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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맞춤형

갑작스런 설사와 구토, 알고보니 겨울 식중독?


 

 물을 통해 전파되는 수인성(水因性) 전염병의 세계에서도 세대 교체가 활발하다.
 콜레라ㆍ이질ㆍ장티푸스ㆍ파라티푸스 등 세균이 일으키는 수인성 전염병은 이제 구세대다. 

 요즘엔 신세대  수인성 전염병이라 할 수 있는 노로 바이러스 식중독과 A형 간염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들은 둘다 세균

 보다 훨씬 작은 바이러스에 의한 질병이다.

 

 

 

 

 겨울철 골칫거리 노로바이러스

 

 노로 바이러스 식중독은 기온이 떨어지면 더욱 기승을 부린다. 이를테면 겨울에 제 세상을 만나는 수인성 전염병이다  미국에선 ‘윈터 보미팅’(winter vomitting)으로 통한다. 겨울에 구토를 하게 하는 병이란 뜻이다.  그만큼 구토는 노로바이러스 식중독의 가장 흔한 증상이다.

 

 노로바이러스가 겨울 질환이란 것은 국내 통계로도 입증됐다.

 겨울철 식중독 환자 10명중 6명 이상이 노로 바이러스가 원인균이다.
 가톨릭대 의대 백순영 교수가 전국의 8개 병원에 설사ㆍ구토 등 위장염 증세로 입원한 5세 이하 어린이 762명의 가검물을 조사해봤더니 이중 15%(114명)에서 노로바이러스 감염이 확인됐다. 감염된 어린이 10명중 6명은 겨울에 걸렸다(『임상미생물학회지』2008년4월호).

 

 노로바이러스가 겨울에 유행하는 것이 바이러스의 특성 탓이다.  살모넬라균ㆍ병원성 대장균 O-157균ㆍ포도상구균 등 식중독을 일으키는 세균은 기온이 떨어지면 증식을 멈춘다. 이것이 음식을 냉장고에 보관하는 이유이다.

 반면 노로바이러스는 온도가 떨어지면 오히려 생존기간이 연장된다. 실온에선 10일 가량 살 수 있지만 냉장온도(4도)에선 2개월, -20도의 냉동상태에선 수년∼수십년간 버틴다.

 

 게다가 겨울엔 “날씨가 찬데 가열하지 않고 먹은들 무슨 탈이 나겠어…”하며 물ㆍ음식 관리에 소홀히 하는 것도 겨울철에 노로바이러스의 발생이 잦은 요인이다.

 

 

  음식은 물론 식수, 사람과 사람사이에도 전파된다...

 

 겨울 가뭄도 노로바이러스의 발생 위험을 높인다.

 특히 식수난을 겪고 있는 일부 농촌지역이 문제다.  수돗물 공급이 끊기거나 제한 급수가 이뤄지면 안전성이 의문시되는 지하수ㆍ농산물 전처리 용수 등을 사용하거나 이미 쓴 물을 재 사용할 수 있어서다.

 백순영 교수팀이 지난해 전국의 지하수 300곳을 조사한 결과 이중 30% 이상이 노로바이러스에

오염돼 있었다.

 

 겨울엔 설 명절로 인해 ‘민족 대이동’이 일어난다는 것도 노로 바이러스에겐 활개를 칠 기회이다.

 사람과 사람간 전파가 안되는 세균에 의한 식중독과는 달리 노로바이러스 식중독은 ‘맨 투 맨’전염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건강한 성인이 노로바이러스 식중독에 걸리면 설사를 하다 며칠내 자연 회복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어린이, 특히 2세 이하의 영ㆍ유아가 감염되면 심한 설사ㆍ탈수ㆍ구토 등의 증세로 병원 신세까지 져야 한다.

 

 

 

  백신, 치료, 검사법이 없다..

 

 노로바이러스는 예방 백신ㆍ치료ㆍ검사법이 없는 ‘3무’의 질환이다. 

 따라서 손을 잘 씻고 물을 끓여 마시고 음식을 충분히 익혀 먹는 등 개인 위생이 중요하다. 

 이렇다할 치료약도 없다.  물을 자주 마시는 등 탈수 예방에 주력하면서 자연 치유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물ㆍ굴ㆍ일부 채소잎 등에 오염된 노로바이러스는 검출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외의 식품에 노로바이러스가 오염돼 있다면 이를 찾아낼 검사법이 없다.   따라서 식중독 사고가 일어나도 어떤 음식이 노로바이러스를 유발했는지 ‘진범 확인’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이다. 2006년 사상 최대 규모의 학교급식 사건이던 ‘CJ사건’에서도 원인균은 노로바이러스로 확인됐지만(학생들의 가검물에서 검출) 원인식품은 깻잎 등 몇가지가 거론되다 끝내 미궁에 빠지고 만 것은 이래서다.

 

 노로바이러스는 다른 이름이 많다. 노왁바이러스ㆍ칼리시바이러스ㆍSRSVㆍNLV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다가 2002년 노로바이러스로 병명이 통일됐다.

- 80도의 가혹한 환경에서도 살아남는 등 생명력이 강한 ‘놈’이다. 그러나 85도에서 1분만 가열해도 활성을 잃는다.  

 미국ㆍ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식중독 원인 1위이다.

 

 국내에선 2006년 이후 3년째 식중독 발생건수ㆍ환자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어린이에게 장염을 일으키는 로타바이러스보다는 독성이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글 /  박태균 중앙일보 식품의약전문기자 tkpark@joongang.co.kr

포스터 및 이미지 / 식품의약품안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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