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균이나 기생충을 말하면 이어서 나오는 말 가운데 하나가 바로 '박멸'이다. 쉽게 말해 세균 등은 인간에게 해를 주기 때문에 죽여야 한다는 말이다. 이런 생각의 영향으로 '세균 제거 99.9%'라는 광고 문구를 달고 있는 액체 비누도 나와 있다. 하지만 관련 의학계에서는 모든 세균을 인간의 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인간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올바른 길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관련해 최근 항생제 장염에 대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항생제를 오남용해 우리 몸에서 별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세균까지 죽이면 오히려 장염에 걸린다는 것이다. 인간에게 해를 주는 세균이야 증식을 막아야겠지만 그렇지 않은 세균은 공존의 대상으로 봐야 한다.

 

 

 

항생제 장염 환자 지속적으로 증가해

 

김유선 서울백병원 소화기내과 교수팀은 2004~2008년 전국 17개 대학병원의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항생제의 부작용으로 장염에 걸린 환자는 2004년 입원 환자 1만명당 17.2명에서 2008년 27.4명으로 증가했다고 최근 밝혔다. 그 사이에도 증가세는 유지돼 2005년에는 입원 환자 1만명당 20명, 2006년에는 21명, 2007년 24명이었다. 또 2008년 기준 항생제 치료를 받은 뒤 장염에 걸린 환자 1367명을 분석한 결과 많은 종류의 세균을 죽이는 광범위 항생제 거의 모두에서 장염을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항생제 장염은 항생제 사용 뒤 4~6일 지났을 때 발생했으며, 장염에서 가장 흔한 증상인 설사가 3~10일 동안 지속됐다. 설사 이외에도 복통, 발열 등과 같은 증상을 보인 이들도 있었다. 김유선 교수는 “항생제가 장 안에 살고 있으면서 그다지 해를 입히지 않는 세균을 죽였고 이후에 인간의 내장에 다른 세균이 들어와 살게 되면서 감염이 일어나 장염이 발생했다”며 “항생제 사용 뒤 설사와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우선 항생제 사용을 중단하고 장염에 대한 적절한 치료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항생제 장염이 생겼을 때 특히 주의해야 할 사람들은 장기입원 환자, 최근 수술을 받은 환자, 암 환자, 위장관 수술 환자, 면역억제제를 투여 받은 환자들이며, 65살 이상 노인 환자들 역시 항생제 장염이 치명적일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김 교수팀의 이번 연구결과는 이 분야의 국제적인 권위를 가진 영국 논문집인 <역학 및 감염>에 실렸다. 

 

 

 

몸에 이로운지 나쁜지 구별 못하는 항생제

 

건강을 해치면서 질병을 일으키는 세균을 죽이는 항생제가 왜 장염을 일으켰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항생제가 몸에 나쁜 세균인지 별다른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는 세균인지를 구별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많은 종류의 세균을 죽이는 광범위 항생제를 쓸수록 장염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는 것도 이를 증명한다. 비유를 들자면 곡식을 생산하는 벼는 놔두고 잡초만 죽이려고 농약을 뿌렸는데, 둘 다 죽어버린 꼴이라는 말이다. 여기에서 다시 생각해 봐야 할 일은 사람의 장에는 별다른 해를 주지 않으면서 살고 있는 세균이 있다는 사실이다. 아니 다른 말로 하면 별다른 해를 주지 않으면서 심지어 우리 몸을 해칠 수 있는 세균이 자리를 잡지 못하게 막는 구실까지 한다는 점이다. 동물의 세계에서 보면 악어와 악어새처럼 공생하고 있는 관계라고도 볼 수 있다. 공생하고 있는 세균마저 항생제로 죽이다보니 오히려 우리 몸의 건강을 해쳐 장염이 생긴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세균과 공생하는 방법 찾아야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흔히 충치라 부르는 치아우식증을 일으키는 세균이 입안에서 자라도록 왜 내버려두냐는 것이다. 이 세균을 다 죽이면 치아우식증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혹 치과의사들이 치아우식증 치료를 통해 돈을 벌기 위해 개발을 하지 않는다는 주장마저 있다. 이에 대해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현재까지는 이 세균을 죽이는 것이 더 해로울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더 힘을 얻고 있다. 게다가 이 세균은 워낙에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어서 항생제를 써서 죽여도 좀 있으면 다시 감염된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들로 칫솔질을 열심히 해서 이 세균이 치아를 망가지게 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항생제를 써서 이 세균을 아예 없애는 것보다 낫다는 것이다. 

 

다른 예로 이른바 위암의 위험인자로 널리 알려진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의 경우 이 균을 죽이기 위해 항생제를 비롯해 3가지 약을 한꺼번에 쓰는데, 이런 치료를 받은 뒤 오히려 역류성 식도염이 증가했거나 위암의 발생 위험이 줄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세균이 무조건 박멸의 대상이라는 생각은 오히려 해를 줄 수 있다는 말이다. 

 

굳이 자연주의 의학이 아니더라도 세균에게 해를 주는 약은 사람에게도 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물론 필요할 때 항생제를 써서 적절한 치료를 해야 하는 데에는 다른 견해가 없지만, 세균이라고 하면 항생제 등으로 99.9% 제거해야 한다는 생각도 위험하다.

 

                                                                                                                                 글 / 김양중 한겨레 의료전문기자

 

 

  

로그인 없이 가능한 손가락 추천은 글쓴이의 또다른 힘이 됩니다

 

Posted by 국민건강보험공단

블로그 이미지
'건강천사'는 국민건강보험이 운영하는 건강한 이야기 블로그 입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공지사항

Yesterday1,100
Today828
Total2,053,895

달력

 « |  » 2019.9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최근에 받은 트랙백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