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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맞춤형

결핵 예방접종, 주사식? 도장식? 백신 종류 보다 접종 시기 준수가 더 중요




영ㆍ유아들이 맞아야 하는 결핵 예방접종을 둘러싼 혼란이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2012년부터 나라에서 접종비를 지원해 무료로 맞을 수 있었던 결핵 백신이 수입에 차질이 생기면서 공급량이 줄자 정부가 지난달부터 3개월 동안 다른 백신을 무료 접종 대상으로 새롭게 지정했기 때문이다. 


기존 정부 지원 대상 결핵 백신은 주사식(피내용), 이번 한시적인 지원 대상은 도장식(경피용)이다. 의학적으로는 이들 두 가지 백신이 효과나 안전성 면에서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까지도 아이에게 어떤 방식을 맞혀야 하는지 혼란스러워했던 부모들이 적지 않았다. 


이번 기회에 두 백신의 차이를 정확히 파악해두는 게 좋겠다.




40대 이상 부모들의 기억에 ‘불주사’라는 이름으로 남아 있는 예방접종이 바로 ‘주사식’ 결핵 백신이다. 


과거 학교에서 결핵 예방을 위해 아이들에게 단체로 맞히던 이 백신은 일반적인 주사를 맞는 것과 유사하다. 결핵균이 포함된 백신 액이 들어 있는 주사의 바늘을 피부 안쪽 진피층(피내)으로 완전히 찔러 넣는 방식이다. 


진피층은 우리 몸에서 면역반응이 가장 잘 일어나는 부위 중 하나다. 통증이 크긴 하지만 예방 효과를 높이기 위해 백신 액을 피부 깊숙한 곳까지 주입하는 것이다. 


주사식 백신은 접종 후 주삿바늘이 들어갔던 자리의 피부에 선명한 흉터가 남는다. 이는 인체가 결핵균과 싸우면서 일어난 정상적인 면역반응의 결과물이다. 주사를 맞은 사람이 결핵에 대한 면역력을 갖게 됐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반면 도장식 결핵 백신은 이보다 통증이 적고 흉터도 덜하다. 긴 바늘 하나에서 약이 나오는 일반적인 주사와 달리 도장식 주사 도구에는 짧은 바늘이 9개 달려 있다. 


이를 피부에 2차례에 걸쳐 강하게 눌러주는 식으로 맞힌다. 바늘이 주사식에 비해 피부 속 얕은 곳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통증이 줄어들고, 주사액이 바늘 여러 개에서 분산돼 나오기 때문에 흉터도 상대적으로 옅게 생긴다. 


간혹 도장식 결핵 백신은 흉터가 아예 생기지 않는다고 여기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잘못 알려진 사실이다. 만약 도장식 백신을 맞혔는데 아이의 피부에 흉터가 안 생겼다면 약이 피부 안쪽으로 다 들어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결핵 예방 효과는 떨어진다는 얘기다. 주사를 급하게 놓거나 숙련도가 부족한 사람이 놓으면 이런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주사식이든 도장식이든 결핵 백신을 맞은 뒤 만들어진 흉터는 시간이 지나 나이가 들면서 점점 희미해진다. 흉터가 꺼려져서 굳이 주사식을 피하거나 도장식을 선호할 필요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다만 경험이 부족한 사람이 주사식 결핵 백신을 놓다가 자칫 약이 진피층 아래 근육으로까지 들어가면 림프샘 등 다른 주변 조직에 불필요한 염증반응이 일어나며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결핵 예방접종 백신으로 도장식보다 주사식을 권장하고 있다. 바로 흉터 때문이다. 백신 접종으로 결핵에 대한 면역력이 생겼음을 흉터로 쉽게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주사에 들어 있는 약이 피부로 모두 들어갔는지 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중요한 이유다. 


하지만 도장식 백신은 주사에 약이 남아 있는지 아닌지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접종 비용이 주사식의 거의 2배에 이른다는 점도 WHO가 도장식을 권장하지 않는 까닭 중 하나다. 우리 정부 역시 주사식만 무료 접종 지원 대상에 포함했다. 


국내에서는 한때 비싸고 흉터도 안 생기는 백신이 효과가 더 좋을 거라는 오해 때문에 주사식보다 도장식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요즘 들어선 이런 오해가 상당 부분 해소됐지만, 여전히 신생아를 둔 초보 부모들은 결핵 백신 접종을 앞두고 주사식과 도장식 사이에서 고민하는 경우가 있다. 



우리나라는 두 백신 모두를 수입하고 있다. 주사식은 덴마크, 도장식은 일본에서 주로 들여온다. 최근 이들의 생산 공장이 각각 민영화 절차와 시설 관리 등으로 생산 물량을 줄이는 바람에 국내 공급이 지연됐다. 


사실 결핵 백신 공급 차질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전문가들이 국산 결핵 백신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정부는 주사식 백신 수입이 정상화할 때까지 도장식 백신을 무료 접종 대상에 포함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일부 부모들 사이에선 주사식이 다시 들어올 때까지 아이의 결핵 백신 접종을 미루려는 움직임도 있다. 


결핵 예방 표준접종기준에 따르면 결핵 백신은 신생아가 태어난 지 4주 이내에 맞혀야 한다. 우리나라는 결핵 발병률이 유달리 높기 때문에 특히 백신 접종 시기를 준수할 필요가 있다. 접종 후엔 주사 맞은 부위를 문지르지 말고 반창고나 밴드 등을 붙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