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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음식

6월의 어식백세(魚食百歲) 참돔과 성게알






해양수산부가 최근 6월의 어식백세(魚食百歲) 수산물로 선정한 것은 참돔과 성게알이다. 참돔은 별명이 ‘바다의 여왕’이다. 바다향 가득한 성게는 요즘 한창 맛이 올랐다.


돔은 도미의 줄임말이다. 참돔ㆍ감성돔ㆍ돌돔ㆍ벵에돔ㆍ옥돔ㆍ자리돔ㆍ호박돔 등 종류가 오만가지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엔 “참돔은 강항어(强項魚), 감성돔은 흑어(黑魚), 혹돔은 유어(瘤魚), 붉돔은 적어(赤魚)”라고 쓰여 있다. 돔 또는 도미라고 하면 보통 참돔을 가리킨다. 참돔은 균형 잡힌 몸매와 화려한 색채를 갖춰 ‘참(眞)’ 자를 부여받았다. 맛ㆍ가격 등 여러 면에서 ‘최고의 도미’가 참돔일 것으로 여기는 사람이 많지만 참돔은 감성돔ㆍ벵에돔ㆍ돌돔보다 가격이 싸다.





도미는 산란기가 끝난 뒤엔 몸이 여위어 먹을 게 별로 없다. “(음력) 5월 도미는 소가죽 씹는 것만 못하다”, “오뉴월 도미는 개도 안 먹는다”는 속담이 생긴 것은 그래서다. 도미(seal bream)는 한국ㆍ일본에서 인기가 높다. 서구인은 하급(下級) 생선으로 친다. 영국인은 “유대인이 먹는 잡어”, 미국인은 “낚시하기 좋은 생선” 정도로 여긴다.


한반도에선 예부터 귀한 생선으로 취급됐다. 우리 조상은 제사상에 참조기ㆍ민어와 함께 도미를 올렸다. 도미는 귀한 손님을 대접하거나 사돈집에 보내는 이바지 음식으로도 이용됐다. 생일ㆍ회갑 등 경삿날에도 상에 올랐다. ‘장수’(長壽)를 상징하는 생선이라고 봐서다. 실제로 도미의 수명이 생선 치곤 무척 긴 편(30∼40년)이다. 강태공도 행운을 가져다주는 생선으로 여겨 도미를 잡으면 환호한다. 일본에선 각종 요리 재료로 사용된다. 우리나라 포장마차의 인기 메뉴인 붕어빵 같은 존재가 일본에선 도미빵이다.





도미는 비교적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생선이다. 나이 들어도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썩어도 준치”라고 한다. 일본인은 “썩어도 도미”라고 표현한다. 도미는 죽은 뒤 근육이 굳어지는 경직(硬直) 시간이 다른 생선에 비해 길어서다. 그만큼 맛도 더 오래 유지된다. 맛은 대가리 부위가 최고다. 어두일미(魚頭一味)란 말도 도미에서 유래됐다. 대가리 부위엔 피부ㆍ관절 건강에 유익한 콜라겐이 풍부하다.


참돔은 고단백ㆍ저지방 식품이다. 참돔 100g당 단백질 함량이 21.6g에 달한다. 칼슘이 66㎎ 들어 있다. 지방은 1.8g에 불과하다. 비만하거나 고(高)콜레스테롤혈증 환자에게 권할 만하다. 양질의 아미노산이 균형을 이뤄 소화ㆍ흡수도 잘된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 식탁에서 부족하기 쉬운 라이신ㆍ트레오닌 등 필수아미노산 함량도 높다. 기름기가 적어 소화가 잘되므로 환자용 식품으로도 유용하다. 타우린(아미노산의 일종)이 다른 생선보다 많아 동맥경화ㆍ고혈압 예방도 돕는다. 특히 참돔의 눈엔 ‘정신건강ㆍ원기회복 비타민’으로 통하는 비타민 B1이 풍부하다.





