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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생활

고온다습 여름 날씨, “피부는 괴로워”

 

 

 

 

 

 

습하고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는 요즘 같은 시기에 피부는 참 괴롭다. 다른 계절엔 별다른 문제 없이 지내다가도 유독 여름철만 되면 피부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땀과 피지 때문에 생기는 접촉성 피부염, 습기 때문에 곰팡이가 늘면서 발생하는 무좀과 완선, 어루러기, 여름철 세균에 감염돼 걸리는 농가진 등이 대표적인 이 시기 피부질환이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방치하면 점점 심해져 치료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잘 알아두고 현명하게 대처하면 피부질환 거치지 않고 남은 여름을 건강히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금속 닿은 부분에 오돌도돌

 

요즘 같은 날씨에 맨살에 액세서리를 착용하면 피부에 붉게 두드러기가 돋으면서 가려워지는 증상이 종종 나타난다. 바로 접촉성 피부염이다. 장신구의 재질에 대해 피부가 과민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다른 계절엔 이런 증상이 거의 없다가도 유독 여름에 심해질 수 있다. 피부에 땀과 피지가 많이 생기는 탓이다.

 

예를 들어 속옷 상의를 입지 않은 채 바지를 착용하면 바지의 금속 단추 안쪽 부분이 그대로 맨살에 닿으면서 배꼽 주변 피부가 달아오르고 가렵게 된다. 또 목이 깊이 파인 셔츠나 원피스를 입고 금속 목걸이를 걸면 목걸이가 닿은 부분을 중심으로 오돌도돌하게 두드러기가 돋아난다. 처음에는 피부가 빨개지면서 가렵다가 좁쌀만한 수포가 생기거나 진물이 나기도 한다. 심해져 만성화하면 점점 색이 짙어지거나 갈색 얼룩으로 변한다. 피부가 두꺼워지면서 딱지가 생겨 까칠해지는 경우도 있다.

 

여름철 접촉성 피부염이 생기면 정확한 원인 물질을 찾아내 가능한 접촉을 피하면서 빨리 치료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무나 니켈, 크롬, 수은, 각종 향료 같은 물질이 접촉성 피부염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액세서리 재료 중 특히 니켈에 많은 사람들의 피부가 과민반응을 일으키는데, 이럴 땐 되도록 순금이나 순은 제품을 착용하는 게 좋다.

 

치료는 대부분 바르는 약만으로도 가능하다. 진물이 생기면 소독된 거즈 3, 4겹을 환부에 덮고 약이나 생리식염수를 20분 동안 충분히 적시는 치료를 하루 2, 3번씩 증상이 가라앉을 때까지 계속하면 된다. 또 가려워도 가능한 긁지 말아야 한다. 가려움을 참기 힘들면 얼음 마사지가 도움 된다.

 

 

 

발, 사타구니, 겨드랑이에 곰팡이 주의보

 

온도가 높고 습기 많은 피부는 곰팡이가 가장 좋아하는 서식 환경이다. 인체에서 곰팡이균이 가장 많이 사는 부위는 발이다. 발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곰팡이균은 자그마치 100가지가 넘는다. 다양한 곰팡이균이 발의 피부에 침투해 생기는 병이 바로 무좀이다. 처음엔 별 증상이 없다가 점점 가려움증, 짓무름, 냄새, 염증 같은 증상이 한꺼번에 나타난다.

 

무좀 치료는 빨리 시작할수록 좋다. 부끄럽거나 귀찮다는 이유로 미루면 곰팡이균 때문에 손상된 부위로 세균까지 침투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치료를 시작하면 3, 4주 이상은 꾸준히 계속해야 한다. 임의로 중단하면 남아 있는 곰팡이균 때문에 다시 재발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또 여러 곰팡이균에 모두 작용하는 광범위한 항진균제를 쓰기를 전문의들은 권한다.

 

무좀을 피하려면 발을 씻은 뒤 남아 있는 물기를 완전히 말리고, 젖은 양말은 가능한 빨리 갈아 신어야 한다. 다른 사람의 몸에서 떨어져 나온 피부 각질이나 발톱 부스러기 등을 통해서도 곰팡이균이 옮을 수 있기 때문에 수건이나 실내화 등은 각자 따로 쓰는 게 좋다.

 

무좀이 사타구니에 생기는 병은 완선이라고 부른다. 사무직 종사자나 운전기사, 학생처럼 오래 앉아 생활하는 남성이 많이 걸린다. 남성은 음낭이 있어서 허벅지와 사타구니에 여성보다 상대적으로 땀이 더 많이 차기 때문이다. 간혹 완선을 성병이나 일반적인 습진으로 오인하고 자가치료를 하다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키는 경우도 있다. 통풍이 잘 되는 트렁크 팬티를 입고 샤워 후에는 물기를 잘 닦아야 완선을 예방할 수 있다.

 

앞가슴과 겨드랑이 쪽에는 곰팡이 때문에 어루러기가 잘 생긴다. 땀을 많이 흘린 뒤 통풍이 잘 안 되는 환경에 계속 있다 보면 피부에 연한 갈색의 둥글둥글한 얼룩 반점이 나타나는데, 이게 바로 어루러기다. 특히 피부가 지성인 20~30대가 잘 걸린다. 사춘기 이후에는 남성호르몬의 영향으로 피지선이 활발해져 피부에 기름 성분이 많이 공급되는데, 곰팡이균은 지방이 있으면 더 잘 번식한다. 항진균제로 치료하면 되지만, 재발이 흔하므로 전문의에게 제대로 치료받는 게 중요하다.

 

 

 

상처에 세균 침투 용이

 

벌레에 물렸거나 아토피 피부염을 앓고 있는 아이가 환부를 긁어 상처가 생기면 한여름에는 포도상구균이나 연쇄상구균 같은 세균이 쉽게 침투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생기는 병이 농가진이다. 얼굴이나 손에 한두 개 생긴 물집이 점점 커지다 터져서 피부가 붉게 벗겨지는 수포성 농가진과, 얼굴과 팔, 다리에 생기기 시작한 붉은 반점이 물집으로 변했다 터져서 딱지가 앉는 비수포성 농가진으로 크게 나뉜다.

 

농가진은 전염성이 매우 강하다. 손가락이나 수건 등을 거쳐 몸의 다른 부위로 금방 퍼지거나 다른 사람에게 쉽게 옮겨간다. 농가진이 의심되면 신속하게 피부과를 방문해 치료를 받아야 한다. 치료가 늦으면 흉터가 남기도 하고, 드물지만 후유증으로 급성 신장염이 생길 위험이 있다는 점에서도 빠른 치료가 최우선이다.

 

 

                                                                                                               글 / 임소형 한국일보 문화부 의학담당 기자 
                                                            (도움말 : 강진수 강한피부과 원장, 오신택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피부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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