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 디지털 콘텐츠 공모전 우수상 수상작, 엄민혜님의 "우리 남편의 금연일기" 입니다.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할 수 있는 금연! 다 같이 읽어 보시고 힘내시기 바랍니다.

 

 

 

 

 

 

 

 

글.그림 / 엄민혜

  

Posted by 국민건강보험공단

 

 

 

 

 

       중년 이후 부부 사이는 이후의 삶의 질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서로 마주 하고 살아야하는 시간만이 오롯이 남은

       만큼 남편과 아내는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절대 아닌

       만큼 준비와 연습이 필요하다.

 

    

            

 

바깥일에서 물러난 남편들이 집에서 몇 끼를 먹느냐를 가지고 만들어낸 영식(零食)님, 일식(一食)씨, 이식(二食)군, 삼식(三食)이 같은 농담도 이젠 옛말같이 들립니다. 만두를 잔뜩 빚어 냉동실에 넣어 두거나 곰국을 한 솥 가득 끓여 놓고 친구들과 여행을 떠나는 아내들 이야기 역시 하도 많이 들어 시큰둥할 정도입니다. 물론 당사자인 남편들에게는 여전히 난감하고 불편하기 짝이 없어도 어쩜 가정의 평화를 위해 오늘도 묵묵히 견디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남편과 아내의 처지가 예전과는 사뭇 달라졌다고 해도, 중년 이후의 아내들이 쏟아내는 남편에 대한 불평불만은 오랜 세월동안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마누라 나이 든 건 생각하지도 않고 아직도 이거 가져와라, 저거 가져와라, 귀찮고 성가시고 힘들어요…. 아이들 다 크고 이제 드디어 자유구나 했더니 남편이 퇴직하고 들어앉았어요. 그동안 고생한 건 알지만 나도 좀 훨훨 날아다니고 싶어요…. 자기만 바깥에서 힘든가? 위로 부모님 챙기고 아래로 아이들 신경 쓰느라 나도 힘들다고요…. 아직도 바깥에만 나간다고 하면 못마땅해하고 잔소리를 해요. 내가 애도 아니고, 가만 좀 내버려뒀으면 좋겠어요.”

 

 

 

부부가 마주보고 지내야 하는 시기

 

자녀들이 다 집을 떠나고 부부만 남게 되는 시기를 ‘빈 둥지기(empty nest period)’라고 합니다. 자식들 다 떠난 둥지에서 부부 둘이 마주 보고 지내야 하는데, 사이가 나쁘거나 서로 소 닭 보듯 한다면 인생의 후반부가 얼마나 괴로울까요. 황혼이혼을 계획하고 있다면 모를까, 배우자와 헤어지지 않고 같이 늙어가고 싶다면 미리 미리 대책을 세워야겠지요.

 

우리 속담에 ‘열두 효자 악처만 못하다’, ‘이 복 저 복 해도 처복이 제일이다’, ‘이 방 저 방 해도 서방이 제일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어떻게 하면 중년 이후의 부부관계를 잘 설계해서 ‘살아서는 함께 늙고 죽어서는 같은 무덤에 묻힌다’는 ‘해로동혈(偕老同穴)’, 즉 생사를 같이 하는 부부 간의 사랑의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요?

 

 

첫째, 대화는 부부관계의 첫걸음!

원래부터 말이 안 통했고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할 말도 없다면서 말을 안 하기 시작하면 점점 더 입을 닫게 됩니다. 말을 하지 않으면 상대가 원하는 것을 알 수도 없고 내 마음도 표현할 수 없습니다. 입은 밥만 먹으라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말하기에 앞서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이 먼저인 것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겁니다.

 

 

둘째, 서로의 취향 존중하기!

젊었을 때는 남편이나 아내 어느 한쪽의 취향에 맞추거나 무조건 따랐을지도 모르지만, 이제는 더 이상 자신의 취향을 상대방에게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나이 들어서도 여전히 자기 취향과 생각만 무조건 내세우는 남편이나 아내가 있는데, 상대방이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면 우선 취향과 의사부터 존중해 주시기 바랍니다.

 

 

셋째, 활동은 따로 또 같이!

