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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생활

기록적인 폭염에 건강하게 지내는 비결






기록적인 폭염에 사소한 일에도 분노를 참지 못하고 짜증을 내는 사람이 주변에 많아졌다. 스트레스가 쌓이고, 자주 미간을 찌푸리게 된다. 건강도 해치기 쉽다. 한번 화를 낼 때마다 세포가 4800개나 죽는다.





이런 시기에 건강하게 지내는 비결 한 가지. 자주 웃는 것이다. 일소일소(一笑一少)란 말이 있다. 자주 웃으면 젊어지고,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의학의 아버지’로 통하는 고대 그리스의 의성(醫聖) 히포크라테스는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몸속에 100명의 의사를 거느리고 있다. 다만 100명의 의사가 모두 잠들어 있기에 우리는 온갖 질병에 시달린다”고 했다. 잠든 의사를 웃음으로 깨우면 인류가 아직껏 해결하지 못한 온갖 질병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영국의 역사학자 토마스 칼라일은 “인간의 모든 비밀을 밝힐 수 있는 열쇠는 웃음 속에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문학의 아버지인 작가 마크 트웨인은 “인류에게 진정으로 효과적인 치료제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웃음”이라고 했다. ‘웃음’을 치료제로 봤다.


231개의 근육이 웃음은 엔도르핀ㆍ엔케팔린ㆍ다이놀핀 등의 신비물질을 만들어내고 이는 몸의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낸다. 실제로 웃음은 질병 치료제다. 1964년 미국 ‘토요 리뷰’(잡지) 편집장 노먼 커즌스는 주치의로부터 강직성 척추염 진단과 함께 50세를 넘기기 힘들다는 청천 벽력같은 말을 들었다. 그의 수명을 75세까지 연장시킨 것은 웃음이었다. 10분 쯤 폭소를 터뜨리면 2시간가량 편안하게 잘 수 있었다는 것이 그의 웃음 찬미다.





세계웃음치료학회 패티 우텐 회장은 ‘간호사 웃음부대’를 조직해 운영했다. 광대 차림의 간호사가 병실을 돌면서 환자의 기분을 좋게 하고 웃음을 이끌어냈다. 이 웃음부대는 현재도 미국의 수많은 병원에서 가동 중이다. 생리학적으로 본 웃음은 호흡의 일종이다. 일상적인 숨쉬기와 마찬가지로 웃을 때 공기가 몸 안으로 들어왔다 나갔다를 반복한다. 웃음은 숨을 내쉬는 시간이 길고 강도가 세다는 것이 일반 호흡과는 다른 점이다. 한바탕 크게 웃으면 몸 안으로 들어오는 공기보다 몸 밖으로 빠져나가는 공기의 양이 훨씬 많아진다. 이 순간 폐 속에 남은 공기(습기가 높아 각종 병원균 증식 위험이 높다)는 물론 기관지염ㆍ폐기종ㆍ흡연 등으로 인해 생긴 화농성 분비물 등 유해물질이 함께 배출된다.


웃음은 근골격계를 운동시키는 효과가 있다. 온화한 웃음은 얼굴ㆍ목ㆍ어깨 근육을 적당히 자극한다. 이보다 웃음 강도가 커지면 갈비뼈 사이의 근육ㆍ복근ㆍ횡격막 등 호흡과 관련된 근육을 운동시킨다. 온 몸을 쥐어짜듯이 거의 뒹굴면서 ‘경련성’ 웃음을 터뜨리면 대부분의 근육이 수축된다. 웃음을 멈추면 근육이 바로 이완된다. 근육이 수축-이완 운동을 반복 하면 근육 주위를 지나는 혈관이 자극돼, 혈액의 흐름이 촉진된다. 웃기만 해도 신선한 산소와 영양이 잘 뚫린 혈관을 타고 우리 몸의 구석구석까지 충분히 전달되는 것이다.





웃음은 통증을 줄여준다. 웃으면 자연의 진통제로 알려진 엔도르핀이 몸 안에서 많이 생성되기 때문이다. 웃으면 상쾌한 기분이 들고 마음이 한결 편해지는 이유도 엔도르핀의 증가와 관련이 있다.


