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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살아가는 이야기

찬 물 먹고 체하면, 사랑하는 딸들의 '약손'이 최고!

  오후에 둘째 딸애가 회사 근처로 나오라는 것이다. 생일선물로 휴대전화를 바꿔주겠다고 했다. 기쁜
  마음에 얼른 옷을 입고 딸애의 회사 근처로 갔더니 마침 기다리고 있다가 휴대전화를 새로이 바꿔주
  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갑자기 나와서 그런지
목이 말라서 딸애가 사주는 무
  슨 차인지 음료수를 마시고 집에 와서 일이 터졌다.


 

저녁을 먹으려는데 배가 살살 아프기 시작하더니 구토가 나며 어찌나 아픈지 몸져눕고 말았다. 며칠 전에도 체한 것인지 아파서 병원에 갔다 오고 했었는데 다 낫지를 낳은 것인지 물만 마셔도 토하고 배가 너무 아파서 미칠 지경이었다.

 


갑자기 찬 것을 마셔서 장이 놀랐나보다며 아내가 바늘로 손을 따주고 소화제를 먹어도 마찬가지였는데 정말이지 물도 마실 수가 없었다. 병원 문은 닫혔고 설사 열렸다 해도 조금만 움직여도 속이 메스꺼워 병원에 갈 입장이 아니었다. 토요일 아침에 병원에 가려니 움직일 수가 없었고 속이 뒤집히는 것 같아 차도 탈 수가 없어 그저 누워서 진정을 하기로 했다.

 

특별히 먹은 것이라고는 찬물뿐이었는데 이렇게 심하게 앓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  내일이 아빠 생신인데 이게 무슨 일이래요?  ” 하면서 네 딸들은 한마디씩 중얼거렸고 좋은 가을 날씨에 놀러가자고 했던 말들은 물거품이 되었다. 두 손자들까지 데리고 와 있던 큰 딸도 하필이면 생신 때 이렇게 아프시냐고 응급실에 가자며 성화를 부렸다.


그러다가 갑자기 내 등 뒤로 와서는 “  참, 등 뒤를 이렇게 꾹꾹 누르면 낫는다고 했던 것 같은데…  ” 하면서 내 등 뼈 옆을 엄지손가락으로 꾹꾹 누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속이 뻥 뚫린 것처럼 시원해지고 살 것 같았다. 그러다가 손을 떼면 또 속이 아팠다.


“야 너희들 다 나와서 돌아가면서 한 번씩 아빠 등 눌러드려!”

 

큰 딸애의 말대로 네 딸들이 번갈아가면서 손으로 등뼈를 양옆으로 꾹꾹 누르고 훑어 내려줬는데 그 때문인지 조금씩 배 속이 편해지고 시원해 살 것 같았다. 이런 모습을 보고 아내가 “  네 딸들을 낳을 때는 힘들더니만 이렇게 키워놓으니까 호사를 받네. 나한테 고마워해야 돼.  ” 하며 웃는다.


“  할아버지. 이제 괜찮아?  ” 하고 네 살 된 손자 녀석이 다가와 이모들처럼 등을 꾹꾹 누르는 시늉을 하며 묻는데,  “  할아버지가 아파서 놀아주지 못해 미안해.  ” 하자 “  응, 그래 맞아.  ” 하고 맞장구를 친다.

 

생신잔치 한번 거하게 했다면서 내년에도 이렇게 아프실 거면 미리 병원 예약해 두겠다고 해서 또 웃었는데 네 딸들의 극진한 약손 때문에 나았다 생각하니 이 만큼 호사스런 생일을 보내기도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딸들아, 고맙다. 하지만 혹시 생일 선물을 잊은 건 아니겠지? 은근 슬쩍 넘어가면 안 된다.


박윤식 서울시 마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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