다름을 인정하고 배려하는 것이 사랑의 시작입니다. 예를 들어, 취미나 여가활동을 부부가 같이 할 수도 있지만 선호하는 활동이 다르면 따로 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질병과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필요에 따라 함께 혹은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유연함이 필요합니다.

 

 

넷째, 집안일 나눠하기!

밥하기, 상차리기, 설거지, 세탁기 돌리기, 빨래 널고 개키기, 청소, 쓰레기 버리기, 장보기 등 집안일은 작아 보이지만 우리가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되는 일들입니다. 가정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공동의 책임임을 명심하면 부부 양쪽이 모두 즐거워집니다. 집안일 나눠하기는 아내가 먼저 떠날 경우 뒤에 남게 될 남편의 홀로서기를 위한 훌륭한 연습이 되기도 합니다.

 

 

다섯째, 측은지심(惻隱之心)!

부부 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어쩜 서로를 불쌍히 여기는 마음일지도 모릅니다. 인생길을 같이 걸어온 동지를 향한 감사와 애틋한 마음은 서로를 위한 따뜻한 울타리이며 힘입니다. 세상에서 단 한 사람이라도 나를 가엾게 여기며 애틋한 마음으로 품어준다면 나이 들어 겪게 되는 허무함과 외로움에도 명약이 됩니다.

 

 

여섯째, 부부 사랑에도 공짜는 없다!

좋지 않았던 부부 사이가 나이 들었다고 어느 날 갑자기 좋아지는 법은 없습니다. 먹고 사느라고, 아이들 기르느라고 소진된 사랑의 에너지를 보충해야 합니다. 공짜로는 어림도 없고 다시 한 번 관심이라는 씨앗을 뿌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알기 위한 노력, 즉 감정의 노동이 필요합니다.

 

                                                                                                          글 / 유경 어르신사랑연구모임 대표·사회복지사

                                                                                                                                    출처 / 사보 '건강보험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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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을 만난 것은 대학교 2학년 때였습니다. 그때부터 6년의 연애, 3년의 결혼생활을 거쳐 이제 만난 지 9년이 넘어가네요. 시간이 이만큼 흘렀지만 변함없이 똑같은 것은 신랑의 헤어스타일입니다. 군대 제대 후 복학한 신랑의 헤어스타일은 짧은 스포츠형의 군인스타일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제대한지 얼마 안 되어서 그런 거라 생각했는데 사귀면서도 늘 한결같은 스타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깔끔하고 단정한 신랑의 옷차림과 그에 걸맞은 헤어스타일이라 여기면서 아무 생각 없이 지냈습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반복된 질문에 저의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남자친구를 소개시켜주면 늘 연이어 나온 질문은  “ 군인이세요. ”  아니면  “ ROTC이신가 봐요 ” 라는 당연한 듯한 질문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신랑에게 머리를 길러보라고 했지만 사실 직모인 신랑의 머리를 기르기란 여간 쉽지 않더라구요. 결국 결혼 날짜를 잡고 5개월 전부터 신랑은 대대적인 머리 기르기 대작전에 들어갔습니다.

 


머리를 기른지 1개월 후 자르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2개월 후, 부모님들과 직장동료들의“너무 덥수룩해 보이는데 머리 좀 자르지” 라는 간절한 부탁도 마다하고 말입니다. 그렇게 인고의 노력 끝에 4개월째에 접어들어 덥수룩하게 사방으로 쫙쫙 뻗은 머리카락이 최절정에 달할 지경이었습니다.


결혼 날짜를 한 달 앞두고 오랜만에 대학 동기들을 만난 축하주를 사기로 약속했습니다. 1차로 식사를 하고 2차로 막창 집에 들러 소주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 연탄불에 막창을 구웠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기쁨과 결혼을 앞 둔 설레는 마음에 취한 신랑, 친구들과소주잔을 부딪쳐가며 기분이 참 좋았답니다.


그때 한 친구가 연탄불 가에서 소주잔을 부딪치다 소주가 연탄불에 쏟아졌습니다. 당연히 알코올이 들어가니 연탄불이 위로 올라오면 불이 세졌구요. 그 광경이 재미있었던지 신랑이 다 익어가는 막창을 집으로 연탄불 가까이로 얼굴을 들이미는 순간 다른 친구 한명이자신의 소주잔에 들어 있던 소주를 연탄불로 부은 것 입니다.

