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건강/맞춤형

반복되는 두통, 한 달 8번이면 병원으로






뚜렷한 이유가 없는 것 같은데 이상하게 머리가 아팠던 경험, 적잖은 사람들이 갖고 있다. 남녀 모두 절반 이상이 1년에 적어도 한 번 이상은 두통을 경험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럴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흔한 증상이니 금방 괜찮아지겠지 생각하고 참고 넘기거나, 약국에서 진통제를 사 먹는 정도에 그친다. 하지만 두통도 엄연한 병이다. 자주 반복되면 만성으로 진행될 위험이 높아질 수 있고, 다른 병 때문에 나타나는 증상인 경우도 있다.





이에 대한두통학회는 이달 26일부터 ‘두통 인식개선 캠페인’을 시작했다. 두통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고, 조기에 제대로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함이다. 캠페인에선 평소 두통을 종종 경험하는 사람들에게 숫자 ‘8’을 기억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대한두통학회에 따르면 숫자 ‘8’은 만성두통의 위험을 알리는 특별한 신호다. 한 달에 8번 이상 두통 증상이 나타나면 전문의에게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두통으로 병원을 찾은 사람은 지난 2010년 67만1,000여명에서 지난해 78만9,000여명으로 약 17% 증가했다. 그냥 참거나 일반적인 진통제 복용만으로 대처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두통 환자는 이보다 많을 거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두통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전문의들은 스트레스를 든다. 복잡한 대인관계나 과도한 업무 등 주변으로부터 받는 스트레스와 이를 극복하지 못해 생기는 심리적 부담감 등이 정신적 긴장을 가져오면서 두통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이럴 땐 대개 뒤통수나 목 뒤쪽이 뻣뻣해지면서 당기거나 무거운 느낌이 든다. 오전보다 오후에 증상이 더 심해지는 특징을 보이고, 수주에서 수년 이상 비슷한 증상이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스트레스에 따른 긴장형 두통이 전체 두통의 70~80%를 차지한다.


긴장형 두통에 사람들은 흔히 일반적인 진통제를 복용한다. 하지만 긴장형 두통은 심리적 요인이 함께 작용해 나타나는 증상이기 때문에 대체로 진통제만으로는 쉽게 좋아지지 않는다. 약을 먹어도 호전되지 않으니 약을 더 찾게 되고 결국 남용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진통제 남용은 오히려 두통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따라서 긴장형 두통이 계속된다면 무턱대고 진통제부터 먹기보다 의사의 상담부터 받아보는 게 좋다.




두통의 10~20%는 갑자기 한쪽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면서 시작되는 편두통이다. 편두통은 특히 여성에게 더 많이 나타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건강보험 진료비 지급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편두통으로 진료를 받은 사람은 2010년 47만9,000여명에서 지난해 50만5,000여명으로 5.3% 증가했다. 성별로 나눠보면 남성은 13만2,000명에서 14만4,000명으로 9.2%, 여성은 34만7,000명에서 36만1,000명으로 3.8% 늘었지만, 환자 수는 여성이 약 2.5배나 많다.





여성이 편두통을 더 많이 겪는 가장 큰 이유는 호르몬 때문이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젠과 프로게스테론이 편두통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서다. 이들 호르몬의 기능이 활발한 가임기인 30~50대에 여성들이 편두통을 특히 많이 겪는 이유이기도 하다.


편두통이라고 해서 꼭 한쪽 머리만 아픈 건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 온 머리로 두통이 퍼지기도 한다. 보통 한번 시작되면 4~72시간 정도 맥박이 뛰는 것처럼 머리가 욱신욱신 아픈 증상이 계속된다. 증상이 심해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거나, 빛에 지나치게 예민해지거나, 메스꺼운 증상이 함께 나타날 경우 편두통일 가능성이 높다. 또 긴장형 두통과 달리 편두통은 머리가 아프기 전 눈 앞에서 아지랑이가 피는 듯하거나,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는 등의 특징적인 전조증상이 생기는 경우도 많다.





한 달에 15번 이상 두통을 경험하는 심각한 만성 편두통 환자의 약 73%가 제대로 된 치료 대신 진통제를 과용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편두통 역시 습관적으로 진통제를 복용하는 건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전문의와의 상담이 우선이다. 진통제만으로 버티다가 만성 편두통으로 발전하면 치료가 더 어려워지고 우울증까지 동반될 우려마저 높아진다. 잠이 부족하거나 피곤이 이어지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편두통 역시 악화한다. 어깨나 목 쪽에 나타나는 통증은 두통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함께 치료하면 도움이 된다.



 
긴장형 두통이나 편두통이 아니라 처음 경험해보는 듯한 두통 증상이 새롭게 시작될 때는 반드시 신경과 진료를 받아봐야 한다. 예를 들어 머리가 이렇게 심하게 아파 보기는 처음이라든지, 망치 같은 둔기로 세게 얻어맞은 것 같다든지, 시간이 갈수록 증상이 나아지는 게 아니라 점점 심해진다든지 하면 빠른 시일 내에 병원을 찾을 필요가 있다. 기침을 하거나 용변을 보거나 성행위를 한 직후 두통이 나타나는 경우, 50세가 넘은 뒤 처음 두통이 시작되는 경우도 전문의와의 적극적인 상담을 권한다.





두통과 함께 졸음이나 기억력 감퇴, 발열, 감각이상, 시력장애, 보행장애 등의 증상이 함께 나타나는 상황은 특히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일반적인 두통이 아니라 다른 신경계 질환이 생긴 건지 확인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두통을 흔하고 단순한 증상이라고 가벼이 여긴 채 병원 가는 걸 차일피일 미루다 나중에서야 신경계 질환이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두통은 사람에 따라서 양상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섣불리 자가진단을 하지 말고 조금이라도 신경계 질환 가능성이 의심되면 꼭 전문적인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글 / 임소형 한국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