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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음식

조선시대 양반가 복달임 음식, 계삼탕․임자수탕․민어찜

 

        조선 시대 서민의 가정에서는 복날 보양식으로 보신탕ㆍ추어탕을 즐겨 먹었다. 양반가에선 육개장ㆍ삼계탕을

        끓였다고 한다. 이보다 더 권세 있는 집안에서는 민어 잔치가 벌어졌다. 옛 개선 양반이 ‘복달임’으로 임자수탕을

        즐겼다면 서울 양반은 민어 요리를 선호했다.  조선 양반들의 복달임 음식들의 특징은 무엇일까?

 

 

 

 

 

 

 

 

여름철 성약으로 통하는 계삼탕

 

여름철 성약(聖藥)으로 통하는 삼계탕의 원이름은 계삼탕(鷄蔘湯)이다. 삼계탕을 한방에선 약성이 강한 이열치열(以熱治熱)의 음식으로 친다. 음식의 성질이 열성(熱性)이기 때문이다. 삼계탕은 다양한 식재료가 들어가는 종합 음식이지만 주재료는 닭과 인삼이다. 둘은 서로 궁합이 잘 맞는 ‘환상의 커플’ 이다. 동물성인 닭고기와 식물성인 인삼이 서로의 약점을 보완해준다. 또 닭고기에 인삼을 넣으면 누린내가 싹 가신다.  삼계탕엔 대개 부화한지 35일 쯤 지난 영계(어린 닭, 500∼600g)가 들어간다. 원래는 오골계를 넣었다. 오골계는 살갗이 검은 토종 영계로 맛이 독특하고 씹히는 맛이 다르다. 

 

인삼은 원기를 회복시켜 주며 피로ㆍ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식물이다. 또 심장 기능을 강화하고, 피부를 윤택하게 한다. 이런  약효는 사포닌 성분(진세노사이드) 덕분이다. 삼계탕엔 보통 백삼(수삼의 껍질을 벗겨 건조시킨 것)이 들어가나 대신 수삼(밭에서 캐낸 인삼 원형)을 넣어도 괜찮다. 삼계탕의 부재료들도 저마다 건강에 이로운 역할을 한다. 황기ㆍ마늘ㆍ찹쌀ㆍ밤ㆍ대추 등이 들어가는데 이중 마늘은 일종의 강정제다. 마늘의 독특한 냄새 성분인 알리신은 항암 성분이면서 우리 몸의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한다. 밤ㆍ대추는 위를 보호하고 빈혈을 예방하는 약성을 지닌다. 한약재로 널리 쓰이는 황기는 습기로 인해 몸이 무겁고 다리가 붓는 것을 막는데 유익하다.  

 

삼계탕을 끓이는 모습은 외국인에게는 매우 흥미로운 광경이다. 먼저 내장을 꺼낸 닭의 뱃속에 깨끗한 헝겊으로 싼 인삼ㆍ찹쌀ㆍ마늘ㆍ마른 대추 등을 넣는다. 이때 찹쌉은 꼭 채우지 않고 절반 쯤 차게 한다. 바늘에 실을 꿰어 닭의 벌어진 부분이 터지지 않도록 잘 꿰맨다. 이어서 냄비나 솥에 넣고 닭이 푹 잠길 정도로 물을 넉넉히 붓는다. 푹 삶아서 고기가 충분히 익었을 때 건지기만 하면 삼계탕이 완성된다. 

단점도 있다. 지방 함량ㆍ열량이 꽤 높다는 것이다. 지방을 적게 섭취하려면 닭 껍질을 제거한 뒤 삼계탕을 만들면 된다. 닭고기는 껍질에 지방이 집중돼 있다. 탕을 끓이면서 떠오르는 기름은 걷어낸다. 복날 특식으로 삼계탕 한 그릇 쯤 먹는 것은 문제가 안 된다. 성인의 하루 권장 열량은 남성 2600㎉, 여성 2100㎉. 삼계탕 한 그릇은 780㎉ 정도다. 그러나 과체중ㆍ비만인 사람은 “삼계탕이 라면이나 자장면보다 열량이 높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평소 몸에 열이 많거나 혈압이 높은 사람은 인삼은 넣지 말고 닭의 껍질 부위를 떼어내고 조리하는 것이 좋다. 
 

