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옷깃으로 스며드는 찬바람에 뜨겁던 가슴이 헛헛하다. 그럼에도 새날은 오고 새로운 태양은 뜬다. 전남 장흥은 찬란한 일출을 보며 희망찬 2015년을 설계하기 좋은 곳이다. 또 우리나라 유일의 문학관광기행특구로 지정될 만큼 많은 문인을 배출한 문학의 고장이다. 편백숲에서 여유롭게 쉼까지 챙길 수 있으니 새해를 맞아 제대로 된 힐링여행이 되리라.
강릉에 정동진이 있다면 장흥에는 정남진이 있다. 서울 광화문에서 봤을 때 정남쪽에 자리한다 하여 정남진이라 불린다. 서울에서 차를 타고 5시간을 달려야 도착하는 곳이니 쉽사리 갈 수 있는 곳은 아니다. 그럼에도 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이 수고로움을 마다치 않고 장흥 땅을 밟는다. 그들은 문인들의 흔적을 따라 길을 나선 문학기행자이거나, 소등섬을 배경으로 일출 사진을 찍으려는 사진가이거나, 우드랜드 편백숲에서 제대로 쉬고 싶은 힐링족들이다.
장흥 문학기행의 시작은 장흥의 자랑 천관문학관에서 출발한다. 호남의 5대 명산으로 꼽히는 천관산 기슭에 위치한 이곳은 장흥을 배경으로 성장한 문인들의 작품과 작품세계를 한눈에 아우른다. 장흥의 대표적인 문학가로는 ‘관서별곡’을 지어 송강 정철의 ‘관동별곡’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기봉 백광홍을 비롯해 장흥 문학계의 큰 별 이청준, 한승원, 송기숙 등이 있다. 이 밖에도 이승우, 이대흠, 위선한 등 무려 100여 명의 등단문인을 배출했다고 하니 문학기행 단골답사지로서 명성에 걸맞다.
소설가 이청준은 <병신과 머저리>, <이어도>, <비화밀교>, <축제>, <서편제> 등을 남긴 장흥의 대표적인 소설가이다. <낮은 데로 임하소서>는 세계 10여 개국의 언어로 번역되기도 했다. 또한 <축제>, <서편제>, <선학동 나그네> 등은 영화로 제작되어 많은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이청준 선생의 흔적은 장흥 회진면 진목마을에 남아 있다. 마 을은 여느 시골마을처럼 한가롭다. 골목길은 미로 속으로 빨려 드는 듯하다. 고요한 정적을 ‘멍멍멍’ 개 짖는 소리가 깨운다. 한 녀석이 짖어대니 옆집 개도 덩달아 짖는다. 돌림노래를 부 르듯 박자를 맞춰 짖는다.
생가는 볕이 따뜻한 남쪽을 향하고 있다. 비록 겨울이지만 따 사로운 햇볕이 집안 구석구석을 비춘다. 선생은 세상을 떠났지 만 아직도 따뜻한 햇볕이 온기를 이어가고 있는 것 같다. 생가 는 방안까지 구경할 수 있다. 선생의 성품을 보여주듯 소박하 다. 선생은 마을을 배경으로 단편소설 <눈길>을 내놓았다.
그의 또 다른 대표작 <선학동 나그네>는 임권택 감독이 영화 <천 년학>으로 재창조했다. 임 감독만의 빼어난 영상미학과 선생이 갖고 있는 탄탄한 구성과 스토리텔링이 뒷받침되어 수작으로 평가된다. 선학동에 가면 영화세트장이 남아 있는데 외롭고 쓸 쓸히 천 년을 살아가는 ‘천년학’처럼 날개를 접은 모양새다.
소등섬이 있는 남포마을은 이청준의 소설 <축제>를 임권택 감독이 영화로 촬영한 장소이다.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 는데 불과 1시간이면 충분한 아주 작은 어촌마을이다. 하지만 새해가 밝아오는 1~2월이면 해맞이를 겸해서 찾는 이가 많다. 소등섬은 소의 등을 닮았다고 해서 명명되었다. 소나무 몇 십 그루가 심어져 있는 작은 무인도. 물이 빠지면 걸어서 갈 수 있 지만 물이 들어차면 영락없이 섬이 되어 버린다. 전망대에는 촛 불을 모티브로 한 조형물이 소등섬을 향해 섰다. 이곳에서 사람 들은 일출을 맞이한다.
