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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살아가는 이야기

가족의 커다란 힘이 되는 아기 태명을 아시나요? 작년이맘 때 쯤 신랑 사업이 부도가 났다. 그런데 작년 8월에 둘째아이까지 들어섰다. 5년 동안 아무 소식 없던 아기가 이 어려운 시기에 느닷없이 계획 없이 생겨버린 것이다. 기쁨과 걱정이 교차하며 어떡해야 할 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신랑에게 이 기쁜 소식조차 전하기도 미안했고, 이 아기를 포기하자니 생각만 해도 눈물이 주르륵 흘러 내렸다. 병원을 다녀와 며칠을 망설이다 신랑에게 임신 사실을 털어 놓았다. 깜짝 놀라며 반기던 신랑의 모습에 그제야 난 너무 고맙고 안심이 되었다. 그리고 또 느낄 수 있었다. 내 앞에선 웃으며 반기던 그 모습 뒤에 숨겨진 부담과 걱정들, 얘기가 끝난 뒤 조용히 밖으로 나가 담배를 꺼내 무는 신랑의 모습이 애처롭기까지 했다. 가여운 집안의 가장들, 가장으로써의 책임감,.. 더보기
봄날, 책과 차와 사람들이 기다리는 곳이 있다? ‘책과 차, 사람 이 세 가지 아름다움이 이어지는 정자’라는 뜻의 삼가연정은 60세 이상의 어르신들이 운 영하는 북카페다. 차를 마시며 책을 보고, 사람과 어울려 문화를 즐길 수 있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삼가연정을 찾았다. 책과 차, 사람의 향기가 있는 곳 60세 동안 쌓아온 어르신의 삶의 역량과 지혜를 사회에 환원하고, 젊은이뿐만 아니라 모든 세대가 어르신과 쉽게 어울릴 수 있는 북카페를 지향하는 삼가연정은 서울시가 서울노인복지센터와 함께 '9988 어르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실버 문화 벨트' 사업의 하나다. 서울시가 60세 이상 노인의 창업 및 취업을 위해 지난해부터 지정 및 지원하고 있다. 종로구 경운동에 위치한 삼가연정 문을 열고 들어서자 한 켠에 마련된 책들이 먼.. 더보기
소주 먹고 음주단속현장을 경험해 보니... 학창시절 초∙중∙고등학교 12년을 같이 다니면서 동성애 소리를 들을 정도로 절친했던 고향의 죽마고우 녀석이 나이 40대에 이르러서야 결혼을 한 뒤 집들이를 한단다. 불알친구들이 저녁에 다 모였다. 상 다리가 휠 정도로 잘 차려진 음식에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은 어릴 때 추억을 떠올리며 한바탕 신나게 술을 마셨다. 몇 녀석이 거하게 취할 때 쯤 바로 옆에 있던 한 친구가 정색을 하면서 내 어깨를 툭쳤다. “ 야 임마, 저 인간이 결혼해서 제일 기뻐할 놈이 너인데 왜 소주 한 잔 안하냐?” 며 농담스런 핀잔을 준다. 운전을 해야 한다고 설명하자 옆에 있던 다른 녀석이 “에이, 운전 안 해 본 놈 있냐? 까짓 거 한두 잔 어때. 이런 날 한 잔 해야지.”라며 부추겼다. 그러자 일제히 “야, 샌님 같은 놈아 한 .. 더보기
봄이 되면 내 이름이 사랑스러운 이유 여러 홍보문구를 새긴 현수막을 비롯해 아직 바람이 매서운 겨울부터 시작한 봄의 예찬은 여기저기서 넘쳐난다. 언제나 봄보다 먼저 봄을 알리는 그 문구가 내 눈을 사로잡는 순간부터 '나를 아는 사람들 중 저 광고를 보면서 과연 몇 명이나 나를 떠올릴까?' '이 만큼 생기가 흐르는 이름이 또 뭐가 더 있을까?' 나름의 나르시시즘에 빠져 한참을 아릇한 기분에서 헤어나지 못하기도 한다. 정작 아무도 나를 떠올리지 않는데, 혼자 그런 생각에 빠져 있는지도 모르겠으나 봄마다 흩뿌려져 있는 그런 문구들은 내 기분을 늘 좋게 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봄은 오고 봄보다 상큼한 새봄은 요즘 한창 빛을 발하고 있다. "새봄맞이 대축제" "새봄 - 그 설레는 시작" 그렇다고 여태껏 이름이 내게 늘 유쾌한 것만은 아니었다. 198.. 더보기
작년 다이어리를 보며 눈물 흘렸던 사연   작년 초에 오랫동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조금만 쉰 후 하고 싶은 것을 하거나 새로운 직장으로 이직을 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세상일이 제 뜻대로만 되지 않았죠. 3개월 동안 쉬었다가, 선배들에게 전화도 해보고 이력서를 쓰고 면접을 보는 데도 취직은 쉽지가 않았습니다. 처음 한두 달은, 그래 분명히 나를 알아주는 곳이 따로 있을 거야라면서 그냥 곧 있으면 바로 취업이 될 줄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어느덧, 시간은 흘러 한해가 다 갔습니다. 거기에다가 경제도 어려워지면서, 나라 안팎으로 불안감도 가중되다 보니 이제, 이력서를 쓰는 것도 지쳐가고 취업이 될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작년 한 해, 이력서만 무려 100통을 넘게 썼다가 지웠다가를 반복했습니다. 12월 31일에는 정말 이제는 취업하는 .. 더보기
