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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살아가는 이야기

다 큰 딸에게 '똥이나 싸'라는 아빠의 문자


 

  아빠는 따스한 미소와 자상함이 트레이드 마크였다. 그런데 사업을 하시던 중 동업자분
 이 큰 빚을 졌고, 졸지에 사기 공범으로 몰려 빚쟁이들에게 끌려가 폭행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 일로 경찰서까지 갔으나 아빠는 무죄방면되셨다.



그후 아빠는 심한 정신적 충격에 시달렸다. 폭행의 악몽 때문에 잠꼬대까지 하시던 아빠는 점점 변하셨다. 말수가 확 줄며 성격도 무뚝뚝해지고 벙어리가 되신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내가 다니던 기획회사는 전시와 이벤트 대행 전문 회사였는데 그날 마침 야외 작업 중 휴대폰 문자 메시지가 날아왔다. 정신없는 와중에 무슨 일인가 싶어 열어봤더니 ‘긴급대출 OOOO번’이라는 내용 아닌가.‘ 젠장’하면서 닫아버렸다.

그런데 잠시 후 5분 만에 진동. 이번에는“8282 대리운전, 언제든지 달려갈게~”였다.‘ 에고…’ 하면서 침을 꿀꺽 삼켰지만 10분 후 또다시‘드르르륵’하면서 이번엔 메세지가 아닌 광고전화였다. 드디어 네 번째 전화가 온 건 그로부터 30분 후 쯤.


이번엔 누구든지 걸리면 욕바가지 한 번 날린다는 생각으로 전화기를 열었더니 아니 이게 웬일? 아빠였다. 한 달 내내 전화 한통 안 하시던 아빠가 내게 전화를 거신 거다. 놀래 자빠질 일이었다.

“아빠, 웬일이세요?”

“아빠가 전화했는데 웬일이 뭐냐? 너 지금 별일 없냐?”


“네, 별일 없어요. 지금 일하고 있거든요! 왜요?”


“일? 정말이야? 너 나한테‘살려주세요, 제 휴대폰 위치 추적해 주세요.’라고 문자 메시지 보냈잖아”


이게 웬 뜬금없는 말씀인가 싶어 호호호 웃으며“아니에요. 딸 잘 있어요.”라고 하자 아빠는“에이, 그럼 문자가 실수로 보내진 거야? 나는 경찰서에 납치 신고하러 마산에 가는 중이란 말이야. 에이…”하시며 전화를 끊으셨다.


아빠는 그때 거창의 시골에서 일을 하고 계셨는데 가까이에 경찰서가 없자 마산까지 차를 몰고 가시는 중이었던 모양이다. 경찰서까지 안 가셔서 다행이긴 했는데 혹시나 싶어 전화기를 열어봤다.



어? 그런데 진짜였다. 내가 비상시에 대비해 아빠와 친구들에게 보내는 응급구조 요청 문자 메시지 단축키가 실수로 눌려져 아빠에게 전달된 게 사실 아닌가?

이크크크! 아빠가 오바하신 게 아니네. 순간 아빠에게 너무나 미안했다. 
얼른‘아빠 쏘리. 실수로 보낸 게 맞아용’이라며 죄송하다고 문자를 보냈더니

“에이, 똥이나 싸 인마”라고 답신이 왔다.


헉! 다 커서 곧 시집 갈 딸한테‘똥을 싸?’ㅋㅋㅋ 울 아빠 정말 화가 나셨나보다. 그러나 입 닫고 사시던 아빠의 메시지와 전화 목소리를 들으니 너무너무 기분이 좋았다.


 이내 재차 날아온 내용은“너 주말에 1시간 주물럭 안마다.”


우리 아빠는 내가 중학교 다닐 무렵부터 틈틈이 어깨와 다리를 주물러 드리는 걸 가장 좋아하셨다. 최근에 사건 이후로 서로 간에 말도 잊고 사시던 아빠가 그 주물럭 안마‘벌’을 내게 내리셨다. 그런 벌은 1년 내내 받아도 행복한 것을…. 

                                                                   천강희/ 부산시 기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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