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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TV&영화 속 건강

5일에 남편을 마중가요

  

 

 

 

 

슬프지만 따뜻한 사랑이야기

 

한 여인이 5일 되면 낡고 조그만한 거울 앞에 앉아 머리를 매만지며 곱게 단장한다. 그녀는 펑안위(공리 역). 20년 만에 남편이 돌아온다는 편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거울에 비친 여인의 눈가는 남편을 그리는 설레임이 가득하다. 

 

5일 달려 간 역에는 많은 사람들이 쏟아져 나온다. 반가운 가족들과 얼싸안고 기뻐한다. 하지만 펑안위 눈 앞에는 남편 루옌스는 나타나지 않는다. 텅빈 역 안을 한참이나 바라보는 그녀의 눈은 상심으로 변한다.

 

그리고 또 5일이 되었다. 그녀는 다시 남편을 마중간다. 설레는 마음으로......

 

 

 

 

<5일의 마중> 이 영화는 중국 문화대혁명기(1966-1976)에 격심한 고초를 겪은 지식인 가족의 삶을 담고 있다. 이 시기 대학교수인 남편 루옌스는 노역생활을 하다가 사랑하는 가족을 보려 탈출을 시도한다. 하지만 집에서는 루옌스를 잡으려는 기관원들과 불순분자의 가족이라는 낙인으로 발레극 주인공이 되지 못한 딸의 고발이 기다리고 있었다.

 

다음 날 역에서 기다리는 남편 루옌스를 따라 가려는 펑안위는 손 한번 잡아보지 못하고 공안요원들에게 끌려간다. 그 와중에 저항하던 펑안위는 쓰러지고 머리를 다치게 된다.

 

그로부터 몇 년 지나...... 문화대혁명은 끝나고 드디어 루옌스는 가족에게 5일에 집에 간다는 편지를 보내고 돌아온다. 한 걸음에 달려 온 루옌스. 하지만 그녀는 남편을 알아 보지 못했다. 끌려가는 남편을 보면서 받은 충격 탓에 생긴 ‘심인성 기억장애’를 앓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억이 돌아 올 수 있을까. 과거의 사진을 건네기도 하고, 피아노 수리공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또 다른 5일에 맥없이 역에서 돌아오는 시간을 맞춰 남편인 자신이 즐겨 연주했던 피아노곡을 치기도 한다. 언뜻 언뜻 낯익어 하는 표정 이후에 나타나는 ‘누구냐’는 반응은 남편의 안타까움을 동조하는 관객의 마음까지 외면한다. 이후 루옌스는 자신을 계속 알아보지 못하는 펑완위의 곁에서 묵묵히 돌본다.

 

펑완위는 어떤 마음일까. 5일에 집에 간다는 남편의 편지 말을 믿고, 매달 5일만 되면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만나려 ‘단장’을 하고 나선다. 루옌스는 또 어떤 마음일까. ‘이미 돌아와 있는 자신을 몰라 보는 아내’를 늘 걱정스레 돌본다.

 

이 영화를 보노라면 순간 순간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흐른다. 단순히 슬픔의 눈물만은 아니다. 텅빈 역 안을 지켜보는 펑안위의 눈 속엔 남편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하고, 그 옆에 선 루옌스은 그런 아내의 마음 속으로 돌아 가고 싶다는 열망이 넘쳐난다. 이 영화 속에 펼쳐지는 공리와 진도명의 애절한 연기는 중국을 대표한다는 명성이 사실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배경으로 들려오는 천재 피아니스트 랑랑의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도 귓가를 떠나지 않는다. 여기에 장예모...... 그는 <5일의 마중>이라는 ‘따뜻한 사랑 이야기’를 세계인에게 선물한 고마운 사람이다. 

 

글 / 내일신문 정책팀 김규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