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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음식

한국인이 가장 부족한 영양소, 매일 칼슘을 섭취하






매일 칼슘을 권장량(하루 700㎎)만큼만 섭취해도 대장암 발생 위험을 74%나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대장암은 수십 년째 부동의 1위였던 위암을 제치고 올해 한국 남성암 1위로 자리바꿈할 것으로 추정된 핫(hot)한 암이다. 칼슘은 한국인이 가장 부족하게 섭취하는 영양소로 알려져 있다.





국립암센터 암역학예방연구부 김정선 교수는 2007∼2014년 새 대장암 환자 923명과 건강한 사람 1846명을 칼슘ㆍ우유를 적게ㆍ적당히ㆍ많이 섭취하는 그룹으로 분류했다. 이어 이들의 칼슘ㆍ우유 섭취 정도와 대장암의 상관성을 추적했다. 이 결과 칼슘을 가장 적게 먹는 그룹(하루 389㎎ 이하)의 대장암 발생 위험을 1(기준)로 봤을 때 칼슘을 가장 많이 섭취하는 그룹(하루 554㎎ 이상)의 대장암 발생 위험은 0.26에 불과했다. 칼슘을 적당히(하루 389∼554㎎) 섭취하는 그룹의 위험은 0.74였다.


칼슘의 대장암 예방 효과는 여성보다 남성에서 두드러졌다. 이번 연구에서 최다 칼슘 섭취 그룹의 하루 칼슘 섭취량이 정부가 정한 칼슘의 하루 섭취 권장량(700㎎)에도 미달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 보고서에 따르면 충분한 칼슘 섭취를 통해 가공육과 붉은색 고기(적색육)의 발암 위험성을 낮출 수 있다.이것이 대장암 예방을 위해 칼슘 섭취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다.





칼슘 섭취가 대장암 발생 위험을 낮추는 정확한 이유는 아직 잘 모른다. 섭취한 칼슘이 염증과 담즙산의 자극으로부터 대장 상피세포를 보호하는 것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칼슘의 왕’인 우유를 하루 반 잔 정도만 꾸준히 마셔도 대장암 예방에 유익할 것으로 김 교수는 평가했다. 국립암센터의 연구결과 우유를 하루 101g(㎖, 약 반 컵) 이상을 마시는 사람이 우유를 거의 마시지 않는 사람(29g 이하)에 비해 대장암 발생 위험이 54% 낮았다는 것이다.


우유의 대장암 예방 효과는 하루 반 잔 이하를 마셔도 나타났다. 하루에 우유를 29∼101㎖ 마신 사람도 우유를 29㎖ 이하 마신 사람에 비해선 대장암 발생 위험이 44%나 낮았다. 우유가 암 예방에 기여하는지, 방해하는지는 암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위암ㆍ대장암ㆍ유방암ㆍ방광암이 우려되면 우유를 더 많이 마시고, 전립선암이 걱정되면 우유의 과다 섭취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 우유와 대장암의 관계를 밝히기 위해 전 세계에서 2011년1월까지 발표된 코호트(cohort, 특정 집단이 장기 추적) 연구논문 18편을 메타 분석(여러 연구결과를 모아 총괄 결론을 내리는 연구)한 결과, 매일 200㎖의 우유를 마시면 대장암 위험이 9%, 400g의 유제품을 섭취하면 17%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유 속 대장암 예방 성분으론 칼슘ㆍCLA(공액리놀레산)ㆍ유산균 등이 꼽힌다. 우유를 즐겨 마시는 사람의 대장암 발생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우유에 풍부한 칼슘이 독성을 지닌 담즙산ㆍ지방산의 생성을 줄이고, 유산균이 장(腸) 건강을 개선시켜 면역력을 높인 결과일 수 있다. CLA는 체중감소 효과가 있어 다이어트 제품의 원료로도 사용되는 성분이다.