 

순간  ‘ 으악~! ’ 이라는 신랑의 외침과 함께 어디선가 오징어 타는 듯한 냄새가 났습니다. 그렇습니다. 신랑은 그동안 애지중지 길러왔던 앞 머리의 전부를 태워버린 것이었습니다. 정말 화상 안 입고 눈썹 안 태운게 다행이지만 결국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머리카락을 예전보다 더 짧게 자르고 말았답니다.

 

지금도 신랑이랑 같이 다니면 주변 분들이 신랑이 군인이냐며 묻지만 이제는 그냥 그렇다고 인정해버립니다. 하지만 신랑은 절대 군인이 아니랍니다.


이수진/ 경북 경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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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국민건강보험공단

 햇수로 딱 1년 전,

 “얘, 얘. 너 남편 신경 좀 써야겠다. 저 인격 좀 봐라 얘” 라고 하는 친구들의 비웃음에 내심 속이 상했다.


친구들이 말한 남편의 인격이란 ‘똥배’ 였다. 남편의 키는 180cm. 장난 아니게 큰 키에 시원한 이목구비. 그러나 직장생활 하면서 몸매 관리에 소홀한 나머지 지금은 완전히 망가졌다.

 

 

“여보. 이젠 우리도 나잇살 관리해야 하잖우. 운동 좀 합시다.” 그러자 남편의 대답이 의외로 쉽게 나왔다.
“어? 응. 그러지 뭐. 체력은 국력이지. 하하”

 

“엥?” 쓸데없이 운동은 무슨 운동이냐며 귀찮게 굴지 말라는 말을 들을 줄 알았는데 흔쾌히 “예스” 하는 대답을 하는걸 보니 자기도 이젠 안 되겠다 싶었나보다. 다음날부터 남편은 정말 군소리 없이 아침에 조깅하고, 저녁에 식사 후 나와 함께 집 앞 초등학교 운동장을 돌았다.


그런데 이 욕심 많은 아줌마가 일을 저질렀다. 남편더러 내친김에 운동장 3바퀴 더 추가하자는 욕심을 낸 게 화근. 남편이 정말 순진하게도 3바퀴를 추가한지 3일 만에 “발목이 좀 땡기네.”란다. 부랴부랴 병원에 갔더니 이게 왠일? 발목 인대가 늘어나 더 무리를하면 인대가 끊어질 수 있단다.

 

아차. 뱃살 좀 뺀다고 나섰다가 생사람 잡겠다 싶었다. 남편은 별수 없이 운동 대신 동네 정형외과 물리치료실에서 운동 대신 재활(?)에 전념했다. 얼마 후, 집에 놀러온 친구에게 이 사실을 고했더니 그중 하나가 박장대소를 한다.

 

“호호호. 얘. 그건 약과다 약과. 우리는 남편도 글쎄 운동하신다 길래 내가 120만 원짜리 러닝머신 한 대를 턱하니 사줬잖니?”
“응. 근데?”
“뭘 근데야? 그거 지금 120만 원짜리 빨래걸이야. 깔깔깔”
“사용을 안 해 먼지만 쌓이고 있다구? 하하하하”

 

얘기를 듣고 보니 그래도 열심히 운동하다 탈이 난 우리 남편은 존경받아 마땅한 사람이었다. 착하기만 한 우리 여~보옹. ㅋㅋㅋ

 

그리고 다시 두 달쯤 지났을까. 회사에 다녀온 남편이 어느 날 운동화 끈을 질끈 묶었다.“재활도 끝났으니 운동 다시 해야지!”오잉? 남편의 각오가 예사롭지 않네?  친구네 집의 120만 원짜리 빨래걸이에 비하면야 우리 남편은 최소 비용으로 운동하는 정말로 모범스런 가장이었다.

 

하여튼 귀여운 우리 남편 큭큭! 우리 여보 팟팅!! 똥배 들어가라. 아자 아자 아자 ~~~ !!!

