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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살아가는 이야기

디지털시대 아날로그로의 회귀(回歸)

 

 

 

 

 

       지금 이 기사를 무엇으로 보고 있나요? 컴퓨터? 스마트패드 혹은 스마트폰? 우리는 지금 이처럼 디지털 디바이스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아침에 출근길 전철 안의 풍경을 보면 십 수 년 전에는 책을 읽거나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핸드폰의 보급화 이후 통화하는 사람들, 문자메시지 보내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열에 아홉은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저마다의 세계에 빠져 있다.

 

                            

                             

 

 

어떤 사람들은 점점 빠르게 변해가는 현대 생활 속에서 느림을 찾아보려고 한다. 조리하는데 오래 걸리지만 몸에는 더 좋은 슬로푸드(slow food)를 먹고, 천천히 걷는 산책을 즐기며,  “느림의 미학”이라는 책도 여러 권 출판되어 있다. 키보드로 입력하는 대신 직접 펜으로 써야하는 메모수첩, 다이어리도 인기이며 어떤 교수님이나 어떤 기업에서는 리포트와 입사지원서도 자필로 쓰라고 요구 한다.

 

디지털의 홍수 속에서 아날로그가 각광받는 분야가 하나 더 있으니, 바로 사진이다. 요즘은 증명사진 조차도 디지털카메라로 찍어 전용 프로그램의 수정을 거친 후 인화해서 받고, 파일은 따로받는다. 정말 중요한 중형, 대형 카메라의 촬영이 아닌 이상 필름카메라가 설 곳은 없어 보인다. 실제로 많은 보급형 카메라를 생산하는 니콘.캐논에서도 마지막 필름카메라인 F6이 나온지 10년 가까지 되어 가고, 필름 카메라의 궁극점이라는 라이카에서도 최근 디지털 바디들을 여러 종류 생산하고 있다. 필름 또한 많은 필름 회사들이 사업을 철수하고 있으며 필름 브랜드 수를 줄이고 있다.

 

  

 

< 니콘 F3 >

 

많은 남자들이 사진을 찍기 시작하는 계기는 자녀인 것 같다. "예전에 제가 어렸을 때, 아버지께서는 야시카라는 멋진 카메라를 가지고 계셨어요. 그 카메라로 우리가 자라는 모습을 찍어주시곤 했죠. 지금 생각하면 별 다를 것이 없는 카메라인데 어릴 적엔 엄청 크고 멋진 카메라였어요. 저 또한 아기가 태어나면서 부터 카메라에 관심이 생기더라고요. "회사의 직원 한 분과 카메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하신 말씀이다.

 

나 또한 어릴 때 우리 모습을 찍어 주신 아버지의 카메라를 기억한다. 카메라에 대해 조금 알았을 때는 다른 집처럼 멋진 SLR카메라가 아니었음에 실망도 했었지만, 나중에 가볍게 들고 다닐 수 있고, 손쉬운 방법으로 누구나 찍을 수 있는 당시엔 꽤나 괜찮았던 카메라였음을 알고는 과저의 내가 부끄럽기도 했다.

 

 

 

< 내 기억 속의 아버지의 카메라 올림푸스 XA >

 

 

 

< 니콘 F100 >

 

 

드폰 카메라도 뛰어난 성능과 기능을 자랑하는 요즘 시대에, 불편하게 웬 필름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느냐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아날로그라고 다 불편하진 않다. 필름카메라라고하면 언뜻 떠올리는 한 장 찍고 필름레버를 감고 또 한 장 찍는 완전 수동 필름카메라가 있는가 하면, 저장 매체가 메모리카드가 아니라 필름일 뿐이지 초점도 자동으로 맞추는 웬만한 보급형 DSLR보다 더 성능이 뛰어난 필름카메라도 있다. 이 경우라면 디지털 카메라 못지않은 편리함이 있다. 하지만 역시 필름카메라라면 필름사기도 쉽지 않고, 다 찍은 필름을 현상 및 인화하기가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필름카메라를 고수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찍고 금세 확인 한 뒤, 맘에 안 들면 지우고 다시 찍어버리는 인스턴트 디지털 카메라 대신 24장 혹은 36장의 한정된 필름이라 한 장 한 장 셔터를 누를 때마다 신중하게 생각하게 하는 점이 마음에 든다는 사람도 있고, 현상실을 마련해 놓고 자가 현상, 자가 인화를 즐긴다는 마니아도 있다. 혹은 위에서 얘기했듯이 저마다 가지고 있는 추억들을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필름카메라를 좋아하는 이유를 물어보면 대개는 필름의 종류마다 가지고 있는 그 독특한 색감과 느낌 때문이라 대답한다.

 

 

 

 

< 도봉산 원통사, F3+50mm1.8 슈퍼리아200 >

 

 

 

< 끈콤, 끈물쇠 F3+55mm2.8 micro, 비스타100 >

 

 

 

< 인물, F-1+50mm1.4, 비스타100 >

 

 

디지털 카메라로 찍고도 사진수정 프로그램을 통해 필름 느낌을 주는 방법이 인터넷을 통해 공유되기도 하고, 여러 종류의 필름 느낌을 주는 필터가 개발되기도 한다. 하지만 역시나 느낌만 줄 뿐, 필름카메라가 가진 그 맛(?)을 따라가지는 못한다는 것이 공통된 결론이다.

 

고감도필름이 가지는, 입자가 거칠어 생기는 필름 그레인(film grain)조차 마치 턱수염이 풍성한 할아버지의 느낌처럼 정겹고 푸근하다. 디지털카메라의 고감도 사진에서 보이는 노이즈에서는 그 느낌이 나지 않는다. 사이비라는 말이 떠오른다. 지금은 아주 나쁜 말로 통용되지만 뜻 그대로 비슷하긴 하지만 아니라는 것이다. 디지털로는 흉내만 내는 필름카메라만의 느낌이 있다. 

 

또, 필름카메라는 새 제품이 무척 드물다. 지금은 생산을 하지 않기 때문에 과거에 생산되었으나 포장을 뜯지 않은 제품만 새 제품이라 칭해질 수 있다. 대부분이 중고거래로 유통되고 종류에 따라서는 몇 십 년 된 제품들이 흔하게 거래된다. 하지만 아직까지 정상 작동하며 훌륭한 사진을 찍어주고 있다. 마치 골동품과 같아서 귀하게 다루어주는 사람도 있고, 잘 정비된 귀한 기종(일명 레어템)을 중고로 사게 되면 횡재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필름으로 사진취미 생활을 영위하기란 확실히 녹록치 않다. 앞에서 말했지만 필름 구하기도 쉽지 않고, 현상과 인화 혹은 필름 스캔하는 곳도 제법 멀리까지 가야할 수도 있다. 여전히 한 장 한 장 찍을 때마다 호흡을 가다듬고 신중히 셔터를 눌러야 하며, 어떻게 찍혔는지 기대감은 필름을 맡기고 확인 될 때까지 며칠이 간다. 빠르게 돌아가는 디지털 정보들 속에서 머리가 복잡해졌다면, 주말에는 아날로그 취미 생활로 복잡했던 머릿속을 힐링하여도 좋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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