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팬(Peter Pan)은 어릴 적에 부모를 잃은 피터팬이 요정 팅커벨, 웬디 등과 함께 영원히 어른이 되지 않는 나라 네버랜드(Neverland)로의 여행을 그린 동화다. 영국의 소설가이자 극작가인 제임스 매튜 배리가 1902년 발표한 성인 소설 ≪작은 하얀 새≫ 일부에 담긴 피터팬 이야기를 크리스마스 아동극으로 무대에 올렸고, 공연 내용을 다시 동화로 만들어 1911년 ‘피터팬’을 출간했다. 피터팬은 어린이들에게 환상의 꿈을 펼쳐주고, 상상의 나래를 달아준 대표적 작품이다. |
< 출처 :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 피터팬 中, 이미지화면 : 네이버 영화 >
성장이 두려운 '피터팬 신드롬' |
미국의 심리학자 댄 카일 리가 1983년 처음으로 사용한 ‘피터팬 신드롬(Peter Pan syndrome·피터팬 증후군)’은 나이나 육체적으로는 이미 성인이 됐지만 정신이나 행동은 여전히 어린아이에 머물러 있는 현상을 말한다. ‘내가 열한 살이었을 때, 세상이 아름다운 줄만 알았어. 이대로 멈춰 버렸으면 더 이상 아무것도 필요 없었어…. 하지만 난 조금씩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어갔네…. 난 그냥 여기 있을래, 이곳은 나의 네버랜드.’ 남성 3인조 그룹 E9이 부른 ‘피터팬 증후군’은 어린아이로만 머물고 싶은 인간 본능의 한 단면을 잘 보여준다.
피터팬 신드롬은 성장하는 것이 두려운, 바꿔 말하면 언제까지나 보호받고 싶은 인간 심리의 반영이다. 성인이 되고도 여전히 부모에게 의존하는 이른바 ‘마마보이’, 자립하려고 노력하기보다 부모의 품으로만 파고드는 ‘캥거루족’은 피터팬 신드롬의 전형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1960, 1970년대 정부 주도형 경제개발시대에 급성장한 기업들이 겉으로는 자율화나 규제완화를 외치면서 정작 고비를 맞을 때마다 정부의 보호막을 요구하는 것은 피터팬 신드롬의 또 다른 형태다.
부모품 못떠나는 '캥거루족'
성장을 해도 부모 품을 못 떠나는 이른바 ‘캥거루족’이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의 인구주택 총조사에 따르면 가구주인 부모와 동거하는 30~49세 연령 자녀는 2000년 25만3244명에서 2010년 48만4663명으로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론 50만명을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회사를 그만 두고도 별다른 초초감이나 불만없이 ‘널널한 백수’로 지내는 캥거루족도 있다. 주위의 시선이 좀 따갑지만 부모에게서 충분한 용돈을 받는 덕에 웬만한 월급쟁이 못지않은 풍요를 누리는 캥거루족도 많다.
돈벌이가 귀찮다는 이유로, 출퇴근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아르바이트마저 마다하고 부모님의 보호막으로 숨는 청년들도 많다. ‘공부를 더 한다’ ‘사업을 구상한다’는 이들이 부모 품을 벗어나지 않으려는 대표적 핑계들이다.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학생 10명 가운데 6명은 스스로를 ‘마마보이(걸)’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생 839명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서 스스로를 마마보이(걸)로 생각하는 이유는 ‘난처한 일이 생기면 부모부터 찾게 된다’(19.9%)가 가장 많았다.
자식 주변 뱅뱅도는 '헬리콥터족'
자식이 성인이 됐는데도 모든 일에 간섭하는 부모들도 늘어나고 있다. 일명 ‘헬리콥터족’이다. 헬리콥터가 상공에서 뱅뱅 도는 모습에서 따온 용어다. 이들 부모는 심하다 할 정도로 자녀의 학교생활은 물론 사회생활, 심지어 결혼생활까지 일일이 간섭한다. 이로 인해 자녀들의 독립성과 주체성이 약해지는 ‘마마보이’ 현상을 초래한다. 대학 학기 초엔 일부 부모들이 직접 학교로 찾아와 수강신청까지 한다. 심지어 MT에도 부모가 따라와 선배나 동기들이 당황해하는 경우도 있다.
정도가 심한 헬리콥터족 부모들은 자식이 회사에 입사하게 되면 연봉협상에서부터 회사업무까지 파악하고, 참견을 한다. 취업전선을 누비는 헬리콥터족도 많다. 매일 채용 공고를 챙기고, 공기업이나 금융권 채용정보가 있으면 곧바로 자녀에게 메일을 보내고, 문자를 날린다.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자녀의 구직활동에 뛰어드는 부모들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줄어든 자녀 수, 높아진 부모 학력, 경제적 풍요 등이 어우러지면서 헬리콥터족이 늘어난다는 게 일반적 분석이다. 하지만 부모의 지나친 간섭은 자녀의 성장에 방해가 된다는 지적도 많다. 자식을 위하려는 과잉보호적 행동이 오히려 피터팬 신드롬이나 캥거루족을 키운다는 것이다.
중견기업이 싫다는 아이러니
최근엔 중소기업들의 피터팬 신드롬이 도마에 올랐다. 중견기업으로 분류되면 정부의 각종 지원이 줄어드는 것을 우려한 중소기업들이 자본금, 상시 근로자 등 중견기업 요건을 고의로 맞추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보호를 받으려고 대기업으로 크는 것을 포기하는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최근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분류되지 않으려는 이유를 한마디로 ‘피터팬 신드롬’이라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분류되면 그만큼 기업이 자본금이나 고용면에서 성장했다는 의미이지만 성장의 대가로 치러야 하는 ‘보호막 벗어나기’가 싫어서 일부러 중견기업 진입을 기피한다는 것이다. 물론 제도적으로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진입하는 데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하지만 규제가 두려워 영원히 ‘피터팬’(중소기업)으로 남으려는 것은 왠지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성장통' 견뎌야 진정한 성인이다 |
>개인이든 기업이든 성장은 기쁜 일이다. 사람이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지고, 지식·지혜가 늘어나고, 이해심이 커지는 것은 성장의 결과다. 이익이 증가하고 근로자가 늘어나는 것 역시 기업이 성장을 위해 노력한 결과다. 하지만 성장은 고비마다 진통이 뒤따른다. 성장이 때론 독립을 의미하고, 때론 리스크를 수반하기 때문이다. 성장에는 노력·열정이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좌절을 겪기도 한다. >지적 성장을 위해 잠이나 게임의 유혹을 견뎌야 하고, 경제적 자립을 위해 치열한 취업전선도 뚫어야 한다. ‘나이 값을 한다’는 말은 성장의 고통을 견뎌내야 한다는 의미를 다른 말로 표현한 것이다. 그런 진통이 두려워 성장을 포기한다면 개인이나 기업은 영원히 ‘피터팬’으로 남게 된다.
피터팬이 많은 사회는 결국 정체된 사회다. 보호막을 박차고 나가 웅대한 꿈을 펼치려면 두려움·불안을 열정과 자신감으로 녹여야 한다. ‘청년들이여 야망을 가져라’는 두려움을 열정으로 뚫고 성장의 광장으로 나가라는 귀에 익은 메시지다. ‘헬리콥터 부모’들도 자녀들이 피터팬 신드롬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믿음을 갖고 독립심을 키워줘야 한다.
글 /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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