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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여행

땅속에서 솟구치는 시원한 물줄기, 제주 '용천수'






더운 날이 계속되는 여름이다. 열사병으로 목숨을 잃는 사례도 이어질 만큼 더위는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다. 이렇게 자연은 인간이 순응해야 할 대상이지만 때로는 인간에게 한없이 너그럽기도 하다. 고온다습한 제주에 살고 있는 필자는 한가지 재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바로 짠물 바다가 시작되는 해안가에서 냉장고에서 꺼낸 듯 시원하고 맑은 물이 샘솟고 있던 것이다. 바로 지하의 천연 암반수라 할 수 있는 용천수가 바로 그것이다.




용천수는 말 그대로 지하에서 흐르다 땅위로 솟아오르는 물을 말한다. 평소 빗물이 지하로 스며든 후에 대수층을 따라 흐르다가 암석이나 지층의 틈새를 통해 지표로 솟아오르는 형식이다. 과거에는 식수로도 많이 활용될 만큼 깨끗함을 자랑하는 물이다. 주로 해안가 마을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이 용천수가 밀집된 지역인데 발만 담궈도 온몸이 떨릴 만큼 시원함을 자랑한다. 이 때문에 용천수를 중심으로 마을이 형성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이면서 자연스럽게 마을이 만들어져 결국 구심점 역할을 해온 것이다. 특히 솟아나는 물의 양은 마을의 크기를 결정하는 근간이 되어 솟아나는 물의 양이 많을수록 마을 인구수는 더 늘어났다. 제주도에 분포한 용천수는 지난 1999년 조사한 결과 제주시에 540개, 서귀포시에 371개 해서 총 911개로 알려졌다. 안타까운 점은 최근 들어 제주도 중산간 지역의 개발이 계속 이어져 도로 등이 개설되면서 물의 양이 줄어들거나 용천수 자체가 파괴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용천수가 제주의 마을을 이루로 역사를 이어오는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현상이다.




제주에 분포한 용천수의 수가 900개가 넘을 만큼 방대하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손에 꼽을만한 명소가 있다. 우선 제주시에서 가까운 곳부터 꼽자면 제주도 애월읍 신엄리에 위치한 중엄새물이다. 애월해안도로를 따라 절경이 구경하다보면 신엄리에 끝자락에 위치한 용천수를 만날 수 있다. 이곳은 산책로로 잘 형성돼 있어 여행의 길에 잠시 발을 담그고 몸을 식히기에 안성맞춤인 장소다. 또 제주시 서쪽에 위치한 곽지과물해변 용천수도 사람들에게 신비로움을 선물하는 곳이다. 짠물 바다 속 모래에서 솟아오르는 찬물 덕에 여름철 내내 바다는 시원함을 자랑한다. 물이 워낙 시원하다보니 뜨거운 뙤약볕이 내리쬐는 폭염의 날씨에도 오랜 시간 몸을 담그기 힘들 정도다.





특히 곽지과물해변에는 용천수를 이용한 노천탕이 있어 시원한 물줄기로 샤워를 할 수 있는 특권이 있다. 서귀포시 하예동에 위치한 논짓물은 제주도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용천수로 알려져 있는 곳이다. 자연풀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용천수가 풍부하게 솟아오른다. 길이는 짧지만 아이들이 이용 가능한 워커 슬라이드도 있어 어른과 아이모두 만족할 만한 여행지로 손꼽을수 있다. 썰물 시간대에는 물이 바닷물로 흐르지 못한 조수웅덩이가 형성되는데 이곳은 해양생태환경의 보고라 할 수 있을 만큼 다양한 종의 해양생물이 서식해 또 다른 재미를 선물한다.





제주도 동쪽인 제주시 삼양동 삼양검은모래해변 옆의 삼양물통도 제주도민들이 꼽는 최고의 물놀이 장소다. 이곳은 풍부한 수량과 시원한 지하수로 더위를 식히기에 안성맞춤이며, 바로 옆이 포구라 방파제가 파도를 막아 안전한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주변도 앉아서 휴식을 취하기 좋아 돗자리를 펴고 간식을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우기 좋은 곳이다.



글 / 김지환 프리랜서 기자(전 청년의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