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중반이 되면 대부분의 여성들은 얼굴이 화끈거리거나 열이 나고 기분이 우울해지는 등의 증상들을 경험한다.

          이를 ‘갱년기증후군’이라고 하는데 중년의 많은 여성들이 이로 인해 고통 받으며, 삶의 활력을 잃는다.

          최근에는 중년 여성뿐만 아니라 20대 여성에게도 조기 폐경이 나타나고 있어 심각성이 더해가고 있다.

 

 

 

 

얼마전 인기리에 종영된  KBS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선 갱년기를 맞은 세 자매가 나온다. 생일 선물로 1주일 휴가를 받고 동생들과 여행을 떠난 엄청애(윤여정 분)가 결혼 후 30년 만에 처음으로 나선 나들이에 어색해하면서도 가슴 벅찬 행복감을 드러내는 장면이 그려졌다. 청애와 함께 보애(유지인)·순애(양희경) 등 일명 ‘갱년기 시스터즈’는 여행지에서 나름 작은 일탈(逸脫)을 즐긴다. 남편·자식 뒷바라지 하다 정작 자신은 잊고 지낸 날들을 보상받고 싶어하는 갱년기 여성의 심리 상태가 잘 그려져 시청자들의 공감을 샀다.

 

 

폐경 전후 10년, 갱년기

 

대부분의 여성들은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에 갱년기 증상과 폐경을 경험하게 되는데 이는 난소가 노화되면서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생산이 중단되기 때문이다. 보통 폐경 전후 10년을 갱년기라고 하는데 짧게는 2년, 길게는 8년까지 지속된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에스트로겐이 없어지는 시기, 더 이상 임산을 할 수 없는 시기로 정의한다.

 

폐경을 맞아 여성호르몬 분비가 거의 끊기면서 엄청난 정신적·신체적 변화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된다.

여성으로서의 삶이 끝났다는 생각에 빠져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되기도 한다.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고(안면 홍조) 시도 때도 없이 식은땀이 흐른다. 어깨가 결리고 눈이 침침해진다. 신진대사가 줄어들어 체중이 늘고 피부가 거칠어진다. 남편이나 다 자란 자식과의 관계에서도 소외감을 느낀다. 인생이 허무해져 모든 일에 의욕이 없어지고 쉽게 우울해진다. 건망증이 심해지고 부부관계도 이전과는 확실히 다르다.

 

 

식물성 에스트로겐으로 갱년기 증상 극복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 같은 갱년기 증상을 호르몬 대체요법(에스트로겐+프로게스테론)으로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었다. 그러나 프로게스테론 없이 에스트로겐만 단독 투여하면 자궁내막이 과다 증식해 자궁내막암이 생길 위험이 커지고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을 함께 투여하면 유방암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면서 큰 혼란에 빠졌다.

 

호르몬 대체요법의 득과 실에 대해선 아직도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으며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완전히 갈린다. 그래서 요즘은 식품이나 건강기능식품에서 해결책을 찾으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호르몬 대체요법만큼 효과가 극적이지는 않지만 그 첫 번째 대안으로 꼽히는 것이 식물성 에스트로겐(phytoestrogen)이다. 식물성 에스트로겐은 여성의 몸 안에서 에스트로겐 수용체와 결합이 가능한 식물성 성분이다. 식물성 에스트로겐의 효능(역가)은 실제 에스트로겐(여성호르몬)의 2% 정도에 불과하다.

 

동양 여성이 주로 섭취하는 식물성 에스트로겐은 이소플라본이다. 이소플라본이 가장 풍부하게 든 식품은 콩(1컵에 300㎎)이다. 그래서 자연의학자들은 갱년기 여성에게 안면 홍조·위축성 질염의 완화, 유방암 예방을 위해 콩 섭취를 늘리라고 권장한다. 약 1,000명의 일본 여성(35?54세)을 대상으로 6년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콩류의 섭취량이 많을수록 안면 홍조가 적었다. 서양 여성이 주로 섭취하는 식물성 에스트로겐은 리그난이다. 리그난은 아마씨·아미씨유 등에 풍부하다. 갱년기 증상 개선 효과는 이소플라본에 비해 떨어진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갱년기 증상을 완화시켜주는 식품과 운동

 

갱년기 여성의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은 심장병이다. 폐경 이후엔 심장마비 발생 위험이 그 이전보다 10배나 높아진다. 갱년기 여성이 심장병·뇌졸중 등 혈관 질환에 걸리지 않으려면 혈관 건강에 유해한 LDL 콜레스테롤의 혈중 농도부터 낮춰야 한다. 식이섬유·오메가-3 지방·식물성 에스트로겐이 풍부한 식품을 갱년기 여성에게 추천하는 것은 이래서다.

