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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TV&영화 속 건강

조현병 앓는 조인성의 격려 “괜찮아”

 

 

 

 

 

연예 기획사 아이오케이 컴퍼니와 매니지먼트 숲이 공동으로 이런 보도 자료를 보내왔다. 두 기획사에는 배우 조인성과 김민희가 각각 속해 있다. 

 

오늘 보도된 조인성, 김민희씨 결별에 관한 공식 입장 전달드립니다. 두 사람은 각자의 활동과 스케쥴로 서로 바쁜 일정을 보냈고 이전에 비해 관계가 소원해지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결별하게 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더불어 일부 언론에서 결별기사와 관련해 확인되지 않은 억측으로 허위사실 유포 및 확대 재생산시키고 있는 점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확인되지 않은 보도는 삼가해 주시길 바라며 사실과 무관한 내용을 보도하는 매체에 대해서는 강경한 대응을 취할 예정이니 이후 신중한 보도 부탁드립니다. “

 

이들의 보도 자료는 ‘부탁’이라는 말을 쓰고 있으나, 사실은 ‘경고’를 하고 있다. ‘강경한 대응’이라는 표현이 그 뜻을 담고 있다. 조인성과 김민희의 결별 이유를 둘러싼 억측이 난무했고, 그것을 일부 인터넷 매체가 앞을 다퉈 보도했다. 소속 연예인의 이미지를 관리해야 하는 기획사로서는 그것을 가만 두고 볼 수 없었던 것이다.  이번 일을 보면서 배우 조인성의 인기가 상한가를 치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지극히 사적인 일인 연애와 결별에 대해 사람들이 이토록 관심을 가지며 입방아를 찧는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그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만 33세인 조인성은 가위 대한민국 최고의 훈남이다. 훤칠한 키, 운동으로 다져진 탄력 있는 몸매, 조각 같은 얼굴. 이런 외모 뿐 만 아니라 연기 내공도 일급이다. 우수에 찬 그의 표정을 볼 때, 어떤 여성이 가슴이 시리지 않을 수 있을까.  

 

 

 

 

 

 

최근에 종영한 TV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의 인기는 조인성의 매력에 크게 의존했다. 물론 여자 주인공 역의 공효진도 한 몫을 했다. 그녀가 출연하는 드라마마다 대박을 친다는 속설을 입증했다. 겉으로는 시크하면서도 속으로 여리고 눈물 많은 캐릭터를 연기하는 데 그녀를 따를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녀가 잘 받쳐준 덕분에 조인성의 매력이 큰 빛을 발휘했다고 할 수 있다.( 두 사람의 연기 조화, 즉 ‘케미’가 드라마 밖에서 이런 저런 구설을 낳은 셈이다. 연기를 잘 해도 피해를 보니, SNS 시대의 그늘이라고나 할까.)

 

       조인성은 이번 드라마에서 조현병(調鉉病)을 앓는다. 조현병은 흔히 정신분열이라고 불렸던 질환이다. 정신분열병

       (정신분열증)이란 병명이 보통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이유로, 지난 2011년 개명됐다. 조현(調鉉)이란

       사전적인 의미로 현악기의 줄을 조율한다는 뜻이다. 조현병 환자의 모습이 마치 현악기가 정상적으로 조율되지 못했을

       때의 모습처럼 혼란스러운 상태를 보이는 것과 같다는 데서 비롯됐다.

 

 

 

 

극중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인기 방송 진행자인 조인성은 어린 시절 의붓아버지의 폭력 탓에 조현 증세를 앓게 됐다.  공효진은 정신과 의사인데, 남성과 키스나 섹스를 하지 못하는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이는 어렸을 적에 엄마가 아빠 아닌 다른 남자와 키스를 나누는 장면을 본 후에 생긴 병증이다. 

  

‘괜찮아 사랑이야’는 두 사람이 우여곡절 끝에 서로의 아픔을 껴안으며 사랑을 나누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 드라마를 칭찬하는 이들은 우리 사회의 음지에 있는 정신 질환을 드라마의 공간으로 끌어낸 수작이라고 평한다. 이 작품을 쓴 작가(노희경)는 소외된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들로 호평을 얻어왔다. 독특한 내용과 형식으로 극을 이끌어가기 때문에 이 작가에 대한 마니아가 형성돼 있을 정도다. 

