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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맞춤형

잠에 대한 무관심, 찬밥 신세 수면무호흡증






10월 25일 오후 7시30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본관 3층 수면의학센터. 하루 일과를 마치고 찾은 이곳은 조용했다. 하루 4명의 환자만 받는다고 했다. 간편한 복장으로 갈아입자 의사가 내 머리 곳곳과 코, 입과 다리에 센서를 붙였다. 바로 옆에 위치한 방으로 들어가자 “이제 수면 검사 시작하겠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불이 꺼졌다. 수면무호흡증 검사를 하기 위한 첫 번째 절차다.





‘코골이가 심하다’는 말을 들은 건 7년 전 입대 이후였다. 생활관에서 전우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가장 큰 민폐가 코골이였다. 많이 혼났지만 고쳐지지 않았다. 직장에 들어오니 코골이는 더 심해졌다. 수면중 컥컥 거리거나 아침에 일어나면 목과 코가 찢어질 듯 아팠다. 결국 병원을 찾았고, 수면무호흡증이 의심된다며 바로 검사를 해보자고 했다.





병원에 도착해서 처음 놀란 건 비용이다. 수면 상태를 알아보는 수면다원평가 비용만 79만원이었다. 이후 수면내시경이 23만원, 수술 비용과 진료비를 합치면 수백만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수면무호흡증을 그저 수면 장애로 치부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이를 방치할 경우 당뇨와 암 등 중병으로 악화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또 놀라웠다. 학계에서는 수면무호흡증이 흡연만큼 위험하다고 보고 있단다. 사실 수면 무호흡증은 한국에서 흔한 질병이다. 65세 이상 인구 100명 중 5명은 수면무호흡증을 겪은 적이 있다는 통계가 나왔다. 20세 이상 성인 중 수면 장애를 경험한 사람들도 20% 이상이다.





그러나 수면장애 치료의 벽은 너무나 높고 공고하다. 대부분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있어서다. 개인돈으로 수면다원평가와 수면내시경을 진행한 뒤 수면무호흡증 중등급 이상 판정을 받아야 이비인후과 진료시 의료보험이 적용된다. 일찍 수면 장애의 심각성을 인지한 유럽 등 선진국에서 보험처리가 되는 것과는 정반대다. 학계에서는 의료 주체 등에 대한 다툼으로 논의를 진행시키지 않고 있다고 한다. 첫 진료 이후 2달 기다려 1차 검사를 받고, 또 2달을 기다려 2차 검사를 받는 등 시간도 오래 걸렸다. 우리 사회가 ‘잠’에 대해 얼마나 무관심한지 다시 한번 느꼈던 시간이다.





그저 일이 고되고, 스트레스성으로 착각하다 더 큰 질병을 불러올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국가 차원에서 수면장애에 대한 인식 개선이 절실해 보였다. 특히 연령대가 높고, 생활이 빠듯한 환자들의 수면무호흡증은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수 있다. 이제 코골이를 듣기 싫은 개인의 문제로만 보지말고, 심각한 질병으로 봐야할 때다.



글 / 박세환 국민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