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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생활

생각보다 안전하지 않은 병원, 스스로 안전을 지키자





병원내 감염, 투약오류, 음주 수술, 의료진 시술 실수, 대형 화재 환자사망 등등. 병을 고치거나 아픈 몸을 추스르려고 병원을 찾았다가 뜻하지 않게 겪을 수 있는 불행한 일들이다. 병원이 생각만큼 안전하지 않다는 말이다.





병원이 결코 '안전 무풍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은 2015년 5월 우리나라를 강타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에서 많은 사람이 뼈저리게 깨달았다. 그때 메르스 진원지 중 하나인 삼성서울병원 등에 입원한 가족이나 친지, 지인을 간병이나 병문안 차 방문했다가 메르스에 걸려 감염자로 고생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수두룩했다. 심지어 목숨까지 잃는 일마저 생겼다. 고가의 의료장비와 의료시설을 자랑하며 의료 선진국을 자처하던 대한민국이 열사의 나라에서 온, 이름도 낯선 감염병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면서 민낯을 드러냈다.


병원에서 세균 등에 감염돼 질병에 걸리는 일은 드물지 않다. 아니 흔하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정도로 다반사다. 질병관리본부의 '전국 병원감염 감시체계'(KONIS) 최종보고서를 살펴보자. 2014년 7월~2015년 6월 대학병원과 대형병원 등 전국 30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 96곳(중환자실 169개) 대상의 감염실태 조사에서 모두 2천524건의 병원 내 감염이 발생했다. 종류별로는 혈류감염이 1천90건으로 가장 많았고 폐렴 735건, 요로감염 699건 등의 순이었다.





혈류감염은 항암제와 항생제, 혈액성분과 같은 정맥주사가 필요한 환자의 중심 정맥에 삽입하는 카테터(관) 관련 감염 비율이 85%를 차지했고 폐렴은 산소를 공급하는 장치인 인공호흡기 관련 감염이 60%에 달했다. 특히 요로감염은 요도카테터 관련 감염이 96%를 넘었다.


대부분 의료기구 관련 감염이었다. 시술에 사용하는 의료기구가 오염돼 있다는 말이다. 병원 규모가 크다고 감염관리를 잘하는 것도 아니었다. 700~899병상의 대형 의료기관의 병원감염이 전체 감염의 43%를 차지해 300~699병상 병원보다 심각했다.


우리나라 의료기관만 그런 게 아니다. 미국, 호주, 캐나다, 영국, 뉴질랜드, 일본 등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비슷한 상황이다. 미국 의학학술원의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안전한 건강케어 시스템 갖추기' 보고서를 보면, 미국 병원에서 의료 오류로 숨지는 사람은 연간 4만8천~9만8천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매일 약 200여명이 의료 오류로 숨진다는 얘기로, 한 해 자동차 사고로 숨진 사망자보다 많은 수치다. 실제로 병원에서는 의료인의 실수나 과로로 인한 부주의 등으로 크고 작은 의료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지난 2014년 11월 18일 인천의 한 대학 부속병원에서 발생한 음주 수술 사건은 대표적이다. 당시 이 병원의 응급실에서 성형외과 전공의 1년차 A(33)씨는 술에 취한 채 응급환자 B(3)군을 진료하고 수술했다. A씨는 병원으로부터 파면징계를 받았다. 보건복지부는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최전선에서 의료인이 저지른 이런 어이없는 행위에 대해 겨우 1개월 이내의 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


의료법과 의료법 시행령은 의료인이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품위를 손상하면 최대 1개월 이내에서 자격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게 하고 있을 뿐이다. 병원은 그 어떤 곳보다 화재로부터 안전해야 할 장소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지난 2014년 5월 전남 장성에서는 한 노인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던 환자 21명이 화재로 목숨을 잃는 대형 참사가 발생해 뭇사람을 안타깝게 했다.





병원에서 의료인이나 간호사가 주사를 잘못 놓거나 다른 약을 투약해 환자를 위험에 빠뜨리는 일도 심심찮게 벌어진다. 2015년 3월 인천 가천대 길병원에서는 간호사가 손가락 골절 접합수술을 받고 회복을 위해 병동에 입원해 있던 20대 군인에게 약물을 잘못 투여해 숨지게 하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각종 안전사고가 쉼 없이 생기는 병원에서 환자와 가족이 조금이라도 안전하게 진료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의료인에게 환자 알권리 확보차원에서 투약과 입원, 수술과 관련한 사항 중에서 우려되는 게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묻고 또 묻기를 반복하라고 권한다. 이를테면 수술을 받는다면 어떤 부위에 수술하는 지 의사에게 정확하게 묻고, 입원중이라면 신체접촉을 하는 모든 의료진에게 손을 씻었는지 질문하라는 것이다. 약국에서 약을 받을 때는 '이 약이 나에게 처방된 것이 맞는지' '이 약의 부작용은 무엇인지' 등을 다시 한 번 확인하라고 당부한다. 환자 스스로 자신이 받는 진료에 대해 끊임없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참고문헌:'우리 가족 주치의 굿닥터스'(대한의학회·대한의사협회 지음. 맥스미디어 刊)>



글 / 서한기 연합뉴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