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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살아가는 이야기

갑자기 사라진 마사지사의 이유

  동네 목욕탕에 갈 때마다 자신이‘백말 띠’라며 띠에 대한 이야기 보따리를 푸는 마사지사 언니가
  있다. 동네사람들이 애용하는 목욕탕인데 우리가 그냥 ‘언
니’라고 부르는 그녀는 백말 띠로 인해
  팔자가 드셀 거라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
지금 때밀이가 직업이 된 것 같다며 재미있는 수다를 떠
  는 마사지사다.

 

그녀는 그 목욕탕 4명의 마사지사 중 대장 격이었다. 나이가 가장 위이기도 했지만 곱상한 얼굴에다 항상 웃는 모습으로 분위기 조성을 잘했다. 그 목욕탕에서만 7년 차라고 했다. 그런데 동네 아줌마들로부터 인기가 있고, 사람들이 많이 찾는 진짜 이유는 딴데 있었다. 그녀의 착한 심성 탓이었다.


우리네 젊은 아줌마들의 때를 밀 때는 당연히 돈을 받지만 혼자 오신 할머니 손
님이 계시면 반드시 모셔다가 때밀이 무료 서비스를 하곤 했다. 앙상한 손으로 이태리타월을 들고 앉아 있는 할머니들에게 다가가

“할머니, 제가 시원하게 해
드릴게요” 라며 나긋하게 말한다.
“아녀… 나 돈 없어” 라며 마다하는 할머니. 그러나 이 언니는
“할머니, 돈 안 받
아요. 제 서비스예요”라며 안심시켜 드리고는 유난히 앙상한 할머니의 어깻죽지부터 마사지해 드리고 때를 밀어 드린다.

예상하지 못한 서비스를 받은 할머니들이 그 ‘전문가’의 솜씨에 탄복하며 시원한 맛을 느낀 후부터는 아예 공짜 마사지를 받으러 목욕탕에 들르는 정도다. 자연히 손님 숫자가 많아지니 목욕탕 사장도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다.

오자마자 우리 딸 1등 했네, 우리 아들 특목고 갔네, 우리 남편 승진 했네, 등등 제 자랑 수다부터 떨기 시작해 물 실컷 퍼 쓰고 자기네들끼리만 놀다가 돌아가는 우리 젊은 아줌마들. 솔직히 그 언니를 보면 우리는 백번도 더 부끄러움을

느낀다.돈벌이 할 시간을 쪼개 무료 봉사하는 그 심성과 푸근한 인정, 타고난 낙천적 성격… 너무나 배울 점이 많은 마사지사이기 때문이다.

엇? 그런데 최근에 그녀가 안 보였다. 처음엔 잠깐 자리를 비웠으려니 하며 큰 관심을 안 뒀는데 2주일, 3주일. 목욕탕에 그녀가 계속 안보였다. 동네 목욕탕 마사지사 언니 한명이 안 보이는 것만으로 뉴스가 될 정도면 그녀의 인물 됨됨이나 유명세는 확실히 작은 게 아니었다.

목욕탕 단골들의 궁금증은 오래가지 않고 곧 풀렸다. 목욕탕 사장님이 직접 나타나 우리에게 설명을 해주었다. 그동안 번 돈으로 고향에 가서 목욕탕을 하나 차릴 거라며 낙향했다는 것이다. 고향이 경상남도 마산이라나, 심성만 착한 줄

알았더니 알뜰하게 돈도 모았구나 하는 마음에 목욕탕 단골 아줌마들은 하나같이 마음속으로 빌었다.

“새로 시작하는 고향 목욕탕에서 돈 많이 벌고, 그곳 할머니들에게도 기분 좋은 마사지 서비스 많이많이 해 주세요.”라고.

 이은숙/ 경북 경주시 동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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