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건강/생활

"남자와 여자", 걸리는 병도 다르다?!


 

 

 

 남과 여. 이들은 일부 특정 질환에 걸릴 확률이 크게 다르다.  

 

 우울증은 여성이 남성보다 2배나 잘 걸린다.

 이유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생리ㆍ임신ㆍ출산ㆍ수유 등 여성만의 생물학적 부담과 여성호르몬 등이 여성을 더 우울하게 만드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여성의 갑상선기능항진증 유병률은 남성의 3~8배, 갑상선기능저하증 유병률은 남성의 약 7배다. 갑상선암도 남성보다 3~5배 더 잘 걸린다. 이유는 잘 모른다.  

 

 류마티스성 관절염도 여성이 3배 더 잘 걸린다.

 한양대 류마티스내과 배상철 교수는 “여성호르몬이 관여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여성호르몬 성분이 함유된 경구피임약을 복용하거나 임신 중일 때 류마티스 증상이 호전된다는 것이 이를 시사한다”고 말했다.

 

 반면 폐암과 40대 남성 심장병 발병률은 남성이 월등 높다.

 남성의 흡연율이 상대적으로 높고 폐경 전의 여성의 경우 여성호르몬이 심장병 발생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전염병도 남여를 가린다?!

 

 세균ㆍ바이러스ㆍ진드기ㆍ모기 등이 옮기는 전염병들 가운데 일부도 뚜렷한 성별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염병을 일으키는 병원체에 대한 저항성(면역력)에 있어선 남녀가 다를 바 없다는 것이 의료계의 정설이다.

 

 그런데도 발생률이 서너 배 이상 다르거나 3000명 이상의 환자에서 남녀 유병률이 1.5배 이상 차이나면 역학(疫學, 전염병학) 전문가들은 ‘뭔가 있다’고 여기고 역학조사를 통해 그 이유를 추적한다. 원인을 밝히면 해당 전염병의 예방ㆍ대처법이 나오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법정 1∼4군 전염병 가운데 남성은 에이즈ㆍ유행성 이하선염ㆍ말라리아ㆍ브루셀라ㆍ간염ㆍ비브리오 패혈증, 여성은 쓰쓰가무시병ㆍ풍진ㆍ세균성 이질에 잘 걸린다. 

 

 2001년부터 현재까지 52가지 1∼4군 전염병에 걸린 사람은 28만여명이다. 전체적으론 남성과 여성 환자수가 별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특히 10년 누적 환자수 최다인 수두를 비롯해 백일해ㆍ장티푸스의 경우 남녀 차이가 두드러지지 않았다. 

 

 남녀 차이가 가장 큰 질병은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다.

 1985∼2010년 국내 남성 에이즈 감염자는 7033명으로 여성(623명)보다 10배 이상 많았다. 동성 간 성접촉을 통해 에이즈에 감염된 남성은 2437명이었으나 여성은 한명도 없는 것이 이런 차이를 불러왔다. 

 

 남성 브루셀라병 환자도 여성 환자보다 6.7배나 많았다.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파상열(波狀熱, 열이 파도처럼 올랐다가 내려간다는 뜻)로 통하는 브루셀라병은 사람은 물론 소ㆍ산양 등도 걸리는 인수공통전염병”이며 “수의사ㆍ축산업자 등 이 병에 걸리기 쉬운 직업인인 주로 남성이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비브리오 패혈증도 남성이 여성보다 6배가량 잘 걸린다.  

 여름철 패혈증균에 오염된 해산물을 생식하거나 상처 난 손발이 균에 오염된 바닷물에 노출됐을 때 걸리는 비브리오 패혈증을 남성이  더 잘 걸리는 것은 생선회 등을 즐기고 상처가 있는 상태에서도 바닷물과 접촉하는 일이 많으며, 간질환 환자의 비율이 높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간 건강이 나쁜 사람이 비브리오 패혈증에 걸리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여성은 비브리오 패혈증으로 33명이 숨진 데 비해 남성 사망자수는 259명에 달했다. 

 

 국내에서 토착화되고 있는 말라리아도 10년간 남성 환자가 여성 환자보다 5배가량 많다.
 사람의 피를 빠는 모기는 모두 암컷이다. 말라리아를 옮기는 얼룩날개모기도 산란을 위해 흡혈한다. 그렇다고 암컷 모기들이 사람 남성의 피를 더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이재갑 교수는 “일반적으로 모기는 젖산(땀 성분)ㆍ향수ㆍ화장품 냄새에 강한 (흡혈) 유혹을 느끼는 데 (웃으며) 남성의 땀 냄새를 여성의 향수냄새보다 더 좋아하는 것 같다”며 “경기 북부ㆍ강원 등 휴전선 근처의 장병들이 말라리아에 주로 감염되기 때문에 남성 비율이 높은 것”으로 풀이했다. 
 남성이 야간에 활동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남녀 발생률 차이의 한 원인이다. 저녁 시간 이후에 외출을 줄여 모기에 가급적 물리지 않는 것이 최선의 말라리아 예방법이다. 

 

 최근 몇 년 새 국내에서 유행중인 볼거리(유행성 이하선염)도 10년간 남성 환자가 여성 환자보다 두 배 가량 많다.

 볼거리는 침샘의 염증, 즉 볼이 붓는 것이 주 증상이며 뇌수막염ㆍ고환염ㆍ췌장염 등을 동반하기도 한다.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강진한 교수는 “남녀 차이가 분명히 있지만 원인은 잘 모른다”며 “남성에게 유행성 이하선염 바이러스 수용체가 더 많은 것도 가정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합병증의 하나인 뇌수막염 발생률도 남아가 여아보다 3∼5배 높다.

 사춘기 이후에 남성이 볼거리에 걸렸을 때 특히 조심해야 하는 합병증은 고환염ㆍ부고환염이다. 드물지만 나중에 불임의 원인이 될 수 있어서다. 청소년의 경우 볼이 아니라 고환이 부어서 병원을 찾은 뒤 볼거리로 진단되는 경우가 10∼20%에 달한다.  
 

 남녀의 활동성 때문인지 A형ㆍB형 간염도 남성이 더 잘 걸리는 전염병으로 밝혀졌다.  광견병 바이러스에 감염된 개나 야생동물에 물린 뒤 옮기는 공수병의 경우 지난 10년간 남성 환자가 7명 발생한 데 비해 여성은 한명도 없었다. 이 역시 남녀의 활동성 차이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반대로 여성이 잘 걸리는 대표적인 전염병은 예상 외로 ‘농부병’으로 알려진 쓰쓰가무시병이었다.
 지난 10년간 여성이 남성보다 두배 가량 많이 이 병에 걸렸다. 가을철 열성 전염병인 쓰쓰가무시병은 털 진드기에 물리면 옮기는 병이다. 대개 추석 성묘나 추수기간에 잘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성이 밭일을 하면서 쭈그려 앉는 경우가 많다. 이는 털 진드기에 물리기 쉬운 상태다. 따라서 나물을 캐거나 주말 농장에서 일할 때도 가능한 한 쭈그려 앉지 않는 것이 좋다. 세균성 이질ㆍ풍진 등도 10년간 여성 환자가 더 많았지만 큰 차이는 아니었다.

 

 

글 /  박태균 중앙일보 식품의약전문기자 (tkpark@joongang.co.kr )

 

 

 

 

 

 

 로그인 없이 가능한 손가락추천은 글쓴이의 또다른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