비좁고, 답답한 지하철 출근길이 우울하지 않는 이유 출근 시간에 지하철을 탔다. 사람이 많을 거라고는 예상했지만 그날은 앞사람을 뒤에서 힘껏 밀지 않고서는 들어갈 수 없을 정도였다. '급할수록 돌아가라.' 는 말도 있지만 탈까 말까 고민하다가 다른 뾰족한 방법이 없을 것 같아 일단 타기로 결정하고 앞 사람을 미는 순간 쇼핑백이 선로 밑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 아저씨, 가방 떨어졌어요.”한 아주머니가 안타깝다는 듯 걱정을 했다. 가방 안에는 오늘 당장 제출해야 할 보고서와 애지중지 아끼는 수첩 그리고 안경이 있었기에 다음 열차를 이용하기로 하고 역무실로 달려가서 도움을 청했다. “저어, 가방이 선로 밑에 떨어졌는데요.” “어디예요. 어디.” 오히려 나보다 더 걱정을 하며 한 공익근무요원이 황급히 떨어진 장소로 갈 것을 재촉했다. 그 분은 위험을 무릅쓰고 .. 더보기
50세 아들 머리 깎아준다는 팔순 노모의 사연 '애비야 머리 깎자' 팔순이 가까운 엄니께서 이발도구를 챙겨 놓고 하시는 말씀입니다. 2월 달력 장을 떼어 냈다고는 하나 아직 바람이 찬 3월 첫날, 엄니는 예외 없이 양지쪽에 플라스틱 의자를 놓아두고 50세가 다 된 아들을 향해 소리치십니다. "애비야 머리 깎게 어여 나와." "더 있다 깎아도 되겠구만유." "아녀. 나이 들수록 머리카락이 길면 사람이 초라해 보인다니께." 매 달 초하루만 되면 엄니와 똑같은 대화가 반복된 지도 벌써 반년이 넘습니다. 5년 전 아버님께서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기 전까지만 해도 울 엄니는 아버님의 전용 이발사셨습니다. 우리 삼형제 역시 어려서부터 엄니께서 머리를 직접 깎아 주셔서 분가해 살기 전까지는 이발소에 가 본 기억이 없습니다. 그런데 아버님이 작고하신 뒤부터 이발 기계.. 더보기
다 큰 딸에게 '똥이나 싸'라는 아빠의 문자 아빠는 따스한 미소와 자상함이 트레이드 마크였다. 그런데 사업을 하시던 중 동업자분 이 큰 빚을 졌고, 졸지에 사기 공범으로 몰려 빚쟁이들에게 끌려가 폭행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 일로 경찰서까지 갔으나 아빠는 무죄방면되셨다. 그후 아빠는 심한 정신적 충격에 시달렸다. 폭행의 악몽 때문에 잠꼬대까지 하시던 아빠는 점점 변하셨다. 말수가 확 줄며 성격도 무뚝뚝해지고 벙어리가 되신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내가 다니던 기획회사는 전시와 이벤트 대행 전문 회사였는데 그날 마침 야외 작업 중 휴대폰 문자 메시지가 날아왔다. 정신없는 와중에 무슨 일인가 싶어 열어봤더니 ‘긴급대출 OOOO번’이라는 내용 아닌가.‘ 젠장’하면서 닫아버렸다. 그런데 잠시 후 5분 만에 진동. 이번에는“8282 대리운전, 언.. 더보기
갑자기 사라진 마사지사의 이유 동네 목욕탕에 갈 때마다 자신이‘백말 띠’라며 띠에 대한 이야기 보따리를 푸는 마사지사 언니가 있다. 동네사람들이 애용하는 목욕탕인데 우리가 그냥 ‘언니’라고 부르는 그녀는 백말 띠로 인해 팔자가 드셀 거라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 지금 때밀이가 직업이 된 것 같다며 재미있는 수다를 떠 는 마사지사다. 그녀는 그 목욕탕 4명의 마사지사 중 대장 격이었다. 나이가 가장 위이기도 했지만 곱상한 얼굴에다 항상 웃는 모습으로 분위기 조성을 잘했다. 그 목욕탕에서만 7년 차라고 했다. 그런데 동네 아줌마들로부터 인기가 있고, 사람들이 많이 찾는 진짜 이유는 딴데 있었다. 그녀의 착한 심성 탓이었다. 우리네 젊은 아줌마들의 때를 밀 때는 당연히 돈을 받지만 혼자 오신 할머니 손님이 계시면 반드시 모셔다가 때밀이 무료 .. 더보기
우리 딸 물텀벙이처럼 태어날 뻔한 사연 나는 결혼을 늦게 한 데다 2년이 지나서 임신을 했는데 입덧은 다른 사람보다 유별났다. 온종일, 아니 잠을 자도 눈앞에 먹는 것만 보였다. 입의 변덕이 죽 끓듯해서 금방 먹고 싶다가도 얼마 뒤면 그 음식 떠올리기가 싫고 그러다가 한번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못 견딜 지경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오후, 나른한 상태로 TV를 보다가 잠이 들어버렸다. 그렇게 비몽사몽간인데 언제 퇴근했는지 남편이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고 있는 게 아닌가. 손질하고 있는 재료는 해물이었다. ‘물텀벙'이라고 부르는, 워낙 봐줄 것 없이 생겨먹은 꼴에다가 살도 붙질 않아서 생선 축에도 못 끼던 고기다. 평소엔 징그럽게 느껴지더니만 오늘은 아직 날 것인 채 손질을 하는 중인데도 내 입에 군침이 도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워낙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