소등섬 뒤로 새로운 희망을 전해줄 것 같은 붉은 태양이 떠오르 면 저마다 묵은 감정을 씻어내고 새로운 희망으로 옷을 갈아입 는다. 이렇게 나를 되돌아보는 행위가 우리 삶의 진정한 축제가 아닐까 싶다. 뜨거운 태양과의 조우를 마치고 나면 출출해진 배 를 움켜잡고 찾아가는 곳이 있다. 장흥의 대표적인 겨울별미 석화구이(굴)를 먹기 위해서다. 제철 맛을 보기 위해 몰려든 사람 들은 비닐하우스에서 굴 맛을 즐기기에 정신이 없다.
카사노바가 즐겼다는 굴은 아미노산과 아연이 풍부해 남성호 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생성에 도움을 준다. 그뿐 아니라 칼슘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성장기 어린이와 골다공증 예방이 필요한 부모님들께도 좋은 음식이다.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칼로리가 낮 아 최근에는 다이어트를 원하는 젊은 여성들도 즐겨 찾고 있다.
매생이도 제철이다. 12월부터 2월까지 생산되는데 겨울철 대표 계절식품이다. 철분과 칼륨 등 각종 무기염류와 비타민A·C까 지 풍부해 성인병 예방에 효과적이다. 매생이는 혈중 알코올을 중화시켜 숙취해소에 탁월하며 강알칼리성 식품으로서 산성화 된 체질을 중화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매생이는 국이나 죽, 떡 국, 전 등으로 즐겨 먹는다.
인간은 강한 것 같지만,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나약한 존재다. 그래서 삶 속에 자신을 느 릿느릿 바라볼 수 있는 쉬어가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장흥 우드랜드는 40년 이상 된 편백나무가 하늘을 덮고 있다. 13만 1896m2(약 3만 9900평)의 면적으로 억불산 자락에 위치 한다.
숲길에는 나무톱밥이 깔려 푹신한 카펫을 걷는 기분이다. 운이 좋다면 아무도 밟지 않은 깨끗한 톱밥을 즐길 수도 있다. 겨울에는 특별히 편백톱밥 찜질방을 개장한다. 찜질복으로 갈 아입고 1시간 동안 색다른 치유의 경험을 만끽하다 보면 호흡 기, 피부질환, 심신의 안정을 경험하게 된다. 숲이 사람에게 끼 치는 치유의 능력은 상상 이상이다. 주된 치유 성분이 피톤치드 인데 대표적으로 편백나무에 이 성분이 많다고 알려져 있다.
숲속에서 무거운 외투를 잠시나마 벗어두고 찬바람으로 몸을 샤워해보자. 죽었던 세포가 소생하듯 정신이 번쩍 들 것이다. 그리고 깊은 호흡으로 들뜬 마음을 가라앉혀보자. 폐부 속에 숨어 있는 찌꺼기가 조금씩 빠져나옴을 느낄 것이다. 여름에는 얇은 종이 옷만 걸치고 풍욕의 묘미에 빠져볼 수 있다.
우드랜드에는 목재문화체험관, 목공, 건축체험장 등 자녀들과 함께 체험활동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겨울이라고 무조건 따뜻한 곳을 찾기보다 오히려 바깥활동을 통해 움츠린 몸을 자극해준다면 더욱 건강하게 겨울을 이길 수 있겠다. 한옥 촌, 목재주택촌, 황토흙집촌을 이용하면 숲속에서 하룻밤을 보 낼 수 있다. 다만 숙박을 희망하는 사람이 많은 만큼 예약(061- 864-0063, www.jhwoodland.co.kr)을 서두르는 게 좋다. 우드랜 드가 시설이 좋은 만큼 인기가 높다. 예약이 어렵다면 천관산자 연휴양림(061-867-6974)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2015년 1월만큼은 문학으로 일상의 지친 마음을 달래고, 숲에 서 몸의 피로를 풀어보는 값진 시간이 되길 바란다.
여행정보
● 소등섬 남포마을회관 : 전남 장흥군 용산면 남포길 13 |
|
글・사진 / 임운석 여행작가
'문화 >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양 가볼만한 곳 - 단양여행 구인사[천태종 본산] (0) | 2015.05.01 |
---|---|
제천 가볼만한 곳 - 제천 여행 의림지와 우륵샘 (0) | 2015.04.10 |
자작나무 숲 - 겨울 햇살 드리움 (0) | 2015.01.16 |
충남여행/서천 가볼만한 곳 - 신성리 갈대밭 가을풍경 (0) | 2014.10.31 |
화천 가볼 만한 곳-비수구미 오지마을 (0) | 2014.10.04 |