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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맞춤형

스트레스, 과연 나쁘기만 할까

 

 

 

 

 

 

           

            

 

 

직장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적(敵)은 무엇인가? 과도한 업무, 잦은 야근, 회식, 운동 부족을 비롯하여 대인관계 갈등과 금융권의 대출상환 독촉 등 다양할 것이다. 이들의 공통된 점을 꼽으라면 바로 스트레스가 아닐까. 현대인들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고 있다. 직장에서는 물론이고 가정에서도 별 다르지 않다. 심지어 스트레스를 풀려고 만난 친구나 애인으로부터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스트레스는 단지 심리적 현상이 아니다. 고혈압이나 심근경색이나 암처럼 신체적 질병에도 영향을 미친다. 현대 의학에서는 이러한 질병들이 심리적 상태와 연관된다고 하여 정신신체 장애라고 한다. 스트레스로부터 피해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누구나 스트레스를 싫어하고, 스트레스를 없애고 싶어 한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자. 스트레스가 없다면 정말 행복하고 좋기만 할까? 

 

 

 

아무런 자극도 주지 않는 실험실

 

1951년 캐나다의 맥길대학교 심리학자 헤브 박사는 적지 않은 일당을 내걸고 자극박탈 실험에 참가할 대학생들을 모았다. 실험실로 찾아온 학생들에게 박사는 실험을 안내했다.

 

“여러분이 이 실험에서 해야 할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입니다.”

 

학생들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돈을 준다고? 그렇다. 이 실험의 목적은 아무런 자극이 없을 때 얼마나 견디는지, 어떠한 심리변화가 일어나는지 관찰하는 것이었다.

 

“여러분은 실험실에 마련되어 있는 간이침대에 눕게 될 것입니다. 시각 자극을 박탈하기 위해서 반투명 고글을 쓰게 될 것이고, 청각 자극을 위해서는 귀마개를 사용할 것입니다. 여러분의 손과 발은 기다란 통에 넣어서 다른 자극을 받지 않게 할 것입니다.”

 

“그렇게 누워 있으면 아주 졸릴 것 같은데 혹시 잠을 자면 안 되는 실험인가요?”

 

“아닙니다. 얼마든지 자도 됩니다.”

 

“화장실은 갈 수 있나요?”

 

“물론입니다. 그러나 혼자 가는 것이 아니라 실험 진행자들이 화장실 앞까지 동행할 것이고, 볼일이 끝나면 곧바로 다시 실험실의 간이침대로 돌아오셔야 합니다.”

 

“밥도 줍니까?”

 

“물론 드립니다. 하지만 여러분의 간이침대에 걸터앉아 식사해야 합니다.”

 

“며칠 동안 그렇게 있어야 합니까?”

 

“얼마든지 상관없습니다. 못 견딜 것 같으면 언제든지 실험을 그만둘 수 있고, 계속 견딜 수 있다면 실험에 참가한 날만큼 일당을 받으시게 됩니다.”

 

학생들은 매우 기뻤다.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마음껏 쉬고 잘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돈까지 벌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한 것이다. 실험이 시작됐다. 첫날에는 모두 잠을 잤다. 시끄럽고 복잡한 도시생활에서 벗어나니 해방감과 편안함을 느꼈다. 그러나 두 번째 날에는 잠도 잘 오지 않았다. 아무런 자극도 없는 그 상황을 지루해하고 불쾌하게 여겼다. 물론 화장실도 갈 수 있었고, 침대의 끝에 앉아서 식사도 했지만 전혀 위안이 되지 않았다. 결국 대부분의 학생들은 세 번째 날 실험을 포기하였다. 일시적이지만 주의집중과 기억력에 문제가 생겼고, 정서적으로 우울과 불안을 호소한 이들도 있었다. 일부는 환각도 경험했다.

 

 

 

심심하면 죽는다

 

사람은 자극을 추구하는 존재이다. 이 실험에서 알 수 있듯이 외부의 자극을 박탈해 버리니, 우리의 마음에서 새로운 자극(환각)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우리가 경험하는 스트레스도 일종의 자극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아무 스트레스도 받지 않으면 좋을 것 같은가? 그렇지 않다.

 

직장 일 때문에 너무나 바쁘고 힘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은 “심심해서 죽겠다”라고 말하는 이들을 가리켜 ‘팔자 좋은 사람’이라고 비난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 말은 정말 맞는 말이다. 사람들에게 심심한 것만큼 괴로운 일은 없다. 단적인 예로 바로 퇴직한 노인들이 다시 일을 찾아 나서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어렵기 때문만은 아니다. 집에서 편히 쉬면 좋을 것 같지만, 정작 아무 일도 하지 않으니 무료함을 도저히 못 견디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일을 찾아 나선다. 일을 하다 보면 스트레스는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된다.

 

스트레스를 포함해 외부의 자극들은 우리에게 “살아있음”을 느끼게 한다. 스트레스는 산 자, 그리고 일하는 자의 특권인 셈이다. 이런 면에서 스트레스에 대한 생각을 바꿔보자. 분명히 언젠가는 지금의 상황을 그리워할 때가 오게 될 것이다. 스트레스를 피할 수 없는 직장인들에게 선택은 두 가지 밖에 없다. 스트레스를 안받기 위해 사표를 던지거나 스트레스에 대한 생각을 바꾸는 것이다.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글 / 칼럼니스트 강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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