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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맞춤형

사라지지 않은 ‘옛날 병’ 결핵을 피하는 방법






적잖은 성인들에게 결핵이란 어린 시절 학교에서 크리스마스 씰을 구입할 때 한 번씩 들어봤던, 그래서 과거의 기억과 결부돼 있는 ‘옛날 병’의 이름이다.


실제로 결핵은 18세기 중반 산업혁명 이후 전 세계적으로 크게 유행했다. 치료약이 개발되기 전에는 치명률이 50%를 넘었다. 결핵이 발병한 환자 중 절반 이상은 사망했다는 뜻이다. 치료약이 1940년 대 후반 개발되면서 치명률은 급감했다. 백신도 널리 보급돼 결핵은 이제 ‘후진국 감염병’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연간 4만여명의 결핵 환자가 해마다 새로 발생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결핵 발생률 1위(10만 명당 86명)라는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국내 의료인 중 결핵 환자가 발생했다는 뉴스가 언론에 심심찮게 보도되고 있다. 퇴치된 줄 알았던 결핵이 사실은 현재진행형의 질병으로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결핵은 결핵균이 우리 몸에 들어와 증식하며 염증 반응을 일으킬 때 발병하는 감염병이다. 결핵균은 몸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는데, 85%가 폐에서 생기고 나머지 15%는 림프절이나 척추 등에서 발생한다.


결핵의 전염성은 폐결핵에만 있다. 결핵 환자의 기침, 재채기, 대화 등을 통해 체외로 배출된 결핵균이 공기를 타고 다른 사람의 폐로 들어가면 감염된다.





결핵이 발병하면 기침·가래·미열, 기운이 없는 증상이 있을 수 있고 아무 증상도 없을 수 있다. 특히 기침·가래·미열은 감기·천식·기관지염 같은 질병에서도 나타나기 때문에 초기 증상만으로 결핵 발병 사실을 알아차리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증상이 지속되는 기간을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한다고 말한다. 감기 등은 1주일 정도 지나면 증상이 호전된다. 별다른 원인 없이 기침·가래가 2주 이상 지속되면 결핵을 의심하고 진료를 받아야 한다.





결핵으로 진단되면 항생제의 일종인 항결핵약제를 6개월 이상 복용해야 한다. 결핵 치료의 관건은 증상이 사라지더라도 의사가 처방해주는 약을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증상이 사라졌다고 해서 환자가 스스로 약 복용을 중단하면 체내에 남아있던 결핵균에 내성이 생긴다. 내성 결핵에서 100% 완치되려면 첫 치료 때보다 더 많은 약물을 더 오랜 기간 복용해야 한다.




결핵은 감염 후 수일 내에 증상이 발현하는 급성 감염병이 아니다. 결핵균에 감염되더라도 결핵으로 발병하지 않다가 면역력이 떨어지는 시기에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를 잠복결핵 감염이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결핵균 감염자의 10%가 결핵으로 발병한다. 이 중 절반은 감염된 후 2년 이내에, 나머지는 평생에 걸쳐 면역력이 약화되는 시기에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인구의 3분의 1 정도가 결핵균을 갖고 있으며 특히 40대 이상의 25%가 잠복 감염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보건당국은 결핵 신환자 발생률을 떨어뜨리려면 잠복결핵 감염자를 미리 찾아내 치료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 8월부터 면역력이 취약한 사람들이 많은 어린이집·학교·의료기관·산후조리원 등에 입사하는 직원은 잠복결핵 검진을 반드시 받도록 했다.





자신이 잠복결핵 감염자인지 알아보고 싶다면 보건소에서 잠복결핵 검진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잠복결핵 감염자로 판정되면 항결핵약제를 복용하며 치료하게 된다. 치료 초기에 약을 먹고 난 후 몇 시간 동안 속이 메슥거리는 증상이 있을 수 있다. 이런 증상이 1주일 이상 지속된다면 약 부작용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도움말: 질병관리본부



글 / 최희진 경향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