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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생활

A형 지나니 B형, 빨리 찾아온 봄철 독감






한동안 유행하던 A형 독감(인플루엔자)의 세력이 약해지고 최근 B형 독감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막연한 불안감을 갖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A형과 B형이 번갈아 가며 유행하는 양상은 올 겨울에만 나타나는 특이한 현상이 아니다. 겨울에는 A형 독감 바이러스가, 봄에는 B형 독감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는 건 국내에서 해마다 되풀이돼온 양상이다. 바이러스 유형이 A형이든 B형이든 관계 없이 독감을 예방하려면 기본적인 위생 수칙을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A형 독감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환자 수는 지난해 12월 마지막 주부터 이달 중순까지 3주 연속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다. 12월 25~31일에는 외래 환자 1,000명 당 63.5명이었으나, 1월 첫째 주인 1~7일에는 39.4명으로 줄었고, 이어 둘째 주인 8~14일에는 24.0명으로 더 감소했다. 보건당국은 A형 독감의 유행이 잦아들기 시작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1월 둘째 주에 올 겨울 들어 처음으로 B형 독감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독감 바이러스는 유전자의 구조나 단백질의 종류에 따라 크게 A형과 B형, C형의 3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사람에게 감염되는 것은 A형과 B형이다. A형 바이러스는 표면에 있는 단백질인 헤마글루티닌(H)과 뉴라미데이즈(N)에 따라 다시 여러 종류로 구분된다. 헤마글루티닌은 16가지, 뉴라미데이즈는 9가지가 있어서 이들이 서로 조합돼 다양한 바이러스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번 겨울에는 헤마글루티닌 중 H3, 뉴라미데이즈 중 N2를 갖고 있는 H3N2 바이러스가 주로 기능을 부렸다.





이와 달리 B형 독감 바이러스는 종류가 많지 않다. 최초에 검출된 지역의 이름을 딴 빅토리아형과 야마가타형의 2가지로 크게 구분된다. 보건당국은 이번 겨울 들어 국내에서 처음 검출된 B형 바이러스가 빅토리아형인지 야마가타형인지를 분석하고 있다.


B형 독감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A형에 감염됐을 때보다 증상이 비교적 가볍게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A형 독감 바이러스가 증상이 심하면서 짧게 유행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비해 B형 바이러스는 증상은 상대적으로 약하지만 유행 기간이 4, 5월 봄철까지도 길게 지속되는 특징이 있다. 때문에 보건당국은 아직 독감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사람들이 지금이라도 백신을 맞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자나 만성질환자, 임신부, 생후 6~59개월 된 소아 같은 고위험군은 꼭 접종하는 게 좋다.




보건당국은 명절을 맞아 이동 거리가 길고 각종 모임이 많은 만큼 개인위생에 더욱 신경 써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손을 씻을 때는 꼭 비누를 사용하고 30초 이상 손등과 손바닥, 손톱 등 곳곳을 골고루 문질러줘야 한다. 또 기침이 나올 땐 휴지나 손수건으로 입과 코를 가리고 해야 한다. 휴지나 손수건이 없더라도 손을 쓰진 말고 옷소매를 이용해 가리면 된다. 기침이나 콧물이 나거나 목이 아프거나 열이 난다면 외출할 때 마스크를 착용하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는 되도록 피하는 게 좋다.





만약 감기 증상이 오랫동안 멈추지 않으면서 고열이나 무기력한 상태가 계속된다면 병원을 찾아 폐렴 여부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에 염증이 생기는 병인 폐렴에 걸리면 가래, 기침, 열 같은 일반적인 감기 증상뿐 아니라 가슴 통증이나 호흡 곤란, 두통, 근육통 같은 증상도 함께 나타난다.





특히 감기 증상이 있으면서 숨을 쉬는 게 불편해졌거나 고름과 비슷한 화농성 가래가 나오는 환자는 반드시 전문의 진료를 받아보는 게 좋다. 고령자나 만성질환자를 비롯해 면역력과 폐 기능이 떨어진 사람은 독감을 앓다가 폐렴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폐렴 환자는 9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환절기와 겨울철에 면역력이 떨어지고 독감 환자가 증가하는데 따른 영향인 것으로 분석된다.



글 / 한국일보기자 임소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