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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맞춤형

'피로 사회'의 행복 찾기

 

  

 

        어수선하다. 희망의 빛이 흔들린 자리에 불안과 불만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때론 극단적 적개심에서 나온 

        행위가 돌출한다. 경쟁 대열에서의 낙오와 빈곤이 토양이 된 여의도 칼부림 사건. 해고에 대한 불만을 탄환으로

        장착한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앞에서의 총기 난사 사건. 물질적 풍요와 성공 신화의 뒷전에선 가난과 

        실패의 탄식의 소리도 커지고 있다. 무엇이 잘 못되었는가. '함께 가는 행복한 사회'를 회복시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행복을 향한 본질적 고민

 

우리가 지금까지 해온 물량적 접근 방식의 해법은 이미 너무 잘 알고 있다. 경제를 성장시키자. 일자리를 많이 만들자. 서비스업을 키우자.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반성장해야 한다. 부의 양극화가 개선돼야 한다. 나눔이 활성화돼야 한다. 우선순위의 차이만 있을 뿐 풀어나가야 할 숙제들이다, 이걸 놓고 좌우를 구분하는 건 현실의 절박함을 모르는 무책임한 편가르기이다.

 

문제는 글로벌한 화두로 떠오른 행복의 회복 문제를 종래의 이런 접근 방식만으로 해결해나갈 수 있느냐에 있다. 사회적 패러다임에 근본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데 종전 물량적 사고방식의 틀에서 나온 해법만으로 '행복'이란 과녁을 맞힐 수 있겠냐 하는 것이다.

 

본질적 고민을 위해 16세기의 북미대륙으로 가보자. 당시 미국 인디언 사회는 경제적으론 후진적이었다. 천막이 잠자리였고 과일과 야생동물을 먹고 살았다. 추장이라고 해봐야 소유물이라곤 창 한 자루와 단지 몇 개뿐이었다. 그럼에도 인디언들의 삶의 만족도는 높았다고 한다. 유럽인들이 들어오면서부터 상황이 딴판으로 바뀌었다. 거울에서부터 장신구, 술, 팔찌 등 상품이 밀려 들어왔다. 인디언들은 이런 물건을 손에 넣기 위한 욕구가 커졌다. 유럽 상인들이 원하는 동물 가죽을 얻으러 사냥에 열을 올렸고 많은 걸 사들였다. 결과는? 

 

"행복이 증가했던 것이 아니다. 자살과 알코올 중독은 늘었으며, 공동체는 분열되었고, 유럽의 물자를 놓고 자기들끼리의 싸움이 벌어졌다" (알랭드 보통, 불안)

 

오래 전 얘기이지만 지금 우리들의 자화상 같지 않은가? '그렇다고 역사의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려 가난한 시대로 돌아갈 수는 없지 않은가?'라고 말할 수 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어떤 사회 시스템이 우리를 더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지에 대한 시사점은 얻을 수 있다. 

 

 

 

발상을 바꾸면 행복이 보인다

 

1970년대부터 세계 경제의 교과서 역할을 한 신자유주의는 상당기간 경제적 풍요와 효율화를 가져왔다. 하지만 '만인에 대한 만인 투쟁'식의 '초 경쟁사회'의 부작용을 가져오기도 했다. 지나친 경쟁으로 다수의 낙오자들을 만들어 사회 안정의 기반을 깨뜨렸다. 모두가 긴장의 강도가 세지고 피곤한 사회가 됐다. 무엇보다 자본시장의 압력이 기업을 옥죄고, 기업은 단기적 이윤극대화의 지상명제에 가위가 눌린 결과 하도급과, 고용 등 이해관계자들의 삶에도 불안과 피로도가 높아졌다.

 

이렇게 보면 시장의 압력과 경쟁의 강도를 완화하는게 사회적 행복을 높이는 주요한 처방으로 보인다. 이런 시스템적 전환에도 사회적 공감대와 지혜가 모아져야 한다. 70~80년대에 신자유주의가 세상의 물결을 바꿨듯, 발상을 바꾸면 세상도 더 낫게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이런 시스템적 혁신 못지않게 개별 경제주체들의 의식 개혁도 간과돼서는 안 된다. 독일 카를스루에 대학의 한병철 교수는 베스트셀러 '피로사회'에서 "기대가 끝없이 올라감에 따라 사람들은 그 어떤 행동에서도 만족감을 볼 수 없게 되었다"고 진단한다. 소유에 발목이 잡혀 불행하기보다 가진 것에 자족할 줄 아는 의식과 가치관의 혁신도 있어야 한다. 행복을 위한 기본적 안전망은 사회가 보장해주되 욕심의 절제도 추구할 줄 아는 성숙함도 개별 경제주체들이 갖춰야 하게 됐다. 

 

                                                                                                                          글 / 최남수 머니투데이 보도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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