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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맞춤형

떨어지는 기온, 혈관 건강 주의보






하루가 다르게 기온이 내려가며 겨울을 향해 가고 있다. 기온이 떨어지면 혈압과 심장 건강에 빨간 불이 켜진다. 심장이나 뇌 혈관질환은 최근 들어 20, 30대에서도 발병 빈도가 증가했다고 보고되고 있다. 식습관이나 흡연, 스트레스 증가 등으로 국내에선 지난 수십 년 동안 심장이나 뇌 혈관질환 환자들이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중년의 병’이라는 인식이 강하고, 조기검진이나 예방에 대해서도 중요성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심뇌혈관 질환은 단일 질환으로는 우리나라 사망 원인 1위다.




기온이 본격적으로 떨어지기 시작하면 우리 몸은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혈관을 수축시킨다. 혈관이 수축하면 혈액이 지나는 통로가 그만큼 좁아지기 때문에 혈압은 상승하게 된다. 기온이 1도 내려갈 때마다 수축기 혈압은 1.3 정도가 올라가고, 5도 가량 떨어지면 수축기 혈압이 5~6 정도 상승한다고 알려져 있다. 또 요즘처럼 일교차가 큰 환절기에 갑작스럽게 찬 공기에 노출되면 우리 몸에선 교감신경계의 활동이 활발해진다. 이 과정에서 말초 동맥들이 수축하면서 역시 혈압이 올라가게 된다.





혈압이 급격하게 상승할 경우 관상동맥이나 대동맥, 심장판막 질환, 심부전 등의 심뇌혈관 질환 발병 가능성도 함께 증가한다. 특히 평소 고혈압 증상이 있는 사람은 뇌출혈이나 심근경색이 생길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이미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는 심장 발작이나 가슴 통증 같은 증상이 악화할 우려도 있다. 이 때문에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지거나 심장마비 돌연사 등의 위험이 커진다.





이런 일을 막기 위해서는 기온 변화에 따라 건강 관리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특히 부모나 형제, 친지 중 고(高)콜레스테롤혈증, 고혈압, 당뇨병, 심장질환 등을 앓고 있거나 앓았던 사람이 있다면 더욱 조심해야 한다. 이 같은 가족력이 있으면서 흡연을 하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이라면 심뇌혈관 질환 검사를 받아볼 필요도 있다.




혈압이나 심장 등에 갑작스럽게 문제가 생기더라도 사실 그 전에 이미 몸의 이상을 알리는 전조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전조 증상을 평소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거나, 인지했어도 큰 문제 아닐 거라고 무심코 넘기는 사람이 많다는 게 문제다. 심뇌혈관 질환의 전형적인 전조 증상은 갑자기 찬바람을 쐰 다음 가슴이 두근거린다거나, 빨리 걷거나 운동을 하는 동안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지거나 뻐근해지는 것이다.





이 밖에도 심뇌혈관 질환의 전조 증상은 사람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열이 나거나 목이 아픈 감기 증상이 없이 기침만 계속돼도 심장질환을 의심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심부전 등 일부 심장질환은 마른 기침이나 천명(숨을 쉴 때 쌕쌕거리는 소리가 나는 증상)이 나타난다. 또 몸무게가 갑자기 늘거나, 피로감이 계속되거나, 별다른 이유 없이 밥맛이 뚝 떨어지는 등의 증상도 심장질환을 예고하는 것일 수 있다. 누워 있을 때 숨 쉬기가 불편하거나 자는 동안 가슴이 답답해 깨는 것도 여러 가지 전조 증상 중 하나다.





대개는 이런 전조 증상이 심장마비 같은 심각한 심뇌혈관 질환이 발생하기 수일~수개월 전부터 발생한다. 하지만 심장마비 환자의 25%는 전조 증상이 전혀 없다가 갑자기 쓰러지기도 한다. 때문에 전조 증상을 인지했다면 그 즉시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심뇌혈관 질환의 위험 요소를 확인할 수 있는 검사로는 경동맥 초음파, 심장 초음파, 폐기능 검사, 뇌 자기공명혈관촬영(MRA) 등이 있다.




겨울철 혈액 순환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피 속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혈관에 탄력을 줄 수 있는 오메가3나 오메가6 같은 불포화지방산이 들어 있는 음식을 섭취하는 게 도움이 된다. 채소나 해조류, 버섯류, 콩류, 생선류 등에 이런 성분이 많이 함유돼 있다.





혈관의 탄력을 높여주기 위해선 운동을 규칙적으로 해야 한다. 통계적으로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등이 제일 많이 발생하는 시간대는 오전 6시부터 11시 사이다. 이 시간대를 피해 매일 30분~1시간 정도 빨리 걷는 정도의 운동만으로도 심뇌혈관 질환 예방에는 많은 도움이 된다고 전문의들은 조언한다. 외출할 때 얇은 옷을 여러 겹 겹쳐 입어 체온을 따뜻하게 유지해야 하는 건 기본이다.


(도움말: 조승연 차병원 차움 심장내과 교수, 박창규 고려대 구로병원 심혈관센터 교수)



글 / 임소형 한국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