조깅을 할 때도 엔도르핀이 많이 나온다. 이 때문에 웃음은 ‘정지 상태에서 하는 운동’으로 비유된다. 돈 한 푼 안 들이고 몸 안에 작은 운동장 하나를 갖는 것과 마찬가지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 윌리엄 프라이 교수는 사람이 한바탕 크게 웃으면 몸속의 650개 근육 가운데 231개 근육이 움직인다고 주장했다. 한바탕의 연속적인 웃음은 에어로빅 5분의 운동량과 맞먹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한번에 5초씩 100번 웃는다고 해도 시간으론 8분30초 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 정도의 시간을 할애하면 강도가 가장 센 운동인 노젓기를 10분하는 것과 버금가는 효과를 얻게 된다. 웃음이야 말고 편하고 돈 안 드는 운동인 셈이다.





웃음은 정신 건강에도 유익하다. 스트레스는 웃음을 천적으로 여긴다. 분노ㆍ불안ㆍ공포가 유머 한마디로 사라지는 것은 누구나 경험했을 것이다. 우리 뇌의 중심부엔 감정ㆍ자율 신경ㆍ면역력을 담당하는 간뇌가 있다. 이 간뇌의 세 기능은 모두 한 방향으로만 작용한다. 감정이 좋아지면 면역력이 증강되고, 감정이 상하면 면역력이 떨어진다. 따라서 웃음으로 감정을 업(up)시키면 질병에 대한 면역력의 높아진다. 웃음이 신장의 부신에서 나오는 코티솔(호르몬)의 분비를 정상으로 유지시키는 것도 면역력 강화를 돕는다.


웃으면 아드레날린ㆍ노르아드레날린 등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도 감소된다. 이 호르몬이 과잉 분비되면 면역력이 떨어진다. 미국 로마 린다 의대 리버크 교수는 웃음이 면역력을 증가시킨다는 것을 실험적으로 입증했다. 10명의 남성에게 1시간짜리 코미디 비디오를 보여준 뒤 면역물질의 변화를 살폈다. 그 결과 병원균을 죽이는 항체의 혈중 농도가 200배나 증가했다. 일본 오사카대 연구팀은 웃음이 혈액 속의 자연살해세포(NK 세포)를 활성화하는 사실을 확인했다. NK 세포는 면역기능을 높여주며, 암세포를 공격해 암을 예방한다.


연구팀은 18∼26세 남성 21명에게 코미디 프로와 교양 프로를 보게 했다. 그 결과 코미디 프로를 본 사람의 경우 NK 세포의 활성화율이 시청 전 26.5%에서 29.4%로 높아진 반면, 교양 프로를 본 사람들은 27%에서 24.8%로 낮아졌다. 웃음은 심장 박동수를 증가시킨다. 심장이 빨리 뛴다는 말이다. 혈압도 약간 올라간다. 혈압이 오를까봐 웃기를 꺼리는 고혈압 환자도 있다.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혈압의 상승 정도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다. 웃기를 중단하면 혈압은 순간적으로 떨어진다. 정상 혈압보다 더 낮아진다. 웃다가 심장마비에 걸렸다는 사람은 아직 없다.





웃음이 건강에 유익하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면서 웃는 행위 자체를 치료에 응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보육원ㆍ요양원ㆍ양로원 등 분위기가 삭막하고 침울하기 쉬운 곳에서 웃음 치료는 진가를 발휘한다. 미국의 한 노인병 전문센터가 유머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병을 극복하려는 환자의 자세가 더 적극적으로 바뀌었다. 활동량이 늘어나고, 환자 상호간의 교제횟수도 증가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선 1982년부터 웃음을 줄 수 있는 친구 맺기 운동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일본에선 병원이 주최하는 유머대회가 수시로 열린다. 웃음 전문가는 입을 크게 벌리고, 천정을 보면서 소리 내어 웃는 연습을 할 것을 추천한다. 건강한 삶을 살려면 매일 100번은 웃으라는 것이다. 웃을 때는 주변의 눈치를 살피지 말고 큰 소리로 웃으라고 조언한다. 별로 웃을 일이 없으면 웃는 표정이라도 지어보라고 권한다.


너무 의도적이거나 부정적인 웃음은 오히려 건강에 오히려 역효과다. 스트레스를 쌓이게 한다. 남을 얕잡아 보거나 업신여길 때 짓는 비웃음 (조소), 자기 비하를 표시하는 쓴 웃음 (냉소), 아첨하기 위해 억지로 만든 웃음 등이 이 부류에 속한다. 흥미롭게도 건강에 좋은 자연스런 웃음은 오른쪽 뇌의 지배를 받지만, 나쁜 웃음은 왼쪽 뇌의 영향권에 놓여 있다.



글 / 박태균 식품의약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