이 약한 것을 쓴다. 비누의 자극이 적으면 세척력도 약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사용 뒤 피부가 푸석푸석한 느낌이 드는 비누는 바꾸는 것이 낫다.


반팔을 입고 생활할 만큼 겨울철 실내온도를 높이면 피부는 더욱 건조해진다. 실내 온도를 20도 정도로 유지하고 가습기를 충분히 활용한다. 모(毛)나 폴리에스테르 소재의 옷을 입으면 가려우므로 피한다. 가려움증이 있는 사람이 잘 때 땀을 흘리면 더 가려우므로 방안 온도를 낮추는 것이 좋다. 특히 건성 피부인 사람이 겨울에 피부 관리를 등한시 하면 건성 습진으로 고생할 수 있다.


글 / 박태균 식품의약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