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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음식

거부감은 들지만 이만한 고기가 없다?!.. '토끼고기'

  토끼는 우리에게 친근한 동물이다. ‘별주부전’에선 토끼는 꾀로 위기를 탈출하는 영리한 존재다.  

  ‘토끼와 거북이’에선  나태한 이미지로 그려진다. 우리 조상들은 달 속에서 토끼가 불로장생(不老長生)의 약방아를 찧는

  다고 상상했다.  요즘은 애완동물로도 인기가 높다.  

 

 

 

 

 

 

  미래의 영양공급원으로 주목받는 '토끼'


 이런 친숙함 때문인지 토끼 고기를 먹는데 혐오감ㆍ거부감을 나타내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러나 육용 개가 따로 있듯이 육용 토끼와 애완용 토끼는 품종이 완전히 다르다.

 

 1980년대만 해도 국내에선 의류제조용 토끼털을 얻기 위해 이른바 ‘앙고라’ 품종의 토끼 사육이 붐을 이뤘다.  90년 들어 토끼털 수입이 개방되면서 토끼 사육이 거의 중단 위기에 처했었다. 그나마 토끼 사육이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94년부터 토끼가 별미식품으로 대중의 관심을 끈 덕분이다. 
 

 1990년대 말 유엔 산하 국제식량농업기구(FAO)는 소ㆍ돼지를 대체할 미래의 영양공급원으로 토끼를 추천했다.

 사육하는데 넓은 공간이 필요하지 않고 돈이 적게 들며 놀라운 번식력을 갖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토끼는 암컷 한 마리가 연간 최고 40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양은 1.4마리, 소는 0.8마리에 불과하다.


 

 

 

  바람둥이의 상징으로 여기는 이유있어...

 

 서양에선 토끼를 정력가나 바람둥이의 상징으로 여긴다. 플레이보이 클럽에 ‘토끼 소녀’(bunny girls)들이 나오는 것은 이래서다.

 

 나름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 토끼는 토끼풀ㆍ토사자(兎絲子)ㆍ토아산(兎兒傘) 등을 즐겨 먹는데 이중 토사자는 남성용 강정제, 토끼풀은 여성용 강정제라는 이유에서다. 
 토끼풀은 한방에서 삼소초(三消草)라 부른다. 여성호르몬 유사물질이 들어 있어 자궁을 수축시킬 뿐 아니라 자궁을 성숙시켜 여성의 성욕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부터 원기(스태미나) 보충엔 오미자ㆍ복분자ㆍ구기자ㆍ토사자ㆍ사상자 등 오자(五子, 다섯 식물의 씨앗)를 최고로 쳤다. 여러 후궁들을 거느려야 했던 왕들은 오자를 원료로 한 공심환이란 정력제를 장복(長服)했다.

 

 이중 토사자는 덩굴식물인 새삼의 씨다. 정력을 증강시키고 원기를 북돋아 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성 기능 감퇴로 남성이 발기가 안 되고 허리가 아프며 소변을 찔끔거리거나 정액이 저절로 흘러나오는 증세에 유효하다. 

 갑자기 비가 올 때 ‘토끼가 비를 피하는 장소’라는 의미인 토아산은 상처 치유에 유용하다. 실제로 한방에선 관절염ㆍ요통ㆍ타박상ㆍ종기 등의 치료에 활용한다.

 

 

 

  열량, 지방, 콜레스테롤이 적은 웰빙식품...

 

 국내에선 토끼고기가 대중화되지 않았지만 프랑스ㆍ이탈리아 등 유럽에선 고급육류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 인기가 높아 전 세계 토끼 고기의 3분의 1은 중국인이 소비한다. 육류 공급이 부족한 북한에서도 겨울철에 토끼요리를 즐겨 먹는다고 외신은 전한다. 선호도가 단고기(개고기) 이상이란다.

 

 토끼고기는 연하고 맛이 좋을 뿐 아니라 열량ㆍ지방ㆍ콜레스테롤이 적은 웰빙 식품이다. 살찔 염려도 없다.

 100g당 열량이 135㎉로 껍질을 벗긴 오리고기(151㎉)ㆍ닭고기(115㎉) 수준이다. 지방 함량도 100g 4.4g으로 껍질을 벗긴 닭고기(0.4g, 껍질을 벗기지 않은 닭고기 10.6g)보다는 높지만 껍질을 벗긴 오리고기(8.1g)보다는 낮다.

 

 체지방 감소 효과가 있고 체내 에너지 생성에 필요한 나이아신(비타민 B3, 100g당 7.9㎎)과 빈혈 예방에 유용한 철분(2.4㎎)이 풍부하다는 것도 토끼 고기의 영양상의 장점이다. 토끼고기를 ‘미용육’(美容肉)이라고 부르는 것도 피부 건강에 이로운 나아이신이 많이 함유돼 있다는 것과 관련이 있다.

 

 소화도 잘돼 병후 회복식으로도 유용하다. 먹은지 2시간이 지나면 85%가 소화된다. 
 민간에서 전해지는 ‘토끼고기를 먹으면 언청이가 태어난다’는 말은 ‘오리고기를 먹으면 손가락이 붙은 아이가 나온다’, ‘닭고기를 먹으면 아이 피부가 닭살이 된다’와 동급(同級)의 근거 없는 속설이다.

 

 토끼 고기를 먹으면서 야토병(野兎病, tularenia)이란 인수공통전염병을 우려하는 사람도 있다. 국내에서 거의 발생하지 않는 ‘희귀’병이어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1990년대 말 경북 포항에서 국내 첫 환자가 발견된 적이 있다. 당시 환자는 죽은 야생토끼 1마리를 요리를 먹었는데 입원 10여일 만에 퇴원했다. 야토병은 미국ㆍ유럽ㆍ일본 등에서 주로 발생한다. 감염 환자의 90%이상이 야생토끼로부터 전염되지만 늑대ㆍ사슴ㆍ들쥐ㆍ개ㆍ고양이들도 이 병원체를 지니고 있다.

 

글 / 박태균 중앙일보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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