 

황미경(경기도 용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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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 개월 전 남편은 이십 년도 넘게 피워오던 담배를 끊었습니다. 처음 몇 달간은 금단현상 때문에 몹시 힘들어하더니 요즘은 제법 적응을 한 눈치입니다. 금연을 시작하니 금주 또한 절로 되고 퇴근도 일러져 아이들이 여간 좋아하는 게 아닙니다. 무엇보다 남편도 많이 건강해 졌고 가정적인 가장이 된 것 같아 저도 기쁘기 한량없지요.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은 그간 꼬박꼬박 주던 담뱃값을 그대로 자기한테 달라는 게 아니겠어요? 딴은 그 말
  도 일리가 있고, 그 좋아하던 술자리도 마다하는 게 기특(?)해서 들어주었지요.  사실 남편은 매번 필요할 
  때마다 용돈을 제게 타가는 터라 비상금 모을 틈도, 여유도 없었거든요.


그런데 요즘 이 남자가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는지 싱글벙글 웃음이 떠나지 않는 겁니다. 내가 모르는 좋은 일이 있느냐, 물어도 아니라고만 하니 그런가 하고 넘어갔지요.

 

그러던 며칠 전의 일입니다. 남편 옷장을 정리하고 있는데 단벌뿐인 겨울 외투에 뭔가 두툼한 것이 만져지는 게 아니겠습니까?  정신없는 사람이니 서류라도 넣어둔 모양이라고 가볍게 생각했는데 막상 봉투를 꺼내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봉투 안에는 육개월 간 모았을 법한 비상금이 제법 두둑하게 들어있지 뭐겠어요? 간간이 아이들 통닭이랑 피자도 시켜주곤 하더니 남은 돈은 고스란히 저금을 해둔 모양입니다.


그 돈을 발견하곤 어찌나 웃음이 나던지, 여우같은 마누라 눈을 피해 감춰둔다고 둔 곳이 하필 장롱 속 외투일까요? 제가 조금이라도 심란한 날이면 옷장을 뒤져 옷 정리를 하는 별난 취미를 갖고 있다는 걸 모르지 않으면서 말입니다. 순간 그 돈을 몽땅 다른 곳으로 감춰버리고 모르는 척 시치미를 뗄까, 아님 맛있는 거 사달라고 조를까, 별별 생각이 다 들더군요.

하지만 비상금 모으는 재미에 푹 빠져 담배의 유혹도 뿌리쳤을 남편이 안쓰럽단 생각이 들더군요. 하여 그 돈을 있던 자리에 그대로 넣어 두고 아직까지 아무런 내색도 안하고 지켜보고만 있답니다.
그 돈을 모아서 어디에 쓰려는 것인지 제가 설거지에 바쁠 때면 슬그머니 안방에 들어갔다가 웃음꽃이 활짝 핀 얼굴로 나오는 우리 남편.

저는 저대로 그 돈을 모았다 결혼기념일에 한턱내려는 건 아닐까, 내 생일 때 특별한 선물을 해주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답니다. 하여 요즘 우리 집엔 웃음꽃이 떠나지 않는답니다.
담배를 피울 땐 거의 날마다 술을 마시던 남편이 금연을 한 뒤론 퇴근하자마자 귀가를 합니다. 덕분에 살도 적당히 붙고 요즘처럼 무더운 저녁엔 아이들과 산책 겸 운동도 하면서 건강을 다지고 있지요.

오늘도 일찌감치 귀가할 남편을 위해 맛나고 영양 만점인 삼계탕을 준비합니다. 그토록 힘든 금연을 실천하여 자칫 잃을 뻔했던 우리 가정의 행복을 찾아준 고마운 남편, 그의 건강은 앞으로 제가 지켜야겠지요? 아울러 금연에 성공하는 그날까지 물심양면 남편을 도우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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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들면서 남편이 다이어트에 돌입했습니다. 재작년 불혹을 넘기면서부터 부쩍 건강관리에 신경을 쓰
  는 눈치더니 어느 날 불쑥 다이어트를 선언한 것입니다. 그러잖아도 나날이 면적을 늘려가는 아랫배를
  보면 다이어트가 절실한 남편이였습니다.

