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저녁엔 춥고 낮에는 따뜻하다. 감기 걸리기 딱 좋은 날씨다. 실제로 감기 바이러스의 활동도 9~12월에 특히 왕성해진다. 어른에 비해 어린이는 면역력이 약하기 때문에 감기에 걸리기 더 쉽다. 이쯤이야 하고 아이들 감기를 오래 방치하면 자칫 호흡기가 손상되거나 중이염, 폐렴 같은 합병증까지 생길 수 있다. 하루 이틀 집에서 감기약을 먹이다가 그래도 낫지 않으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흔해서인지 감기약 복용법을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잘못된 약 복용은 특히 어린이에겐 더 위험할 수 있다.
항생제는 증상이 나아지면 그만 먹인다?
일반적인 감기약은 치료제가 아니기 때문에 증상이 나아지면 그만 복용해도 된다. 하지만 항생제는 처방 받은 대로 끝까지 복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마음대로 복용량을 줄이거나 임의로 복용을 중단하면 원인 균이 완전히 죽지 않아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균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항생제는 식후보다는 일정한 시간 간격을 지켜 복용하는 게 효과적이다. 하루 3번 복용이라면 8시간마다 먹이는 식이다.
어른 약을 쪼개거나 나눠 먹인다? |
약에는 유효 성분이 균일하게 분포돼 있지 않다. 겉으로 보기에 정확히 등분해도 성분이 같은 용량씩 나눠지진 않는다. 어른 약을 자르거나 나눈다고 해서 성분이 어린이 용량으로 줄지 않는다는 얘기다. 또 용량을 어림 짐작으로 맞춰도 안 된다. 눈금이 있는 컵이나 숟가락, 주사기 같은 계량용기로 어린이의 나이, 몸무게 등에 맞게 정확히 맞춰 먹여야 한다.
두 가지 이상의 약을 함께 먹인다? |
처방 받지 않고 임의로 감기약을 두 가지 이상 같이 먹이는 건 위험할 수 있다. 꼭 같이 먹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반드시 약의 포장용기나 설명서 등을 보고 같은 성분이 중복돼 들어 있지 않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오렌지주스에 타서 먹으면 잘 듣는다? |
감기약을 과일주스나 비타민음료와 함께 복용하면 더 효과적이라는 속설은 의학적으로 사실이 아니다. 약의 효과는 체온과 비슷한 온도의 미지근한 물과 함께 복용할 때 가장 잘 발휘된다. 일부 음료수나 차에 들어 있는 탄닌은 약 성분에 달라붙고, 우유 같은 유제품에 들어 있는 칼슘은 약 성분이 몸에 흡수되는 걸 방해해 약효를 떨어뜨린다. 약은 다른 식품과 섞어 먹이지 않는 게 기본 원칙이다.
해열제는 아무거나 써도 된다? |
어린이가 먹어도 안전하다고 의학적으로 증명된 해열제 성분은 아세트아미노펜과 이부프로펜 등이다. 하지만 과량 먹이면 간이 손상될 수 있기 때문에 정해진 용량을 꼭 지켜야 한다.
약을 먹인 시간과 용량을 그때그때 기록해 두면 약을 지나치게 많이 먹이거나 적게 먹이지 않을 수 있다. 어른에게 해열제로 쓰는 아스피린은 어린이에게 먹이지 말아야 한다. 간이 손상되거나 뇌 기능이 떨어지는 레이증후군이 나타날 수 있어서다.
가루약은 시럽약에 섞어 먹인다? |
시럽약과 가루약이 따로 처방됐으면 섞어도 되는지 약사에게 확인해야 한다. 가능하다 해도 미리 섞어두진 말고 먹기 직전에 혼합하는 게 좋다. 섞을 때는 먼저 시럽약을 가볍게 흔들어 내용물을 균일하게 만든 뒤 용량에 맞게 계량한 다음 가루약을 탄다. 시럽약을 2가지 이상 먹여야 할 땐 따로 복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가루약만 먹여야 하는데 아이가 어리다면 음료수 말고 반드시 물에 녹여 먹인다. 녹일 때는 물 위에 가루약이 뜨지 않도록 완전히 갠다. 대충 개어 먹이면 남은 가루가 폐로 들어가 기침을 하거나 토할 수 있다.
알약을 집에서 갈거나 부숴 먹인다? |
어떤 알약은 부서지면 복용 후 위산에 손상돼 약효가 떨어진다. 또 약에서 유효성분이 천천히 흘러 나오도록 만들어진 경우도 있다. 때문에 알약은 의사나 약사의 설명 없이 마음대로 갈거나 부수거나 씹거나 쪼개 먹이면 안 된다.
앉거나 선 자세에서 충분한 양의 물과 함께 약 전체를 삼켜야 한다. 아이가 누워 있는 상태에서 먹이면 자칫 질식할 우려가 있다. 단 7세 이하의 어린이에게는 가능한 알약은 먹이지 않는 게 좋다.
계량용기는 수세미로 싹싹 문질러 닦는다? |
시럽약을 먹일 때 쓰는 계량용기를 거친 수세미로 힘을 가해 닦으면 표면이 손상돼 다음 사용 때 정확한 용량 조절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 깨끗한 물로 여러 번 씻어낸 뒤 충분히 건조시켜 보관하면 된다. 계량용기로 약을 먹이고 나면 용기 바닥이나 벽에 약이 조금 남기도 한다. 물을 소량 타서 헹궈 먹이면 복용량을 제대로 지킬 수 있다.
남은 약은 냉장고에 두면 오래 간다? |
일부 항생제는 2~8도의 냉장 보관이 필요하지만, 별도 설명이 없는 약은 일반적으로 실온(1~30도)에 보관한다. 개봉하지 않은 약은 성분에 따라 2, 3년 보관이 가능하나, 일단 한번 뜯은 경우엔 한 달 안에 쓰는 게 좋다. 이보다 오래 됐다면 다시 쓰지 말고 버린다.
콧물과 코막힘, 재채기 등의 증상에 쓰는 항히스타민제 성분의 시럽약 중에는 직사광선에 영향을 받을 수 있어 갈색 봉투나 통에 넣어 습기가 적은 서늘한 곳에 보관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또 항문에 넣는 좌약은 체온에 녹기 쉽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온도가 높은 곳이나 직사광선을 피해 서늘한 곳에 둬야 한다.
좌약이 항문에서 빠져 나오면 다시 새 약을 넣는다? |
좌약을 넣은 직후 원래 모양 그대로 빠져 나왔다면 그 약을 다시 넣거나 새 좌약을 넣어도 된다. 하지만 넣은 지 수 분이 지나고 나서 좌약 일부가 녹은 상태로 다시 빠져 나온 경우에는 직장 안에 좌약 성분의 일부가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때는 자칫 과량 투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새 좌약을 넣으면 안 된다.
글 / 한국일보 문화부 의학 담당 임소형기자
(도움말 :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정책과,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순환계약품과, 이화여대 약학과 곽혜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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