참돔은 대부분 활어로 소비돼 왔으나 최근 반(半)건조 상품이 출시됐다. 가정에서도 전자레인지만으로 간단히 요리할 수 있게 됐다. 대표적인 도미 요리는 도미찜과 도미국수다. 도미국수는 단백질ㆍ비타민ㆍ미네랄이 풍부한 도미에 채소ㆍ버섯ㆍ국수를 곁들인 음식이므로 한 그릇만으로도 맛과 영양을 골고루 섭취할 수 있는 일품요리다. 1940년에 출간된 홍선표의 ‘조선요리학’엔 도미국수가 승기악탕(勝妓樂湯)으로 묘사돼 있다. 맛이 주는 즐거움이 기녀의 음악보다 낫다는 뜻이다. 조선 성종 때 허종이란 장수가 북방 오랑캐의 침입을 막기 위해 의주에 도착했다. 그곳 주민이 그에게 도미찜을 만들어 바쳤다. 맛에 놀라 음식 이름을 묻자 “장군을 위해 처음 만든 음식이라 이름이 없다”고 대답했다. 이 말을 들은 허종이 승기악탕이란 음식명을 붙였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참돔은 물론 감성돔ㆍ돌돔도 양식이 가능하다. 횟집 수족관에서 보는 것은 대개 양식이다. 일반적으로 참돔은 크고 돌돔ㆍ감성돔은 작다. 이는 성장속도의 차이 때문이다. 생선회로 식탁에 오르면 맛이 비슷해 구별하기 힘들다. 감성돔은 검다. 어릴 때는 모두 수컷이지만 자란 뒤엔 전부 암컷이 되는 성전환 생선인 것이 특징이다. 일본인이 선호하는 돌돔은 몸에 굵고 선명한 검은색 세로 줄무늬가 7개 나 있다. 줄돔이라고도 한다. 다 자라면 수컷의 줄무늬는 사라진다. 암컷의 검은 줄무늬도 연해지지만 완전히 지워지진 않는다. 제주도 특산 생선인 옥돔은 단맛이 강해 구이ㆍ조리 요리에 주로 쓰인다. 제주도에선 아들을 낳은 산모에게 옥돔미역국을 끓여 줄 만큼 귀한 음식이다.


여느 생선과 마찬가지로 참돔도 눈동자가 맑고 투명하며 아가미를 들췄을 때 선홍색인 것이 신선하다. 손으로 눌렀을 때 탄력이 있고 비늘ㆍ지느러미가 손상되지 않은 것이 상품이다.





성게는 가시가 나 있는 극피(棘皮)동물이다. 조개류는 아니지만 밤송이 같은 가시가 있다고 하여 ‘밤송이 조개’라고도 불린다. 가시 사이에서 하얀 실 같은 발이 많이 보인다. 발을 움직여 주로 해조류를 먹고 산다. 둥글고 단단한 껍데기 안엔 연하고 맛있는 알집이 들어 있다. 한방명은 해담(海膽)이다. 곰의 웅담(熊膽)처럼 건강에 이로울 것으로 여겨서다.


성게는 정력 강화를 돕고 단백질 함량이 높다고 하여 별명이‘바다의 호르몬’이다. 한국ㆍ일본인은 물론 요즘은 서구인도 즐겨 찾는다. 웰빙 식품으로 입소문이 나서다.





성게는 고단백 식품이다. 생것 100g당 단백질 함량이 15.8g이다. 열량(100g당 155㎉)과 지방 함량(8.5g)은 미더덕ㆍ개불ㆍ멍게ㆍ해삼보다 월등 높다. 칼슘 함량(100g당 20㎎)은 의외로 적지만 혈압을 조절하는 칼륨(490㎎)과 빈혈 예방을 돕는 철분(4㎎)은 많이 들어 있다. 최근엔 성게알젓ㆍ성게알 통조림ㆍ성게 미역국 등 다양한 레토르트 식품으로 출시됐다. 제주도의 향토 음식인 성게냉국도 유명하다. “제주도 인심은 성게냉국에서 난다”는 말이 있다. 밥상에 성게냉국을 올리려면 끓는 물에 성게알을 살짝 익힌 뒤 일단 건져놓는다. 차게 식힌 성게국물에 참기름으로 볶은 생미역ㆍ성게 알을 넣고 국간장으로 간을 하면 성게냉국이 완성된다. 예부터 제주도 주민은 성게냉국을 산모의 산후식과 애주가의 술병 치료식으로 이용했다.


성게냉국의 주재료인 성게알엔 비타민 A가 풍부하다. 비타민 A는 야맹증 예방과 시력 향상을 돕는 비타민이다. 정신 건강에 이로운 비타민 B1ㆍB2도 듬뿍 들어 있다. 성게 알집은 날 것을 간장에 찍어 먹어야 제 맛이다. 알집은 수분 함량이 높아 금세 상한다. 성게젓을 만드는 것은 오래 두고 먹기 위해서다. 감칠맛이 나는 성게젓은 훌륭한 술안줏감이다. 쌀밥과도 잘 어울린다. 성게의 영문명은 ‘sea urchin’이다. ‘urchin’은 ‘제멋대로 구는 부랑아’를 뜻한다.



글 / 박태균 식품의약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