 

복달임 음식 임자수탕

 

임자수탕은 닭고기와 흰깨를 이용한 복달임 음식이다. 어린 암탉인 연계(軟鷄)를 곤 국물에 닭고기, 볶은 임자(荏子, 깨)를 갈아 밭친 물을 섞고 미나리ㆍ오이채ㆍ버섯을 살짝 데쳐 넣어 먹는 깻국탕이다. 흰깨가 백마자(白麻子)이므로 백마자탕이라고도 한다. 『동의보감』에는 “흰깨는 허로(虛勞)를 보하고 오장을 윤(潤)하며 풍기(風氣)를 소통(疏通)하고 대장에 풍열(風熱)이 결체(結澁)한 것을 다스릴 뿐만 아니라, 소변을 이(利)하게 하고 열림(熱淋)을 다스린다. 대변을 통리(通利)한다”고 기술돼 있다. 여기에 양기(陽氣)를 돕는 닭을 결합시켜 더위를 물리치고자 한 조상들의 지혜가 돋보인다.  
                                                                                                                    

 

 

복더위엔 '국민생선' 민어

  

서울의 반가에서는 복날 큼직한 민어 한 마리를 올려놓고 회를 뜨거나 찜ㆍ탕을 끓여 푸짐하게 먹었다. 지금도 “복더위엔 민어 찜은 일품, 도미찜은 이품, 보신탕은 삼품”이란 말이 전해진다. 더위에 지친 기력을 회복시키는 데 도미나 보신탕보다 오히려 낫다는 뜻이다.

 

민어는 여름이 제철인 생선이다. 다 자라면 길이 1m 남짓, 무게 15~20㎏에 달할 만큼 기골이 장대하다. 비늘이 두껍고 커서 요리하기도 편하다. 비린내가 없고 맛이 담백하기로도 유명하다. 흰살 생선 중에서 맛 좋기로 소문난 도미ㆍ참조기도 민어 앞에선 꼬리를 내릴 정도다. 그래서인지 제사상ㆍ혼례상 등 잔칫상엔 으레 민어가 한 가운데를 차지한다. 

                                                                                                                                

 『동의보감』에는 “살이 후해서 배불리 먹을 수 있다. 살은 생선 중에서 가장 소화ㆍ흡수가 잘돼 어린이의 발육을 돕고 노인이나 큰 병을 치를 환자의 건강 회복에 유익한 생선”으로 평가됐다


 민어는 비늘 외엔 버릴 게 없는 생선이다. 껍질ㆍ알도 밥과 함께 먹으면 찬사가 절로 나온다. “(민어) 날 껍질에 밥 싸 먹다가 논 팔았다”는 얘기까지 전해진다. 껍질을 말려서 튀겨 먹기도 한다. 심지어는 부레(공기주머니)도 다양하게 이용된다. 관절 건강과 피부 탄력에 유익한 젤라틴ㆍ콘드로이틴 성분이 들어있고 접착력이 강해서다. 옛 사람들은 민어 부레로 젓갈을 담그거나 삶아서 기름소금에 찍어 먹었다. ‘가보’라는 음식의 재료로도 사용했다.  민어 부레 속에 소(쇠고기ㆍ오이ㆍ두부 등)를 넣고 삶은 뒤 둥글게 썬 일종의 생선 순대가 ‘가보’다.

 

민어는 회ㆍ구이ㆍ찜ㆍ탕ㆍ전ㆍ산적 등 다양한 요리가 가능한 생선이다. 살은 회ㆍ구이로 먹고 머리ㆍ뼈ㆍ내장으론 탕을 끓인다. 어는 예전에 서해안에서 잘 잡히던 생선이다. 민어(民魚), 즉 ‘국민 생선’이란 이름이 붙은 것은 이래서다. 그러나 지금은 신안 임자도ㆍ무안 도리포 등 일부에서 겨우 명맥만 유지할 정도다. 


영양적으로는 여느 흰살 생선과 마찬가지로 고단백(생것 100g당 19.7g)ㆍ저지방(4.7g)ㆍ저열량(127㎉) 식품이다. 혈압을 조절하는 칼륨(290㎎)과 뼈ㆍ치아 건강을 돕는 칼슘(52㎎) 함량이 높은 것이 장점이다. 방에선 ‘개위(開胃, 식욕 증진)와 하방광수(배뇨)를 돕는 생선’으로 친다.

  

글/ 중앙일보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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