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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생활

약 너무 먹지 마세요, 콩팥이 힘들어요.

 

 

 

 

 

     현대인들, 약 참 많이 먹는다. 비단 약 뿐 아니다. 몸에 좋다는 건강기능식품까지 불티나게 팔린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약이나 건강기능식품을 먹으면 먹을수록 피곤하고 힘들어지는 장기가 있다. 바로 콩팥(신장)이다. 자신도 모르게 콩팥이

     망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미처 간파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문의들은 우려한다. 현대인의 콩팥 건강에

     빨간 불이 켜졌다.

 

 

 

 

 

소변 양이 줄면 의심

 

콩팥은 몸 안에 생긴 불필요한 물질들을 걸러내 몸 밖으로 배출하는 기관이다. 체액의 조성이나 양은 물론, 나트륨과 칼륨, 칼슘, 인처럼 인체에 꼭 필요한 물질들의 농도를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해주는 역할도 한다. 뼈를 튼튼하게 하는 비타민D와 적혈구를 만드는 호르몬을 생산하는 것도 콩팥의 중요한 기능이다.

 

평소 건강할 때는 아무런 신호가 없다가 콩팥에 이상이 생기면 오줌 양이 줄거나 다리와 발이 붓고, 쉽게 피곤해지고 지치면서 구토, 경련을 반복하는 등 갑작스러운 증상을 일으킨다. 이런 게 급성콩팥병이다. 보통 혈액검사의 크레아티닌 수치나 소변량을 기준으로 진단된다. 가족 중에 콩팥 질환을 앓았던 사람이 있거나 혈뇨, 단백뇨가 나타났던 사람 말고도 약을 꾸준히 먹어 온 당뇨병과 고혈압, 관절염 환자 등은 정기적으로 콩팥 기능을 확인하는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약에 들어 있는 유용 성분은 보통 위와 장을 거치면서 혈관으로 흡수되고, 필요 없는 독성 성분은 간으로 가서 제거된다. 그리고 남은 독성 성분과 찌꺼기 등이 콩팥으로 이동한다. 콩팥에서 해독과정을 한번 더 거쳐 몸 밖으로 나가는 것이다. 결국 약을 많이 먹을수록 콩팥은 할 일이 더 많아지고, 그만큼 더 지친다는 소리다. 약과 유사한 성분이 들어 있는 건강기능식품을 자주 먹는 것도 콩팥 입장에선 일이 느는 셈이다.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콩팥을 이루는 세포들은 사실 약 성분에 상당히 예민하다. 콩팥에는 혈액 속에 들어 있는 노폐물을 오줌으로 걸러내는 세뇨관이란 조직이 있는데, 약 가운데 어떤 성분들은 세뇨관을 직접 손상시킨다는 보고도 나와 있다. 약이나 건강기능식품을 필요 이상으로 많이 먹을 경우 콩팥이 빠른 속도로 나빠지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또 여러 가지 약을 동시에 복용할 때 생길 수 있는 약물 간의 상호작용, 검증되지 않은 채 약처럼 쓰이는 식물이나 화학물질 등은 콩팥에 더 해를 미칠 수 있다.

 

 

 

영상 촬영 전 콩팥 검사를

 

최근 급성콩팥명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전문의들은 입을 모은다. 심하면 증상이 수시간~수일 만에 혈액투석이 필요할 정도로 급격하게 악화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만성으로 진행될 확률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올 1월 미국신장학회지에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투석이 필요할 정도로 심한 급성콩팥병이 2000년 이후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자가 늘면서 여러 가지 약을 많이 복용하는 것과 함께 건강검진이 많아진 것도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같은 영상검사 전에는 보통 영상에서 조직이나 혈관이 잘 보이도록 하기 위해 환자가 약(조영제)을 먹는데, 바로 이 조영제가 콩팥에 좋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 입원 환자에게서 발생하는 급성콩팥병의 원인 가운데 조영제가 3번째를 차지한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조영제 사용 여부가 환자의 입원 기간이나 예후에 영향을 준다는 보고도 있었다.

 

특히 콩팥 기능이 이미 떨어져 있는 환자나 당뇨병 환자, 75세 이상의 고령 환자, 체액량이 줄어 있는 환자 등은 조영제 때문에 콩팥이 나빠질 위험이 더 크다는 게 전문의들의 설명이다. 이들 환자는 영상검사 전 콩팥 기능을 확인하고 조영제 양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식스팩도 좋지만...

 

무리한 운동도 현대인의 콩팥 기능을 떨어뜨리는 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너무 오랜 시간 동안 운동을 하면서 근육을 과도하게 쓰면 근육세포가 파괴될 수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근육세포 속 여러 성분들이 혈액 속으로까지 들어간다는 점이다. 혈관을 통해 온몸을 돌고 온 이들 성분은 콩팥으로 내려가서 세뇨관을 막아버린다. 세뇨관이 막히면 당장 오줌 양이 줄면서 색깔이 점점 붉은색으로 바뀌다 결국엔 아예 안 나오게 된다. 심한 운동 후 근육이 붓고 아프면서 소변에 붉은 기가 돌면 콩팥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의사와 상의하길 권한다.

 

또 심한 설사나 구토를 계속해 몸에서 수분이 부족해지면 몸 속을 도는 혈액량이 줄고, 그만큼 콩팥에도 혈액이 덜 갈 수밖에 없다. 이럴 때 수액주사 등으로 부족한 수분량을 보충해주지 않으면 콩팥 기능이 갑자기 떨어질 수 있다.


결국 급성콩팥병이 생기는 것을 미리 방지하려면 무리한 운동을 피하고 체내에 수분이 부족하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하며, 약이나 건강기능식품은 꼭 전문의와 상의해 복용하는 게 최선이다. 아무리 몸에 좋다는 약도 식품도 운동도 콩팥의 상태에 맞게 조절하지 않으면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글 / 임소형 한국일보 문화부 의학 담당 기자

                                                                                     (도움말 : 이대목동병원 신장내과 강덕희 교수, 류동열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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