 

갱년기 여성이 심장병 못지않게 조심해야 할 병은 골다공증이다. 골다공증으로 뼈가 약해지면 골절을 입기 쉽다. 운동·외부 활동도 망설여진다. 그런 만큼 각종 성인병 발생 위험이 높아지고 수명은 단축된다. 따라서 갱년기 여성은 뼈 건강에 중요한 미네랄인 칼슘을 충분히 보충해둬야 한다. 칼슘은 한국인이 가장 부족하게 섭취하는 영양소이다. 우유 외에 요구르트·치즈 등 유제품, 멸치·말린 생선 등 어패류, 시금치·다시마·브로콜리·두부 등에 풍부하다. 칼슘은 흡수율이 낮기로 유명한 미네랄이다. 칼슘의 체내 흡수율을 높이려면 비타민 D를 함께 섭취해야 한다. ‘선 샤인 비타민’인 비타민 D는 햇볕을 쬐면 피부에서 생성되며, 낙농제품·푸른 생선 등에 소량 들어 있다.


여성의 갱년기 증상 가운데는 우울·불면·고독 등 정서적인 것이 많다. 갱년기 여성의 우울·불면 등을 해소하는데 유효한 영양소는 트립토판(아미노산의 일종)이다. 트립토판은 몸 안에서 세로토닌이란 ‘행복 전도사’의 원료가 된다. 숙면을 돕고 우울감을 덜어준다. 갱년기 여성이 불면증에 시달린다면 우유·견과류·닭고기 등 트립토판 함유 식품과 콩·곡류·감자 등 복합 탄수화물 함유 식품을 함께 섭취하는 것이 권할 만하다. 갱년기 치료에 널리 사용되는 허브는 당귀·은행잎·승마(블랙 코호시)다. 이중 당귀는 안면 홍조 등 갱년기 증상 외에 생리통·무월경·자궁출혈 등에 다양하게 사용된다. 승마는 갱년기 증상 개선 외에 골다공증 예방·생리전 증후군 완화에 유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갱년기에 좋은 운동은 걷기, 수영, 조깅, 자전거 타기 등의 유산소운동이며 골다공증 예방을 위해서는 아령이나 웨이트트레이닝 등을 이용한 근력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 또 유연성 향상을 위해 스트레칭은 매일 하는 것이 좋은데 한 동작에 약 6~12초간, 약간의 통증을 느끼는 강도로 아침 저녁으로 하면 좋다.

 

 

20대 조기 폐경도 있다

 

MBC 드라마인 ‘아이두 아이두’에선 여주인공 황지안(김선아)이 조기 폐경 진단을 받은 내용이 등장했다.

우리나라 여성의 평균 폐경 연령은 48~52세(48.2세)이며 일반적으로 45~55세에 폐경을 맞으면 ‘정상’으로 본다.

남들보다 10년 이상 일찍, 45세 이전에 조기 폐경을 맞는 여성도 1~3% 가량 된다.

가임(可姙)여성의 생리가 특별한 이유 없이 6개월~1년 이상 중단되면 조기 폐경을 의심할 수 있다. 30대는 물론 20대에 폐경을 맞는 여성도 있다. 조기 폐경의 절반은 원인 불명이다. 원인이 밝혀진 것 가운데 가장 흔한 것은 류머티스성 관절염·갑상선 기능항진증 등 이른바 자가(自家)면역질환들이다. 이런 병을 갖고 있으면 면역시스템이 망가져 생긴 항체들이 여성 자신의 난소를 무차별 파괴시킨다. 조기 폐경 진단을 받으면 심장병·골다공증 등을 예방하기 위해 꾸준히 운동하고 기름진 음식 섭취를 줄이며 금연하고 칼슘제를 복용하는 것이 좋다.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치료도 고려해야 한다. 조기 폐경으로 진단받아도 적절히 치료받으면 일부에서 자연임신도 가능하다.

 

                                                                                                                     글 / 박태균 중앙일보 식품의약전문기자

                                                                                                                          사진제공 / KBS 홍보실, MBC 홍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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