 

이 글의 주제와는 상관없는 곁가지 이야기를 좀 하자면, 10년 전에 이 작가를 딱 한 번 만난 적이 있다. 가톨릭 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에서 주는 상을 받는 자리였다. 수상자의 한 사람으로 시상식장에 갔더니 옆 자리에 이 작가와 유명 여성 배우 한 사람이 함께 있었다. 두 사람도 당시 큰 화제를 끌었던 드라마 ‘꽃보다 아름다워’ 덕분에 수상을 하러 온 것이었다. 

 

지금도 잊히지 않는 것은, 두 사람이 시상식 내내 잡답을 했던 것이다. 주변 사람들을 도무지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두 사람을 알아본 사람들이 인사를 하면 시큰둥하게 반응하고, 자기들끼리만 계속 이야기를 나눴다. 세상 사람들이 다 알아주는 인기인이라서 무례했던 것일까, 아니면 가톨릭 의식이 진행되는 식장 분위기가 낯설어서 그것을 견디기 위해 그랬던 것일까. 

 

이후에 이 작가의 작품이 칭찬을 받고, 그 배우가 TV 화면에 등장할 때마다 그 때의 장면이 절로 떠올랐다. 작품과 작가, 극중 인물과 배우는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보는 이는 그것이 일치하기를 바란다. 캐릭터의 분열을 감내하기 싫은 심리가 작용하는 것일까. 

 

 

 

각설, ‘괜찮아 사랑이야’는 정신질환을 양지로 끌어냈다는 호평을 얻은 반면에 일부 전문의들로부터는 조현병에 대한 무지를 드러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예컨대, 수면제인 아미탈 소디움을 투여한 ‘아미탈 인터뷰’ 치료법이 효과적인 것처럼 나오는데, 이제는 잘 활용되지 않는 과거의 방법이라는 것이다.  조현병 환자는 대부분 헛것을 보는 환시보다는 헛소리를 듣는 환청을 앓는다. 환시는 정신질환보다는 대부분 뇌종양이나 간질 등 뇌 질환에 따른 현상이다. 극중 조현병 환자인 조인성이 환시를 자주 겪는 것은 실제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조인성이 겪는 조현 증세를 환상적으로 표현함으로써 환자가 겪는 고통을 오히려 매력적으로 느끼게 한 것도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자신의 병과 사투를 벌인다. 장기 치료를 요하기 때문에 병원 입․퇴원을 반복하게 되고, 그로 인해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을 무척 힘들게 한다.

 

       이처럼 이 드라마는 조현병의 증세와 치료 측면에서 약점을 갖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약점은 정신 질환에 대한

       인식 개선을 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정신질환을 앓는 이들이 사회로부터 격리될 것이 아니라 모둠살이 속에서 함께

       숨 쉬어야 이웃이라는 것, 환자와 가족이 병을 숨기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병원을 적극적으로 찾아가서 치료를 해야

       한다는 것. 이것을 자연스럽게 알려주고 있다는 데 이 드라마의 미덕이 있다. 

 

 

  

 

무엇보다 현대를 살아가며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서로를 애틋하게 여기고 다독여주는 것이 생존의 지혜이고, 그 중심에 사랑이 존재함을 알려주고 있는 것만으로도 이 드라마는 모든 약점을 뛰어 넘는다. 조인성은 자신의 병에 정면 대응함으로써 과거 상처를 어루만지고, 사랑하는 여자의 트라우마를 꼭 껴안아준다. 동시에 그 과정을 지켜보는 이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이렇게 말한다. “괜찮아, 사랑이야.”

 

공효진은 조인성의 격려와 응원 덕분에 서서히 자신의 트라우마를 극복한다. 그녀는 어렸을 적에 목격한 엄마의 불륜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극중에 조인성과 섹스를 하고 난 후, 그녀가 선배에게 털어놓는 말.

 

 “ 김 사장과 키스하던, 그 전에는 그렇게 더럽게 보이던 엄마 얼굴이 예뻐보이더라. (신체) 장애가 있는 아빠에 이기적인 딸. (엄마에게) 유일한 위로가 김사장님이었겠다, 우리 엄마 참 외로웠겠다 싶더라. ”

 

 이 드라마는 수많은 명대사를 남겼다. 그것들은 평범한 듯 하지만 삶의 비의(秘意)를 담고 있다. 그 중에 압권은 다음과 같다. 

 

 “ 다 처음 살아보는 인생이라 다 서툰 건데…조금 실수해도 괜찮은데 …. ”

 

글 / 장재선 문화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