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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살아가는 이야기

지천명, 철들어 생긴 내 서툰 발 마사지 서비스

세금 안 붙는다고 저도 내년이면 어느새 지천명의 언덕에 오르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시도 때도 없이 기상하는 경우도 다반사죠. 근데 이건 바로 시나브로, 그리고 확실히 늙어가고 있다는 반증일 겁니다.

오늘도 눈을 뜨니 겨우 새벽 네 시였습니다. 아내 또한 어느새 일어나 유선방송 TV의 지나간 드라마를 물끄러미 보고 있었지요.


"더 자지 않고?"

"다리가 아파서 일찍 깼어."

 

 

  아내의 대답은 다시금 저의 심금을 울리는 애틋함에 다름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잔존하던 잠의 유혹을 내
  치곤 벌떡 일어났죠. 그리곤 거실로 나가 신문지와 비닐장갑, 그리고 콜드 크림을 준비하곤 다시 침대로
  왔습니다.
 


"자, 편히 누워."


이어 제가 비록 엉터리 발 마사지사이긴 하지만 오늘도 아내의 발을 정성껏 마사지 해 주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비닐장갑을 양손에 끼고 콜드크림을 잔뜩 안내의 발에 바릅니다.
이어 양손에 힘을 줘가며 아내의 발을 문지르고 당기면서 지압을 하는 것이죠. 그러자면 아내는 너무 좋고 시원하다며 연신 감탄사를 내놓습니다.

그렇게 약 10분 여의 발 마사지를 하고 나면 아내는 전신까지 시원하다며 이내 만족합니다. 그리곤 쪼르르 주방으로 달려가 아침식사 준비를 하지요. 오늘처럼 이렇게 아침마다 아내의 발을 마사지 해주기 시작한 건 지난주부터입니다.


'여자팔자는 뒤웅박 팔자'란 속설처럼 돈을 못 버는 이 무능한 서방을 만난 탓으로 지금도 백화점에 나가 하루종일 서서 일하는 아내의 발은 항상 고단하고 혹사당하기 일쑤입니다.
하여 평소에도 저는 마사지 기계로 아내의 발을 마사지 해 주곤 했지요. 그러다가 지난주 서점에 갔는데 언뜻 눈에 띄는 책이 바로 발을 손으로 직접 마사지 해 주는 이상의 좋은 건강법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책을 주마간산으로 읽곤 아내에게 시범적으로 시작했던 것이었지요. 그러자 아내 역시나 너무나 좋아하는 겁니다!

아무튼 그렇게 아내의 발을 마사지해 주다 보면 저도 모르게 그만 아내를 향한 사랑이 봄날 아지랑이처럼 솟음을 새삼느끼게 됩니다.

물론 이렇게 얘기한다고 해서 제가 늘 그렇게, 그리고 만날 아내를 황후 모시듯 지극정성으로 대우했다는 건 물론 아닙니다.

 

  저도 과거엔 아내가 아니라 차라리 원수 그 이상으로 반목하고 미워했던 세월이 실재하는 때문이죠. 급기야
  는 이혼까지도 고려해야 하는 심각한 내홍의 이력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시련의 상처와 세월을 지나고 나니 이제 정말이지 아내 이상으로 이 세상에서 사랑스럽고 예쁜 '여자'는 딸 외는 단연코 없습니다.


별 건 아니지만 아내에게 남편이 서비스하는 발 마사지는 분명 베푸는 사랑일 겁니다. 근데 그러한 남편의 베풂이 있으면 반드시 아내로 부터도 오는게 있습니다. 그건 바로 글과 말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어떤 뿌듯한 행복감이라는 겁니다.


이런 걸 보자면 역시나 나이가 들면 철도 함께 드는가 봅니다.

아무튼 세상의 남편 여러분~ 오늘 당장 사랑하는 아내의 발을 마사지 해 주세요!

백문불여일행(百聞不如一行) 입니다.


홍경석 / 대전시 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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