우유는 유방암 예방도 돕는다. 우유와 유방암을 주제로, 2010년 5월까지 전 세계에서 실시된 코호트 연구논문 19편을 메타 분석한 결과, 유제품을 즐겨 먹는 여성의 유방암 발생 위험이 유제품을 멀리 하는 여성보다 유방암 발생 위험이 15% 낮았다. 특히 유방암 예방 효과는 일반 유제품보다 저지방 유제품을 즐겨 섭취하는 여성에게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우유ㆍ유제품의 유방암 예방 성분으로 칼슘ㆍCLAㆍ부틸산(酸)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중 칼슘은 독성이 있는 담즙산(장에서 유방으로 이동 가능)과 지방산을 중화해 암 예방에 기여할 것으로 추정된다. 동물실험에선 이미 칼슘과 비타민 D(칼슘의 체내 흡수를 돕는 비타민) ‘커플’이 암 예방을 돕는 것으로 밝혀졌다. CLA도 동물실험에서 유방암의 성장과 전이를 막아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유 지방에 든 부틸산은 암 세포의 자살(自殺)을 유도한다. 인슐린 유사 성장인자-1(IGF-1)이 유방암 발생과 관련이 있다는 주장이 일부에서 제기됐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과학적 증거는 찾기 힘들다.


우유와 위암의 관계에선 인종 간 차이를 보인다. 전 세계에서 우유와 위암의 관계를 밝힌 코호트 연구논문 6편(2013년9월까지)을 메타 분석한 연구논문이 나와 있다. 우유 등 유제품을 즐겨 먹으면 유제품을 기피하는 사람보다 위암 위험이 24% 낮다는 것이 메타 분석의 결론이다. 유럽ㆍ미국인에선 우유 등 유제품 섭취가 위암 위험을 각각 27%ㆍ22%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왔지만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역학 연구에선 유제품의 위암 예방 효과가 일관되게 나타나지 않았다.


일본에서 40세 이상 일본인 남성 2만5730명을 대상으로 15년(1988∼2003년)간 진행된 대규모 코호트 연구(2010년 ‘애널스 오브 에피데미올로지’에 발표)에선 유제품 섭취 최상위 그룹(유제품 섭취량에 따라 네 등급으로 분류)의 위암 발생 위험은 최하위 그룹보다 28% 낮았다. 우유는 방광암 예방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중국에서 900명 이상의 성인을 대상으로 유제품과 방광암의 관계를 연구한 결과(환자ㆍ대조군 연구)에서 유제품을 주 1회 이상 섭취하는 사람의 방광암 발생 위험은 유제품을 전혀 먹지 않는 사람보다 50%나 낮았다.





최근 국내에서 환자수가 급증하고 있는 전립선암과 우유의 관계는 ‘우호적’이지 않다. 일본에서 우유 섭취량에 따라 남성 4만3435명을 네 그룹으로 분류한 뒤 각 그룹별 전립선암 발생 위험을 조사한 결과 최상위 등급(우유를 가장 많이 마시는 집단)이 최하위 등급(우유를 가장 적게 마시는 집단)에 비해 53% 높았다.


지난해 ‘미국임상영양학회지’에 실린 메타 분석(15편의 논문 분석) 결과에 따르면 우유를 하루 200㎖(1팩) 이상 마셔도 전립선암 위험이 특별히 증가하지 않았다. 전립선암 가족력 등 전립선암 고(高)위험 남성이 아니라면 전립선암에 걸릴까봐 우유나 칼슘 섭취를 일부러 줄일 필요는 없다는 의미다. 매일 칼슘을 1200㎎ 이상 섭취하면 전립선암 발생 위험이 증가할 수 있지만 한국ㆍ일본인의 하루 평균 칼슘 섭취량은 권장량(700㎎, 한국 성인 기준)에 훨씬 미달하는 500㎎대이므로 일반인은 우유나 칼슘 섭취를 주저할 이유가 없다.



글 / 박태균 식품의약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