 

문제는 남편이 다이어트뿐 아니라 외모에 투자하는 시간이 늘어간다는 것이었습니다. 귀밑과 앞부분에 유독 흰머리가 몰렸다며 염색을 해달라지 않나, 평소에 귀찮다고 맨 얼굴로 다니더니 화장품을 사달라지 않나, 아무래도 수상쩍은 구석이 한두 곳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과 대판 싸우게 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다이어트를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술자리도 삼가고 일찍 퇴근한 남편의 손에 쇼핑백이 들려 있지 않겠어요? 모 유명백화점 이니셜이 새겨진 쇼핑백이 은근히 기대가 되는 참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안에는 남편의 봄옷이 들어있지 않겠어요? 화가 나더군요. 박봉을 쪼개 살림하느라 가뜩이나 어려운데 마누라 옷가지 한 번 못 사주면서 어떻게 자신의 옷만 달랑 사올 수 있느냐고요?  더구나 정장을 입고 출근하는 남편이 사복을 입는 날도 그리 많지 않은걸요.


잔뜩 골이 나서 퉁명스럽게 대하니 남편은 머리를 긁적이며 거래처에 들렀다가 백화점 앞을 지나는데 유행 지난 옷들을 세일하기에 두 장 샀다고 하더군요.


그러나 그 상황에서 무슨 말인들 들어오겠어요?  괜히 죄도 없는 식기를 달그락거리며 요란스럽게 설거지를 하는 것으로 화풀이를 하는 한편 부쩍 의심이 솟았습니다.

 

남편은 나이가 저보다 두살이나 아래입니다. 배가 조금 나오고 약간 뚱뚱하다는 것 외엔 피부도 하얗고 준수한 외모라 그럭저럭 지나는 여인들의 시선이 모아지기도 합니다. 혹시 바람이라도 난 것은 아닐까?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한 번 의심을 품으니 남편의 일거수일투족이 죄 수상쩍고 알뜰살뜰 다이어트 뒷바라지를 하던 일조차 바보처럼 여겨지는 것이었습니다. 간혹 남편이 식사도중 음식이 짜다거나 야채식 위주로 상을 차려달라는 요구라도 할라치면 왜 그리 듣기 싫고 밉던지요?

 

그러던 며칠 전, 시어머님의 생신을 맞아 온 가족이 시댁으로 출발하려는 참이었습니다. 남편은 출발하기 하루 전부터 어찌나 극성인지, 염색이 채 빠지기도 전인데 극성스럽게 다시 염색을 해달라, 일전에 백화점에서 사온 옷을 번갈아 입어보며 여간 난리가 아닌 것입니다. 선이라도 보러 가는 것처럼요.

 

어쨌든 요즘 유행하는 블루블랙으로 염색을 하고 분홍 셔츠를 날라갈 듯 차려 입은 남편은 십 년이나 젊어진 듯했습니다. 그간의 피나는 노력 덕분에 살도 적당히 빠져 참으로 오랜만에 연애시절의 그를 대하는 듯 새롭기 그지없었지요.


남편의 변모를 가장 반기신 분은 바로 시어머니셨습니다. 어머니 연세 팔순이 멀지 않은 데다 마흔에 낳은 늦둥이가 바로 남편입니다.

 

더욱이 남편은 오 년 전, 죽을 고비를 넘겼지요. 스트레스로 인한 폭음으로 간이 나빠져 수술까지 받으며 생사의 고비까지 넘나들던 막내가 당신 눈에 오죽 애잔하셨을까요? 다행이 완치가 되었지만 후유증으로 흰 머리칼이 늘고 끊었던 술을 다시 마신다는 소식에 걱정이 끊이지 않던 어머니셨습니다.

 

아마도 지난 설에 내려온 막내아들을 보고 어머니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셨던 모양입니다.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큰형님으로부터 그 사실을 전해들은 남편은 굳은 결심을 한 것이지요. 그 결심을 다이어트와 금주로 실행한 것이고요.


지난 설보다 훨씬 좋아진 모습으로 어머니와 마주앉아 재롱을 떠는 남편의 모습은 초등학생 아들녀석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하게도 모자의 그런 모습이 너무도 정겹게 느껴지는 것이었습니다. 평소 마누라한테는 살가운 말 한마디 건네는 법 없는 남편인지라 조금 서운하고 질투도 나야 하는데 말입니다.

 

팔순의 노모와 마흔 넘은 막내아들이 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대청마루에 앉아 정담을 나누고 있습니다. 참 아름답고 평화로운 정경입니다. 그제야 몇달 동안 남편에게 겨누었던 의심의 활시위를 슬며시 거두는 저입니다. 앞으로는 더욱 성의껏 남편의 다이어트 뒷바라지를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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